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풍(賭風)’에 휩싸인 연예계<천태만상>

2009.08.18 09:59:40 호수 0호

짜릿한 손맛에 수렁속에서 ‘허우적’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 나올 수 없고 주위의 사람들까지 모두 파멸로 내몰고도 멈출 수 없다는 도박. 연예계가 또다시 도박 공포에 휩싸였다. 그동안 소문으로 무성했던 스타들의 도박 관련 사건이 최근 연달아 터지면서 연예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7일 아이돌 그룹 출신 인기 가수와 탤런트 등이 낀 해외원정 도박단이 검찰에 적발된 데 이어 9일에도 인기 개그맨 K가 포함된 수십 명의 마카오 원정 도박단이 붙잡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인기 개그맨 K 포함된 1900억원 규모 원정 도박단 적발
K 측근 “K는 출연료 행사료 받으면 도박…빚이 산더미”
유명 가수 F 해외 원정도박 ‘깡통’…여친 G 홀로 귀국
일부 연예인 여전히 발 못 빼…쉽게 떨치기 어려워


서울지방경찰청은 마카오에서 판돈 1900억원 규모로 도박을 벌인 원정 도박단을 최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원정 도박단에 포함된 인기 개그맨 K는 9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바카라 등을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탤런트 겸 가수 B
연예 활동 타격



개그맨 K가 입건되자 그와 친분이 있는 동료 연예인들도 수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이번 원정 도박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평소 도박과 관련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K와 친한 한 연예 관계자는 “방송 출연료, 지방 행사료 등을 받으면 도박을 해왔다. 평소 착실한 이미지에 생활형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박 빚으로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개그맨 K의 소속사로 알려진 BM엔터플랜은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키게 되어 (경찰조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시청자분들과 팬, 동료 개그맨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현재 출연 중인 <개그콘서트>와 <희희낙락>에서 하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7일에는 인기 가수 2명이 역시 상습도박 혐의로 7일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환치기 업자를 통해 해외로 돈을 보내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그룹 출신 인기가수 A와 탤런트 겸 가수 B 등 연예인 2명을 불러 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환치기업자를 통해 각각 1억4000만원과 2400만원을 중국 마카오로 빼돌린 뒤 현지 카지노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탤런트 겸 가수 B는 현재 드라마에 출연 중인 상황으로 당장의 연예 활동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드라마 하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 한 관계자는 “실제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아직 하차 가능성의 염려까지는 오가고 있지 않다.

B의 경우 도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단 한 번의 실수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시기도 꽤 오래전인 것으로 안다. 때문에 드라마 하차까지는 크게 염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제작진과 출연진, 스태프들 모두 평소와 다름없이 작품에 열심히 임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들 이외에 중견 탤런트 D 등 연예인 3명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환치기 업자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조만간 이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연예인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도박에 손을 댄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초긴장 상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마카오에서 급히 귀국을 서두른 연예인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제 몇 연예인의 경우 마카오를 자주 찾기도 했다. 그들이 마카오를 찾은 목적은 거의 도박이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급히 귀국한
연예인 있다(?)

그는 이어 “마카오 유명 호텔 VIP룸에서 벌어지는 도박판에 끼려면 현금 5억원 이상을 기본으로 손에 쥐고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들었다. 실제 몇 연예인들이 이 도박판을 즐기다 큰돈을 잃은 경우가 꽤 여러 번인 것으로도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예계에는 도박으로 많은 돈을 탕진하고도 끊지 못하는 스타들이 있어 연예계 도박사건은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예인이 연루된 도박 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개그맨 황기순과 주병진, 가수 신정환 등이 있었다.황기순은 1997년 4월 9000여 만원 상당의 외화를 환치기 수법으로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뒤 마닐라의 호텔 내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한 혐의를 받고 2년간 필리핀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이후 자수한 그는 외국환관리법 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주병진은 2001년 5~11월 필리핀과 사이판 호텔 카지노에서 모두 8차례에 걸쳐 미화 125만 달러(당시 15억여 원)를 판돈으로 바카라를 한 혐의로 2002년 12월 구속됐다. 법원은 상습도박 혐의로 그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도박에 손대면 낙인 찍혀
나락으로 떨어지는 첩경

신정환은 2005년 국내 불법 카지노바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당시 이 사건에는 영화감독 E와 연예인 매니저 출신 P도 연루돼 역시 벌금형에 약식기소됐다. 또 코미디언 출신 장고웅은 해외 원정 도박을 벌인 혐의로 1997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명 가수 F는 지난 2007년 3월 해외 원정도박으로 수억원을 날려 현지에서 여권을 압수당했다가 돌려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동행했던 여자친구 연예인 G와 큰 싸움을 벌인 끝에 따로따로 귀국해 두 사람이 헤어지기도 했다.

가수 F는 2007년 3월 초 필리핀의 한 유명 휴양지로 여자친구인 G와 함께 몰래 여행을 떠났다. 연예계 비공식 커플로 알려진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열애설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친한 관계’라고 부인해 왔다. 소속사 몰래 떠난 두 사람은 현지에서 F가 현지 카지노에서 수억원의 돈을 날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밀월여행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또 F가 필리핀 현지 브로커에게 돈을 빌려 도박빚을 졌고 이 과정에서 여권을 압수당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G는 F와 다툼을 벌였고 G는 혼자 귀국을 했다. F는 국내 지인에게 연락을 취해 가까스로 돈을 갚고 여권을 되찾은 뒤 귀국했지만 이 소문은 여의도 방송가를 강타했다. G는 F의 도박 때문에 적잖은 속앓이를 해 왔다고 한다. 지난 2008년에는 방송인 강병규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도박의 시작은 20~30만원 정도의 기분전환용이지만 맛을 들이면 순식간에 수백 수천만원을 베팅하는 중독으로 빠진다. 황기순의 말에 따르면 재미삼아 할 경우 처음에 따는 것 보다는 잃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한다. 장난삼아 했다가 몇십만원 몇백만원을 따게 되면 ‘운만 좋으면 딸 수 있다는’ 환상에 젖게 되고 그것이 곧 나락으로 떨어지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도박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에겐 어쨌든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도박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는 업계 한 관계자는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소문으로 들리는 얘기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도박에 손을 대 한두 번 돈을 잃고 딴 전례만 있어도 낙인이 찍히게 돼 있다”며 “도박이란 게 마약처럼 한번 손을 대면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속성이 있어서 ‘과거엔 몰라도 지금은 완전히 손을 털었다’고 다짐을 해도 잘 믿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