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징계 효력정지 인용⋯장동혁 리더십 ‘흔들’

2026.03.06 11:12:20 호수 0호

법원 “재량권 일탈·남용”
당무 행위에 이례적 제동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법원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비윤(비 윤석열)·반한(반 한동훈)’ 기조를 앞세워 징계를 주도했던 장동혁 지도부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5일 배 의원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사법부가 정당 내부의 당무 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민의힘이 징계 사유에 관한 충실한 심의를 거치지 않고 균형을 벗어난 징계 양정을 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배 의원이 피보전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달 13일 서울시당위원장이던 배 의원이 자신을 비방한 누리꾼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당 누리꾼의 미성년 자녀로 추정되는 아동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아동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배 의원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아동 사진은 이미 댓글 작성자가 자신의 프로필에 올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상태였기 때문에 배 의원이 동의 없이 새롭게 공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국민의힘이 아동에 대한 악성 비난 댓글이 달렸을 것을 전제로 징계를 내렸으나, 실제 게시된 댓글이 악성 비난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아울러 배 의원이 징계 심의가 시작된 이후에야 소명요청서를 받는 등 적법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번 징계가 갖는 실질적 파급력에도 주목했다.

법원은 “이 사건 징계 처분은 단순히 당원 자격을 1년 동안 정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당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서울시당위원장 지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일련의 권리가 모두 정지되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다”며 가처분 인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배 의원은 지난해 9월 당직선거를 통해 획득한 서울시당위원장 권한을 즉시 회복하게 됐으며, 징계 효력은 본안 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된다.

배 의원은 법원 결정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민주적 질서를 무너뜨렸던 장동혁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당의 시계를 다시 돌리겠다”고 복귀 의지를 밝혔다.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도 일제히 “상식의 승리”라며 장동혁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웬만하면 사법부는 정당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도저히 웬만하지 않은 한 줌 윤 어게인 세력이 보수 정당과 보수를 망치고 있다.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상식 있는 다수가 나서서 정상화시키고 미래로 가야 한다”며 “저도 함께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정훈 의원 역시 “상식이 승리했다. 배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복귀를 환영한다”며 “법원이 이례적으로 정당 일에 회초리를 든 건 그만큼 장동혁 지도부의 폭정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시라”고 일갈했다.

안상훈 의원도 “장동혁 체제하에 윤리위를 동원한 숙청 정치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상식의 승리”라고 가세했다.

이번 법원 결정은 ‘반대파 숙청’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장동혁 지도부의 징계 정당성에 사법부가 사실상 의문부호를 찍은 것으로, 지도부의 당 장악력과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권 확보를 위해 무리한 징계를 감행했다는 친한계의 공세가 법원 결정을 등에 업고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배 의원이 기사회생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또 다른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제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로 옮겨가고 있다. 같은 재판부가 심리를 맡고 있는 만큼, 배 의원의 가처분 인용이 김 전 최고위원 건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김 전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 지도부와 당원을 모욕했다는 이유 등으로 윤리위로부터 ‘탈당 권유’ 처분을 받았고,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자 지난달 9일 제명됐다.

김 전 최고위원의 가처분 신청 건은 오는 13일까지 양측의 추가 서면을 받은 뒤 이르면 다음 주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배 의원에 이어 김 전 최고위원의 가처분마저 인용될 경우, 장동혁 지도부가 주도한 ‘줄 징계’의 명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는 사실상 정적 제거를 위해 윤리위를 동원했다는 ‘사당화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세에 몰린 지도부가 사법부의 정당 내부 문제 개입을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당 지도부는 6일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일단 몸을 낮췄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의신청을 검토하는 등 대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배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전 최고위원의 관해서도 저와 마찬가지로 징계 절차의 하자 문제나 법원이 보기에 ‘정당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지금이라도 내부를 향한 총질, 칼질은 이제 그만 거두고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부분들에 대해 용기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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