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회장님의 재혼 비화

2013.12.24 17:48:29 호수 0호

번갯불에 콩 굽듯 '후딱 새살림'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인사의 재혼 소식이 들린다. 주인공은 구학서 신세계 회장. 부인을 잃고 외롭게 지내다 조만간 새 아내를 맞는다고 한다. 2년5개월 만의 재혼. 보기에 따라 빠를 수도, 느렸을 수도, 적당할 수도 있는 기간이다. 재혼한 다른 기업인들과 비교해 봤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이 곧 재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은 구 회장이 이달 중 모 연구소에 재직 중인 50대 미혼의 여성과 재혼한다고 보도했다. 신세계 측은 "업무가 아닌 개인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구 회장은 2년 전 부인 고 양명숙씨와 사별했다. 양씨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당시 배수작업을 하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갔다가 갑자기 물이 차면서 숨졌다. 슬하에 2남1녀를 둔 구 회장과 양씨는 재계에서 금실이 좋은 '잉꼬부부'로 통했다.

금실 좋았는데…

사석에서 종종 자신이 '애처가'라고 자랑삼아 얘기했던 구 회장은 학군단(ROTC)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전 직장인 삼성전자에 취직한 직후 양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양씨는 40년간 전업주부로 '샐러리맨 성공신화' 구 회장을 묵묵히 내조했다. 양씨를 아는 구 회장의 주변인들은 "조용히 남편을 뒷바라지 해온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구 회장은 양씨와의 이별을 슬퍼했다.

구 회장의 재혼 소식이 들리자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 새장가 간 대기업 재벌들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보기에 따라 빠를 수도, 느렸을 수도, 적당할 수도 있는 재혼 시기가 입길에 올랐다. 본처와 이혼 또는 사별하고 가장 빨리 팔자를 고친 '회장님'은 누가 있을까.


앞서 언급한 구 회장은 2011년 7월 부인과 사별했다. 만약 이달 중 새 아내를 맞으면 2년5개월 만에 재혼하는 셈이다. 이보다 빨리 재혼한 재계 인사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등이다.

최원석 전 회장은 1년3개월 만에 재혼한 기록(?)을 갖고 있다. 3번 결혼, 3번 이혼한 그의 첫 번째 부인은 1960년대 유명한 육체파 배우였던 김혜정씨. 김씨와 이혼한 최 전 회장은 펄시스터즈 멤버였던 배인순씨를 아내로 맞았지만 1998년 4월 이혼했다. 1999년 7월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와 재혼했으나 2010년 4월 다시 결별했다.

김석원 전 회장은 첫 번째 부인과 결혼에 실패했다. 성격 차이 등으로 별거에 들어간 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파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곧바로 친척의 중매로 만난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과 1981년 재혼했다. 김 전 회장은 박 관장과 재혼 전 평소 자문을 구하던 역술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첫 결혼에 실패한 만큼 재혼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학서 회장 사별 2년5개월 만에 재혼 소식
이혼서류 잉크 마르기 전에 새 아내 맞기도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도 새장가를 갔다. 박 전 회장은 1968년 고 엄명자씨와 결혼했다. 서울대병원장 시절인 2003년 3월 지병을 앓고 있던 엄씨가 사망한 뒤 혼자 지내다 6년7개월이 흐른 2009년 10월 동문 후배인 여의사 윤보영씨와 비밀리에 결혼했다.

20살 차이의 이들은 서울대 의대 동창회에서 처음 알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해 서울 근교에서 가족과 친지들만 모인 가운데 조촐히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산그룹 총수를 지냈기 때문에 회장님의 러브스토리는 여러모로 화제를 뿌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도 상처의 아픔을 달랬다. 이들은 각각 7년6개월, 3년 만에 새 인생을 출발했다.




정 부회장은 1995년 5월 톱스타 고현정씨와 2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2003년 11월 갈라섰다. 이후 경영에만 몰두하다 음악회를 다니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2011년 5월 재혼했다. 김 사장은 2004년 11월 정의정씨와 이혼했다. 당시 정씨에게 재산분할로 지불한 시가 300억원가량의 엔씨소프트 주식 35만주가 화제였다. 김 사장은 2007년 11월 '천재소녀' 윤송이씨와 극비리에 재혼했다.

오너 2∼3세들의 재혼도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녀 지연씨는 1989년 결혼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5년 뒤 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사위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의 형과 다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2011년 7월 김범명 전 자민련 의원의 장녀 수연씨와 화촉을 밝혔다. 그전까지 이 사장은 한 차례 이혼의 아픔을 겪은 '돌싱'이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차녀 장선윤씨도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결별 시점과 사유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그의 전 남편이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다는 게 전부다. 선윤씨는 2007년 당시 아우디코리아 상무였던 양성욱씨와 재혼했다.


죽은 사람만 불쌍

재계엔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지내는 '로열패밀리'가 한둘이 아니다. 얼마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비롯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 그리고 남편을 잃고 경영일선에 나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등이 독수공방 중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재혼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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