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체제, ISS '반대 권고‘에 제동?

2026.03.10 11:02:01 호수 0호

5% 지분 국민연금 선택에 촉각
주총 앞둔 ‘경영권 분쟁’ 분수령

[일요시사 취재2팀] 강주모 기자 = 오는 24일로 예정돼있는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ISS는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명확히 반대를 권고했다. 사유는 이번 주총의 본질이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며, 반복된 지배구조 왜곡과 통제 실패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 핵심은 ‘실적이 아닌 거버넌스’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최근의 실적 개선이나 주가 상승과는 별개로, 현재 고려아연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의 자금과 지배구조를 남용하는 ‘거버넌스 실패’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의 사유화(고가 자사주 매입 후 저가 유상증자 시도) ▲불투명한 상호주 형성(해외 자회사 SMC 등을 동원한 의결권 제한 논란) ▲가족 특혜 및 보수 체계(비등기 명예회장에게 대표이사급 퇴직금 지급)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영진이 글로벌 기준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익 편취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 발생했던 회사의 실질적 손실 및 리스크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실례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한 배당가능 이익이 고갈되면서 수십년간 이어온 중간배당 중단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 실질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점 ▲하바나1호 펀드를 통한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이그니오홀디스 고가 매입 논란 등 이사회의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진행된 대규모 투자들이 회사의 재무적‧법적 리스크를 키운 점 등이 지적됐다.

게다가 개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지출된 법률 및 컨설팅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주주들이 누려야 할 가치를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주총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이 ‘사적 지배’의 굴레를 벗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회복하느냐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의 표심에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5%(지난 2월 기준)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변동 내역에 따르면, 101만1484주를 보유 중이다(지난해 10월1일 기준).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의 지분율 차이가 불과 1%p 내외의 초박빙 구도인 만큼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향방이 판가름 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ISS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정책 기조에 발맞춰 반대 의견을 개진할 경우, 약 13.3%에 달하는 소액주주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간 소액주주들은 고려아연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과 배당 정책에 실망해 왔으며, 국민연금의 결정은 이들에게 ‘공정한 시장’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재명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의 주식을 갖고 있으니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를 직접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부당한 이득을 취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잡혀야 한다”며 시장 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척결 의지를 강조했던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는 이번 고려아연 주총의 향방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해 온 최윤범 회장 체제를 국민연금이 묵인한다면, 이는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주주 충실 의무’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7월3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대주주의 힘이 약해지는 반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 회장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분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974년, 영풍 창업주인 장병희 초대 회장과 최윤범 회장의 조부 최기호 고려아연 초대 사장이 공동 창업해 장씨 가문이 지주회사 역할을,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구조로 출발했다.

이후 2020년대 들어 두 가문의 경영권 및 투자 전략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제련, 글로벌 투자 등 대규모 투자 확대를 추진했던 반면, 영풍 측은 투자 규모가 과도하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며 최 회장의 경영 독주 등을 문제 삼았다.

4년 후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을 잡으면서 최윤범 VS 영풍·MBK 구도로 재편돼 현재까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재개에서 이번 분쟁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고려아연이 세계 1위의 아연 생산 기업인 데다 재벌 가문의 공동 경영 붕괴 사례인 점, 상법 개정에 따른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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