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제16탄] 농심 ‘둥지냉면’

2009.08.11 10:21:33 호수 0호

가공 냉면의 한계 “면맛 반, 조미료맛 반”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는 계절면 시장에서 ‘둥지냉면’의 기세가 무섭다. 농심의 ‘둥지냉면’은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을 맞아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사시사철 인기인 일반 라면과 달리 특정 계절에 판매율이 높은 계절면 시장은 그동안 한국야쿠르트의 ‘팔도비빔면’, 삼양식품의 ‘열무비빔면’, 오뚜기의 ‘메밀비빔면’등 비빔면류가 주도했다. 이 중 ‘팔도비빔면’이 단연 선두다. 1984년 출시된 ‘팔도비빔면’은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계량한 상품으로, 현재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빔면 아성 깬다”
매출 갈수록 증가

‘라면의 본좌’ 농심이 이 아성을 깨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 ‘둥지냉면’이다. 농심은 ‘둥지냉면’을 앞세워 ‘팔도비빔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농심은 2005년 ‘찰비빔면’을 출시,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완패에 가깝다. 이에 지난해 5월 설욕을 벼르고 나온 제품이 ‘둥지냉면’으로, 농심은 내친 김에 ‘제2의 신라면 신화’까지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계절면 시장은 약 1500억원 규모다. 업계는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더운 날이 길어지면서 계절면 시장이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덩달아 400억원 규모인 인스턴트 냉면 시장도 올해 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둥지냉면’의 지난해 매출은 110억원. 올해 목표는 200억원대다. 출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농심은 ‘둥지냉면’의 시장 점유율을 20%대에서 올해 30%대 이상 끌어올린다는 복안으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회사 측은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전년 동기 대비 매월 120%의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초 계획했던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봉지(1인분) 가격이 1400원인 ‘둥지냉면’은 일반 유명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냉면의 맛을 가정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손쉽게 만들어 먹는 장점이 있다.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건면 형태로 대량 구입과 장기 보관이 용이하고, 1인분씩 포장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출시 1년 만에 계절면 선두 ‘팔도비빔면’바짝 추격
튀기지 않는 ‘네스팅공법’적용…옛 궁중냉면 재현

농심은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네스팅 공법’을 적용했다. 기존의 냉장유통 냉면의 한계를 극복한 이 공법은 면발을 새 둥지처럼 말아 튀기지 않고 바람에 그대로 말리는 새로운 면 생산 방식이다. ‘둥지냉면’이란 제품명도 여기서 나왔다.
농심은 냉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동시에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이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이태리의 건면 파스타 제조기술에 농심의 라면 제조 노하우를 접목했다. 약 2년의 연구 기간 동안 건면으로 둥지 모양을 잡기 위해 밀 144톤 가량, 메밀 5톤 가량의 원료가 들어갔다. 이는 ‘둥지냉면’ 12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특히 ‘둥지냉면’은 정통 냉면을 간편식으로 재현했다. 이 제품의 종류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가지다. 

‘둥지냉면 물냉면’은 국산 배와 국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를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살렸다. 농심은 고종 황제가 평소 즐기던 시원하고 깔끔한 궁중냉면을 구현하기 위해 궁중요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둥지냉면 비빔냉면’은 국산 배와 홍고추를 갈아 만든 비빔장을 저온에서 7일간 숙성해 매콤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물냉면에 달걀이나 메추리알, 배, 오이채 등을, 비빔냉면에 열무김치 등을 고명으로 곁들이면 맛이 더욱 살아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너무 짜다”…나트륨 과다 탓? 
“조미료 맛이”…향미증진제 탓?

농심은 올해 ‘냉면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포, ‘둥지냉면’의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을 확대해 한국 전통 면음식인 냉면의 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둥지냉면’은 맛과 품질 면에서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냉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냉면을 부담 없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통 냉면을 표방한 ‘둥지냉면’의 맛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맛있다’는 호평과 ‘맛없다’는 악평이 엇갈리고 있는 것.
‘친 둥지파’들은 블로그 등을 통해 “‘둥지냉면’은 시중에 나온 냉면 제품 중 가장 냉면다운 냉면”이라며 “시원한 육수와 면발의 적절한 조화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문제는 까다로운(?) 입맛이다. ‘둥지냉면’의 맛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너무 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둥지냉면(물냉면·161g)’ 1봉지의 나트륨 함량은 1940mg으로,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권장량(성인 기준 2000mg 미만) 대비 97%에 달하는 양이다. 다른 냉면 제품들의 경우 ▲오뚜기 ‘김장 동치미 평양 물냉면(500g)’3820mg ▲풀무원 ‘동치미 물냉면(495g)’2030mg ▲청정원 ‘우리밀 메일싹 물냉면(505g)’2460mg ▲CJ프레시안 ‘남도 매실냉면(430.8g)’1520mg ▲한국야쿠르트 ‘팔도 평양 물냉면(460g)’2610mg 등이다.

1봉지 나트륨 함량
1일 권장량 육박

이들 제품은 외관상으론 ‘둥지냉면’에 비해 1일 권장량 대비율은 물론 훨씬 많은 나트륨을 함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품중량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제품들의 1g당 나트륨 함량을 비교한 결과 농심의 ‘둥지냉면’은 12.05mg으로 ▲오뚜기 ‘김장 동치미 평양 물냉면’ 7.64mg ▲풀무원 ‘동치미 물냉면’ 4.10mg ▲청정원 ‘우리밀 메일싹 물냉면’ 4.87mg ▲CJ프레시안 ‘남도 매실냉면’ 3.53mg ▲한국야쿠르트 ‘팔도 평양 물냉면’ 5.67mg 등보다 2∼4배가량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가공식품, 그중에서도 국물이 있는 냉면류 식품은 상대적으로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며 “당국이 국민들의 나트륨 섭취 저감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의 나트륨 남용은 여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둥지냉면’의 짠맛과 더불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화학조미료(MSG) 첨가 여부다. 일부 소비자들은 “조미료 향이 너무 진하게 난다”며 ‘둥지냉면’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너무 조미료 맛과 향이 강해서 못 먹겠더라고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긴 하지만 육수에서 역한 냄새가 심합니다. 물냉면은 육수 맛인데 그 육수가 이상하니 말 다했죠. 조미료나 감미료 맛이 나 면만 건져 먹고 국물은 거의 버렸어요. 진짜 냉면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냉면이 아니라 조미료 탕에 가깝습니다.”

핵산계 조미료 첨가
“극소량…인체무해”


이런 와중에 한 냉면 전문가의 품평이 눈길을 끈다. 최근 모 언론이 수십년 동안 평양냉면을 연구해온 전문가에게 둥지냉면을 포함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5종류의 인스턴트 냉면들에 대한 평가를 맡긴 것. 보통 비빔면 제품이 맵고 진한 비빔장이 특징인 ‘함흥식’이라면 인스턴트 물냉면은 육수로 동치미 국물이 들어가는 ‘평양식’이다.

이 전문가는 테스트 결과 면은 5종류가 모두 비슷하지만 육수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모든 제품에서 단맛이 나는 가운데 이 중 ‘둥지냉면’ 육수가 가장 좋지 않다”며 “지나치게 감미료 맛이 난다”고 지적했다.
‘둥지냉면’에서 조미료 향이 진하게 나는 이유는 달고 시원한 향을 인공적으로 더해주는 ‘향미증진제’가 들어간 탓으로 분석된다. ‘둥지냉면’ 스프의 원재료는 고과당, 사과식초, 비프육수추출물, 무추출베이스, 배퓨레, 동치미추출농축액, 정제포도당, 정제염, 정백당, 정제수, 덱스트린, 양조간장, 치킨육수추출물, 맛베이스, 향미액, 화이트식초, 겨자맛페이스트, 구연산, 매실농축액, 합성착향료(오이향), 감초엑기스분말, 향미증진제, 건무, 건오이채, 건배추후레이크, 건배추, 볶음참깨 등이다.

농심은 이들 재료 외의 원료와 양을 ‘기업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농심 측은 ‘둥지냉면’에 화학조미료(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농심은 MSG 물질인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실제 ‘둥지냉면’에 첨가된 향미증진제는 핵산계 조미료인 이노신산이나트륨과 구아닐산이나트륨, 호박산이나트륨 등 합성첨가물로 구성돼 있다.

이기우 전 의원은 2007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MSG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향미증진제엔 이노신산나트륨이나 구아닐산나트륨 등 다른 인공조미료가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며 “식품업체에서 가공식품에 사용하고 있는 ‘무MSG’등과 같은 표시는 화학조미료 중에서 L-글루타민산나트륨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인데도 소비자들은 마치 모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MSG는 비타민 B6의 결핍을 초래해 과도하게 섭취하면 무력감, 두통, 발열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저혈당증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 따라서 식품업체들은 제품에 MSG를 아예 넣지 않거나 줄이는 추세다.

농심 측은 나트륨 과다 함량과 향미증진제 사용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조식인 ‘둥지냉면’과 이미 제품에 물이 들어가 있는 냉장용인 타사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둥지냉면’은 조리 시 중량이 기존 161g에서 (물을 포함해) 500g 이상으로 늘어나는데 이 경우 타사 제품과 1g당 나트륨 함량을 비교하면 서로 비슷하거나 둥지냉면이 적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노신산이나트륨과 구아닐산이나트륨, 호박산이나트륨 등의 향미증진제를 쓰는 것은 맞지만 전체 0.03% 미만의 아주 극소량에 불과해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며 “‘둥지냉면’에서 조미료 맛이 나는 건 향미증진제 때문이 아닌 소고기육수, 치킨육수베이스 등을 추출한 천연첨가물 향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심은 2007년 3월 이후부터 모든 제품에 MSG를 사용하지 않는 등 지속적으로 천연조미료를 개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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