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안에 세 점을 찍으면 무수한 삼각형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가장 넓은 면적을 확보하는 도형은 단 하나, 정삼각형이다. 세 점이 정확히 120도의 간격을 이룰 때 내부 공간은 최대가 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면적은 줄어든다. 균형이 무너질수록 공간은 축소된다. 기하학은 구조의 냉혹한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국가 권력 역시 국가라는 원 속의 하나의 삼각형이다.
국가 권력이 입법·행정·사법이라는 세 축이 긴장 속에서 균형을 유지할 때 민주주의의 공간은 확장된다. 반대로 어느 한 축이 비대해지거나 다른 축이 위축되면 권력구조는 대칭성을 잃는다. 제도가 존속하더라도 작동 원리가 변질되면 헌정질서의 무게중심은 이동한다. 그때 줄어드는 것은 권력의 비율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자유와 법치, 그리고 제도에 대한 신뢰의 영역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는 이 기하학적 명제 위에 놓여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월28일, 임시국회를 통과했던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일괄 의결됐다. 대법관 증원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왜곡죄를 신설한 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를 도입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법률안과 공포안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세 법안은 시행 시기만 다를 뿐 모두 현실화 단계에 진입했다. 대법관 정원은 14명에서 26명으로 확대되고, 판·검사의 법 적용 행위에 형사 책임을 묻는 규정이 신설된다. 일반 법원의 재판 역시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법 체계 전반에 새로운 통로가 열렸다.
표면적으로 이는 사법제도의 정비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사법 권력의 위상과 작동 원리를 다시 설계하는 변화에 가깝다. 개별 제도의 개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력 삼각형의 각도를 재조정하는 작업이다.
법왜곡죄는 사법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동시에 판결의 독립성과 형사책임 사이에 새로운 긴장을 형성한다. 판사의 판단이 형벌 위험에 노출될 경우 사법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역시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재판소원제는 권한 지형을 다시 그리는 제도다. 헌법재판소가 일반 법원의 재판을 직접 심사하게 되면서 사법 권력 내부의 위계와 기능 배분은 재정렬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단순한 절차 확대가 아니라 사법 권력의 축 이동을 의미한다.
대법관 증원 또한 인력 보강 차원을 넘어선다. 사법 권력의 규모 확대는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권력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는 효과를 수반한다. 양적 팽창은 질적 구조 변화를 동반한다.
세 제도는 서로 다른 명칭을 갖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사법 권력의 좌표를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우려되는 대목은 최근의 권력 지형이 정삼각형의 균형에서 점차 이탈하는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권력 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법은 정치의 수단으로 전환되고, 개혁은 구조 재편의 도구로 기능한다. 그 결과 민주주의의 공간은 서서히 수축된다. 균형 대신 힘의 방향이 제도를 규정하기 시작할 때 헌정 질서의 안정성 역시 흔들린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사법개혁 입법과 함께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권력구조와 지방 행정 체계, 기업 지배구조가 동시에 재편되는 장면이었다. 개별 정책은 달라도 국가 시스템의 좌표를 재조정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흐름이다.
5일 개회해 12일부터 본회의가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 역시 같은 연장선에 서 있다. 행정통합 특별법, 대미투자 특별법,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 법안 등은 입법·행정·사법 권한의 배분 구조를 다시 짜는 법안들이다. 검찰 권한을 둘러싼 국정조사 논의 또한 권력 지형 변화를 예고한다.
각 법안은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국가 권력 삼각형의 각도를 조정하는 결정들이다. 그래서 핵심은 통과 여부가 아니다. 권력 균형을 확장하는 개혁인지, 힘의 비대칭을 고착화하는 구조 변화인지가 본질이다.
기하학은 단순하다. 균형이 무너지면 면적도 줄어든다. 권력 역시 다르지 않다. 한 축이 비대해질수록 다른 축은 위축되고, 그 사이에서 법치의 공간은 축소된다. 우리는 지금 헌정 질서의 각도가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정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가 같을 때만 유지된다. 어느 한 변이라도 길어지는 순간 도형은 일그러진다. 권력구조 역시 같다. 입법이 과도하게 비대해지거나 사법이 정치의 중심축으로 이동하면 삼권의 균형은 깨진다. 견제의 축이 확장의 축으로 변질되는 순간 안정성을 상실한다.
국가의 힘은 권력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권력 사이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정삼각형이 가장 안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 축이 긴장 속에서 균형을 유지할 때 국가의 제도적 공간은 확장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법치와 공정성 역시 그 토대 위에서 강화된다.
삼권의 기능은 명확히 구분된다. 입법은 규범을 만들고, 행정은 이를 집행하며, 사법은 해석과 판단을 담당한다. 국가 작동의 출발점이 입법에 있는 이유다. 입법부가 국민의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 의석이 곧 정당성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대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 입법이 반복될 경우 입법의 우선성은 책임의 원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입법권은 지배의 특권이 아니라 권력 균형을 설계하라는 국민의 위임이다. 다수의 힘일수록 절제와 합의의 책무는 더욱 무거워진다.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권력구조의 균형은 가장 먼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각형이 일그러지는 순간, 국가는 가장 넓은 제도적 신뢰의 공간을 잃는다. 지금 우리가 조정하고 있는 권력의 각도가 어떤 도형을 만들지, 그 결과는 결국 민주주의의 밀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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