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중도하차’ 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2026.02.06 08:37:02 호수 1570호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여야 현역 국회의원들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한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회의원의 광역단체장 출마를 둘러싼 비판적 담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시점이다. 국회의원은 국정 전반을 다루라고 선출된 자리인데, 임기 중 지방선거에 나가면 유권자 입장에선 “국회 일은 뒷전 아니야?”라는 불신이 생기고 특히 지역구 의원일수록 지역 민원·입법 활동 공백 문제가 크다.



그래서 ‘중도 하차 정치’ ‘무책임한 이탈’ ‘세금 낭비’라는 강한 표현들이 동원되며, 마치 이 선택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인 것처럼 규정된다. 또, 국회의원을 다음 단계로 가는 발판처럼 활용한다는 인식이 자리해 “국회의원이 힘드니까 단체장으로 옮긴다”는 식의 정치 불신과 엘리트 정치의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과연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게 재단될 수 있는 사안일까? 민주주의는 책임의 완주만큼이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제도다. 물론 국회의원은 입법·견제, 단체장은 행정 책임자 역할로 성격이 달라 충분한 준비 없이 이동하면 행정 전문성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국정 경험을 지방행정에 활용할 수 있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유권자가 선택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유권자가 부여한 책임이지만, 그 책임의 본질은 ‘의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있다. 만약 더 넓은 행정 권한과 직접적인 집행 능력을 통해 지역과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판단 자체를 도덕적 결함으로 단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신과는 거리가 있다.

흔히 제기되는 ‘의정 공백’ 논리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한 명의 이동이 곧바로 국정 마비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 국회는 개인의 역량만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며, 제도적 연속성을 전제로 작동한다. 보궐선거 비용을 문제 삼는 주장 또한, 민주주의의 비용을 정치인의 책임으로만 환원하는 단선적 시각에 가깝다.

선거는 비용이 아니라 주권 행사에 따른 필연적 과정이다. “국회의원으로도 지역발전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입법과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실제 정책 집행과 행정 조정, 조직 운영의 무게는 광역단체장이 감당하는 영역이다. 지역의 구조적 문제, 산업 재편, 인구 감소와 같은 과제는 입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회의 경험을 행정의 현장에서 풀어내겠다는 선택을 ‘정치적 욕망’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의도 추정일 수 있다.

나아가, 현직 단체장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경쟁자의 도전을 ‘도덕적 문제’로 규정하는 태도야말로 경계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경쟁을 통해 검증받는 체제다. 현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전을 부정하거나, 도전자를 ‘책임 회피자’로 낙인찍는 순간, 선거는 선택의 장이 아니라 방어의 논리가 된다.

진정한 자신감은 상대의 출마를 막는 데서 나오지 않고, 유권자의 판단을 믿는 데서 나온다.

특히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주관적인 잣대다. 정치적 정당성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도덕 감정이 아니라, 선거라는 공개된 검증 과정을 통해 판단받는다.

유권자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면 표로 심판하면 될 일이다. 그 이전에 출마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신으로 비칠 수 있다.

정치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영역이다. 누가 어느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통해 공동체에 무엇을 남겼는지가 중요하다. 임기를 채웠지만 아무 변화도 만들지 못한 정치와, 새로운 역할을 선택해 실질적 성과를 만든 정치 중 어느 쪽이 더 책임 있는 정치인지에 대한 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방선거는 ‘자리를 지키는 사람’과 ‘도전하는 사람’ 중 하나를 도덕적으로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더 나은 비전과 실행력을 갖추었는지를 묻는 시간이다. 특정 선택을 미리 ‘정의롭지 않다’고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유권자의 판단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정치는 신뢰 위에 서야 하지만, 그 신뢰는 자유로운 선택과 공정한 경쟁을 존중할 때 비로소 두터워진다. 국회의원의 광역단체장 도전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의 대상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권자가 “국회의원보다 단체장이 더 적합하다”라고 판단했다면 그 선택은 민주주의 원리상 존중돼야 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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