‘악마의 엄지손가락, 교수형 집행인의 계곡, 살인바위, 미신의 산….’
공포영화 제목이 아니다. 골프장 이름들이다. 미국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세상에서 가장 으스스한 골프코스를 소개했다. 물론 그저 이름으로 골퍼를 으스스하게 만드는 골프장이다.
전체적인 골프장 이름에 자주 쓰이는 단어는 밸리, 파인, 힐스, 레이크 등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무시무시한 골프장 이름이 미국에 많은 이유는 골프장 이름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나온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으스스한 골프장 이름에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데블(Devilㆍ악마)’이다. 누가 듣더라도 외우기 쉽고 코스가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어다.
버지니아주 넬리스포드 ‘데블스 노브(Devil’s Knob·악마의 손잡이)’, 콜로라도주 델타 ‘데블스섬(Devil’s Thumb·악마의 엄지손가락)’, 미시간주 옥스퍼드 ‘데블스 리지(Devil’s Ridge·악마의 산등성이)’ 등이다. 골프장 이름 뒤에 골프코스나 컨트리클럽이 붙지 않는다면 공포영화 제목 정도로 생각할 만하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소개한 으스스한 골프장 중에서 골프팬이 잘 아는 곳도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리조트 블루몬스터 TPC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캐딜락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파란 괴물’이라는 명칭은 오히려 무척 낯익고 친숙하다. 하지만 이 골프장에는 진짜 몬스터 홀이 있다. 우승 향방이 가려지는 마지막 18번홀(파4·467야드)이다. 페어웨이 왼쪽은 워터해저드, 오른쪽에는 깊은 벙커 7개가 도사리고 있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열리는 코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18번홀로 꼽힌다.
실제 공동묘지가 있는 으스스한 골프장은 사우스캘리포니아주 다우퍼스키 아일랜드 ‘블러디 포인트(Bloody Point)’ 골프장이다. 유혈이 낭자한 곳이라는 뜻만으로도 무시무시하지만 이 골프장 근처에는 1700년대 북미 원주민과 영국인 사이 전투에서 잔인하게 죽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가 있다.
뉴욕주 스카보로 ‘슬리피 할로(Sleepy Hollow)’ 골프장은 슬리피 할로 전설에 나오는 연쇄 살인마인 목 없는 기수를 떠오르게 한다. 골퍼들은 “퍼팅할 때 항상 목이 잘리는 것을 조심하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경고한다.
이 밖에 공포물을 연상케 하는 골프장 이름이 많다. 워싱턴주 스포케인 ‘행맨 밸리(Hangman Valley·교수형 집행인의 계곡)’, 미주리주 홀리스터 ‘머더 록(Murder Rock·살인 바위)’, 미시간주 웨스트브랜치 ‘더 나이트메어(The Nightmare·악몽)’, 애리조나주 아파치 정크션 ‘슈퍼스티션 마운틴(Superstition Mountain·미신의 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 ‘더 위치(The Witch·마녀)’, 인디애나주 노블레스빌 ‘퍼거토리(Purgatory·연옥)’ 등이다.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 ‘고스트 크리크 펌프킨 리지(Ghost Creek at Pumpkin Ridge·유령의 개울)’ 정도는 차라리 귀엽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