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검찰’ 내곡동사건 손 놓은 내막

2013.06.04 11:50:57 호수 0호

그때나 지금이나 몸통은 절대 안 건드려!

[일요시사=정치팀] MB정권의 시작과 끝에는 ‘특검(특별검사)’이 있었다. 특검팀은 MB와 그의 아들에게 각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BBK사건 특검은 이후 ‘MB검찰’로 불리며 명성을 날렸다. 특검무용론이 더욱 거세진 것도 이때다. 정권 말 ‘내곡동사건’을 맡은 특검은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범했지만 끝내 몸통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MB의 형사상 특권이 소멸해 기소가 가능한 지금은 어떨까? 과연 내곡동사건 수사가 늦게나마 제대로 진행은 되고 있을까?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의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형사상 소추는 엄격히 말해 ‘기소’를 의미한다.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에 심판을 구하는 행위로 ‘공소의 제기’라고도 한다. 대신 현직 대통령에 대해 기소 전 단계인 수사기관의 수사는 가능하다.

공소시효 10년

당초 내곡동 사저부지 사건을 맡은 이광범 특검은 “금기·성역 없는 수사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특검팀 수사가 개시된 10월16일 MB의 아들 이시형씨 등 10여 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곧바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MB의 형인 상은씨와 아들 시형씨의 사무실과 숙소, 자택 등 모두 7곳에 대한 전면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와 관계공무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강도높게 진행됐다.

나아가 특검팀은 MB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와 수사기간 연장 방침을 밝혔다. 법원이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특검의 수사는 점점 몸통을 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경호처 영장 집행이 무산되고 MB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면서 야심 차게 출범한 특검팀은 막판에 맥없이 수사를 종결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대통령실 경호처 특별보좌관,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심모씨 등 3명만 불구속 기소됐으며, 정작 내곡동사건의 당사자인 시형씨는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불구속 기소된 관련자들에 대한 2심 재판이 있었다. 서울고법은 MB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특검은 1심법원에서 인정한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애쓴 부분이 있고, 자신들이 행한 범죄에 대해 반성의 모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법부는 1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오랫동안 국가에 기여했으며, 이들이 직접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게 없기 때문에 이 정도 형벌이면 적당하다는 게 판결문의 핵심이다”라며 법원의 2심판결 내용의 취지를 전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앞서 지난 3월5일 내곡동 사저부지 사건에 대해 MB와 김윤옥 여사, 시형씨 등 세 사람을 특검 수사로 밝혀진 사실 등을 이유로 재차 고발했다. 그리고 2명의 경호처 관계자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있던 다음 날 ‘검찰이 내곡동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시민단체, MB수사 안 할 거 뻔히 알면서 고발했다?!”
대법원 최종판결 후 고발사건 수사 진행 지켜봐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을 전제로 “담당검사가 기자들과 한 티타임 자리에서 ‘시민단체도 수사 안 할 거 뻔히 알면서 고발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특검까지 수사한 상황인데 사실상 혐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고발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라고 검찰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현직에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소·고발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내부 규칙에 의하면 고발장이 접수된 후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에 관한 내용을 통지하도록 돼 있다. 이것은 훈시규정으로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접수하고 아무런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다. 범죄에는 시효가 있기 때문에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손을 놓은 채 시효를 넘기면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내사종결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각하를 해야 한다”라며 “현재로선 관련소송이 아직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사건기록 검토 등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명분은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소송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난 후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곡동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인 이들 세 사람은 내곡동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일사부재리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소멸하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재수사가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MB의 업무상 배임죄의 경우 형법의 특별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받아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공소시효는 이 법률에 의해 연장된다. 차기 정권의 대통령이 퇴임하는 때가 MB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하는 시점이다.

법조계 관계자가 “차기 정부에서 내곡동사건과 관련해 MB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배경에는 이러한 법리가 깔려있다. 하지만 관계자는 그때까지 내곡동사건 관련증거가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건의 소송자료 보존기간이 명시돼 있다. 정권이 바뀌어 재수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증거자료가 없으면 재판이 불가능하다. 관련자가 마음먹고 소송기록을 없애버리면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죄로 처벌받을 수 있겠지만, 내곡동사건 수사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사건 늦장수사


취재기자가 참여연대 관계자에게 "전에도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가"라고 묻자 “정치적 성격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런 경우가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내곡동사건 수사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검찰의 수사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이 되면 국회를 통해 특검을 요청하거나 비슷한 기조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대검찰청에 문의한 결과 대변인실 담당검사는 <일요시사>에 전화를 걸어 “대변인실에서 직접 말씀드릴 수는 없고 담당주무부서에서 '수사본부 준칙상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라고 밝혔다.

현재 참여연대의 고발까지 MB의 내곡동사건과 관련한 고발은 벌써 세 번째다. 과연 현 정권에서 MB와 그 일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2명의 전직 경호처 관계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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