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쉬쉬.' 최근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석연찮은 인사처리 때문이다. 지난해 임원 사표수리에 이어 올 초 '몰래 인사'가 단행됐다. 문책보다는 승진인사가 많았다.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방침으로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1월 초 시무식에서 "지난 2013년의 경험을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윤리경영의 철저한 실천을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삼았다"며 "모든 비리나 잘못된 관행을 확실히 뿌리 뽑도록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고 사장의 말이 무색해 지는 행태가 벌어졌다. 임원 13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하면서 외부 공개는 안한 것.
뭐가 구려서…
지난 23일 관련업계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사측은 김용만 생산총괄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격시키는 것을 골자로, 전무 4명, 상무 8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대상 인원들의 발령일자는 2월1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 승진 결과를 사내 인트라넷에만 공개했을 뿐 승진자 명단조차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이름이 밝혀진 것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용만 전무가 유일했다. 정확한 명단은 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그간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 소식을 밝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원인사는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 불거진 납품비리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이른바 '김연아 목걸이 사태'로 30명이 기소당해 전 임원들의 사표를 받았다. 수능시험을 치는 아들의 행운을 위해 협력업체 대표에게 순금 행운 열쇠를 사달라고 하고 아내가 갖고 싶어하는 '김연아 목걸이'나 운동기구를 사달하고 한 직원도 있었다.
13명 임원 승진…외부 비공개 논란
60여명 일괄사표 받아 10명만 수리
한 직원은 협력업체로부터 무려 12억원을 받아 7곳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모품 납품비리에 연루된 대우조선해양의 직원과 전 간부급 노조원 등 20명이 배임수죄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앞서 6월에도 해양기자재 납품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매 담당 임직원 4명이 구속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다. 임원인사의 승진폭은 축소될 것으로 봤다. 연말에 인사를 단행하던 대우조선해양이 관례를 깨고 연초까지 인사를 미룬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사를 새해로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 측은 "인사에 신중을 기하려다 보니 정기 인사 단행이 상당기일 지연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승진자 퇴직자보다 많아
비리척결 의지에 의문점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앞서 지난해 12월 고 사장은 임직원 60여명의 일괄사표를 받았다. 이 중 10명의 사표만 수리되어 비리 척결 의지에 의문점을 남겼다. 특히 사표가 수리된 10명 중에는 임기가 만료된 자연퇴직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퇴사한 실제 임원 수는 대우조선해양이 공언한 사직처리 대상자 10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승진폭은 예상보다 컸다. 퇴직(10명)보다 승진자(13명)가 3명이나 많았다. 이러한 현실에 업계는 인적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납품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부문인 조달부문에서도 승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상무 승진자 가운데 2명은 지난해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에서 조달부문 팀장을 새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다짐 무색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조직개편을 통해 인적 쇄신에 나선 대우조선해양의 의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주인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관행에 머무는 것은 고재호 사장의 윤리경영 약속 또한 변질됐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승진 인사는 지난해 성과를 고려한 통상적 인사"라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임원 수가 5% 가량 줄었다. 납품비리와 상관없는 모든 임원들까지 교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외부 미공개 논란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간 연말에 단행하던 인사를 연초에 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리기가 시기적으로 애매해 사내 인트라넷에만 공개한 것"이라며 "일부러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