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이방인 ‘경계성 인격 장애’

2009.08.11 12:19:12 호수 0호

영화 <얼굴없는 미녀> 속 김혜수는 경계성 인격 장애를 겪고 있는 지수로 등장한다. 지수는 자축 파티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살 소동을 벌이고 결국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다. 늘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분노발작을 일으키는 그녀는 계속해서 방황한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이나영이 연기한 ‘유정’ 역시 경계성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회의 이방인이다. 열다섯 살 삼촌에게 유린당하지만 엄마의 외면에 상처를 받은 후 불신과 분노를 마음에 품고 삐뚤어진 채 살아간다.

자살 시도 등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장기간의 심층 정신치료와 정신분석을 통한 우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자아가 부족하고 외로움과 공허감에 대처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질환인 ‘경계성 인격 장애’는 공통적으로 버림받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수용받기 위해 경쟁하고 거절을 무서워하며 종종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
경계성 인격 장애는 환경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학대나 방임 속에 아동기를 보낸 사람들이 경계성 인격 장애에 걸릴 수 있으며 또한 일부 환자들은 특정 뇌 영역의 크기와 기능이 달라 불안이나 기분을 조절하는 데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상대방을 지나치게 이상화시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는 등 격렬하고 불안정한 대인관계 때문에 정서적 위기를 반복해서 일으킬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 버림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지나친 노력, 그리고 일련의 자살 위협이나 자해행동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중요한 임상 특징이다.
이들은 고통스러운 감정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빠지기도 하며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는 등 섭식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며 매우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자기 처벌의 일환 혹은 존재의 확인을 위해 자신의 손목을 칼로 긋거나 화상을 입히는 등 자해를 하기도 한다”며 “이들은 자아가 약하기 때문에 때로 통증을 주어 살아있음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신과학회에서 경계성 인격 장애로 판단하는 기준 항목은 ▲자신이 버림받는 것을 피하려고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상대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극단적인 행동 사이를 왕래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 양상을 보인다.

또 ▲자기 자신의 주체성에 대해 현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가지며 ▲과소비, 낭비, 좀도둑질, 난폭한 운전, 과식 등의 충동적인 성향도 보인다. 그리고 ▲반복적인 자살 시늉이나 자살 위협, 자해적인 행동을 보인다.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거나 ▲만성적 공허감을 느끼는가 혹은 ▲때로 부적절하게 격렬한 분노가 치밀고 그 억제가 힘들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며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관련된 망상적 사고 또는 심각한 정도의 해리 증세가 나타난다면 경계성 인격 장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상의 9가지 진단 항목 중 5가지 이상의 증세가 있을 때 경계성 인격 장애를 의심하지만 최종 판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심리검사가 필요하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진단은 대개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의 과거력에 기초해 내리게 되며 누군가가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확정하는 실험적 검사는 없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차적 치료법은 불안정성과 충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정신치료이다.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들의 유병 기간을 평생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완치를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경계성 인격 장애를 초월적인 개념으로 보면서 약은 부수적인 치료법으로 택하도록 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황태영 교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충동적인 행동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하며 약물 치료도 가능하지만 장기간의 심층 정신치료와 정신분석을 통한 치료가 우선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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