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고수 2인에게 들은 국내 골프

2009.07.28 10:19:58 호수 0호

“골프를 사치가 아닌 운동으로 봐주세요”

클럽 챔피언이나 일반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사람이라면 골프 경력도 어느 정도 되고 골프, 골프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기 마련이다.  최근 열린 전국기업인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박해붕씨와 임미숙씨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골프에 대해 들어 보았다.

박해붕“매너 중요시 하는 사람 늘었으면…”
임미숙 “더욱 많은 이들이 골프 즐기기 바래”


일반 골퍼들에겐 프로 선수보다 클럽 챔피언이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된다. 또한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 참석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는 사람들을 향한 아마추어의 눈빛엔 부러움이 한가득이다. 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추어계에서 그런 눈빛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당연히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된다. 아무리 아마추어라지만 하나의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골프 경력도 어느 정도 되고 골프와 자신을 이해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수 소리를 들으며 필드에서의 원포인트 레슨 정도의 선물을 베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위치에 가게 되면 골프 실력 이외에도 자연스럽게 느는 것이 있다.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넓어지는 시야가 그것이다. 아마추어 고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골프와 아마추어 대회는 과연 어떨까. “지난해까지는 그냥 필드에 나가 운동하는 게 전부였어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구력 9년의 박해붕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프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었다. 나름대로는 주위에서 고수소리를 듣고 가끔 필드에 나가는 지인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기도 하고 라운드 후 욕탕에 앉아 오늘의 어떤 점이 아쉬웠다는 식으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박해붕 “삶 전체에 보탬”



70대 후반을 치는 실력이 언젠가부터 답보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더욱 노력을 해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박씨와 친분이 있는 모 프로로부터 대회에 참가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대회에 나가보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박씨는 그 프로의 권유대로 각종 골프장에서 여는 대회에 참석하고 스카이힐스에서 열렸던 스카치블루배에서 12등을 하는 등 조금씩 성적을 올리게 됐다.
 
이와 함께 박씨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창피당하지 않으려고 더욱 노력하게 되고 일에서 받는 피로를 핑계로 게을러지지 않으려 노력하게 됐다. 박씨는 “대회에 참가했던 게 골프뿐 아니라 삶 전반에 보탬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박씨에게 아마추어 대회의 아쉬운 점을 묻자 유명한 대회에는 인원이 많이 몰려 무질서해지는 모습을 간혹 보게 되는 것이 아쉽다는 말로 입을 연다.

디보트 보수나 그린에서 볼 마크한 자국을 보수하는 등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즐기기 위한 성격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아마추어 대회인지라 그런 모습들에 뭐라 할 수도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캐디를 대하는 모습 등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매너 없는 모습을 보면 절로 얼굴이 찡그려진다는 박씨는 “요즘 아홉 살 된 아들에게 골프를 조금씩 가르치고 있는데 골프의 기본적인 것들과 함께 골프를 할 때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서도 조금씩 얘기해주고 있어요. 골프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매너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피하게 해주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임미숙 “공정성 필요”

태안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임미숙씨는 골프경력이 20년인 베테랑이다. 골프 경력이 긴 만큼 이런저런 아마추어 대회에도 자주 참가를 한 편이다. “20년 전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었지만 제가 주위 시선에 민감한 편도 아니고 그냥 모른 척 넘어가고 했었죠.” 임씨는 요즘은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시선도 관대해지고 골프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져서 조금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이전에는 인근 지방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들에 자주 참석했었지만 2년 전부터 지금 팬션 일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바빠지자 자연 대회에 참석하는 횟수도 줄게 됐다.

요즈음은 거의 대회에 참가해보지 않았다는 임씨는 “월간골프배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던 한 친구의 권유로 같이 참가했다가 우승하고 받아온 상품(드라이버)을 남편에게 선물하자 남편의 태도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며 웃는다. 임씨는 “아마추어 대회는 일반적으로 지인들끼리 단체로 신청해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기 외적인 재미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라며 “팀 편성 시 안면이 없는 사람이 끼게 되면 지인들끼리는 서로 OK를 주며 넘기고 홀로 남은 사람은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는 모습까지도 본 적이 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또 팀 편성에 좀 더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 치는 사람과 못 치는 사람이 섞이게 되면 자연 시합다운 시합이 치러지기 어렵고 잘 치는 사람과 못 치는 사람 간 갈등만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월간골프배 대회는 오래되기도 하고 이전 대회 참가자들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추천해서 데리고 오는, 어찌 보면 가족적인 성격이 강한 대회라 자칫 느슨해질 염려가 있어요. 반대로 너무 공정성만 치중하다 보면 재미가 떨어지게 되죠. 아마추어 대회를 진행하는 분들은 이런 면에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해요.” 남자부 우승의 박해붕씨와 마찬가지로 임씨 또한 자신의 실력이 높고 낮음을 떠나 골프대회는 가능한 한 참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간만에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 자신감이 부쩍 늘고 이것을 계기로 연습도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아직도 골프에 대한 선입견을 품은 사람들을 보면 아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도 골프를 안 하는 사람이면 골프 얘기는 삼가는 편이라고. “골프를 한다면 특히 여자가 골프를 한다면 사치라고 생각하지 말고 운동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사실 파3를 이용하면 지방에는 18홀에 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곳도 많거든요. 노년기에 접어든 부부가 손을 잡고 풀밭 위를 거닐며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은 골프뿐이거든요.” 임씨는 골프에 대한 편견이 걷히고 더욱 많은 이들이 골프를 즐기게 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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