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많아서⋯” 광장시장, 이번엔 ‘생수 2000원’ 폭리

2026.04.20 14:23:18 호수 0호

“바가지 걱정에 씁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끊이지 않는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식당에서 통상 무료로 제공되는 물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2000원씩 받고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6일, 한국 생활 13년 차인 미얀마 출신 유튜버 ‘카잉(서예은)’이 러시아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방문한 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영상 속에서 이들은 한 노점에 자리를 잡고 만두, 잡채와 소주를 주문했다. 이어 “물 있느냐”고 묻자 상인은 당연하다는 듯 “2000원”이라며 별도의 요금을 요구했다. 건네받은 물은 라벨은 있으나 정체 모를 500ml 페트병이었다.

이에 당황한 카잉은 “한국에서 물값을 따로 받는 건 처음 본다”고 말하자, 상인은 “(광장시장)에 외국인이 많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도 한국 사람(현지인)”이라며 농담조로 대응하자 상인은 “한국 사람한테도 똑같이 판다”고 응수했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순식간에 들끓었다. 대다수 누리꾼은 상인의 당당한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한 누리꾼은 “외국인이 많아서 물값을 받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 대놓고 외국인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선언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 밖에도 누리꾼들은 “조만간 휴지값, 젓가락값도 따로 받을 기세” “편의점보다 비싼 라벨 없는 물을 2000원에 파는 건 명백한 폭리” “한국 정서에 돈 주고 물 사먹는 건 없다” “편의점 물도 2리터짜리가 2000원 안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일각에선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일부러 ‘바가지 콘텐츠’를 찍으러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미 바가지 시장으로 낙인찍혔는데 굳이 찾아가서 당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런 영상이 계속 올라와야 시장 분위기가 그나마 경각심을 갖고 바뀐다” “현지 사정에 밝은 외국인 유튜버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익적인 측면이 있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광장시장의 바가지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8000원짜리 순대를 주문했음에도 상인이 임의로 고기를 섞었다며 1만원을 요구한 영상이 공분을 산 이후, 문제는 상인들 간의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건물 내 일반 점포들로 구성된 ‘광장시장총상인회’는 일부 노점의 바가지요금 탓에 시장 전체 이미지가 훼손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며, 노점 위주로 구성된 ‘광장전통시장총상인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예고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장시장은 건물 내 200여개 일반 점포가 속한 상인회와 먹자골목 250여개 노점이 속한 상인회가 별도로 운영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종로구 등은 협의체를 구성해 가격 표시제와 상인 교육 등 신뢰 회복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내놓은 대책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논란이 발생하면 해당 노점만 징계하고, 당국은 대책 마련을 약속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일부 상인들의 단기적인 이익 추구가 ‘K-푸드 성지’로 불리는 광장시장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친절 교육이나 가격 표시제 유도만으로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종로구청이 노점 소유주와 운영자를 일치시키는 ‘노점 실명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상인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매력은 넉넉한 인심과 가성비인데, 이제는 물 한 병 사 마시는 것조차 바가지를 걱정해야 하니 씁쓸하다”며 “강제성 없는 대책보다는 상인회 차원의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jungwon933@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