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평역 환기시설의 백운공원 설치, 가당키나 한가?

2026.01.29 16:32:46 호수 0호

부평역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 노선의 수직 환기시설(장대수직환기구, #6번)이 백운역 인근 백운공원에 이전 설치 공사가 시작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GTX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대시설의 입지 선정 과정에서 언제나 주민 삶의 질과 정면으로 충돌해 왔다.



이번 백운공원 환기시설 설치 논란 역시 ‘왜 하필 인근 전철역의 공원이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백운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다. 백운역 일대 주민들에게 이곳은 도심 속에서 숨을 고를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놀고, 어르신들은 산책로를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런 공간 한복판에 대형 환기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행정 편의가 주민 생활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기시설은 ‘보이지 않는 시설’이 아니다. 구조물 자체의 규모는 물론이고, 환풍기 소음, 진동, 미세먼지 재비산, 유지·보수 차량의 출입까지 수반된다. GTX가 고속으로 운행되는 만큼 터널 내 공기 흐름을 관리하는 환기시설은 상시 가동이 불가피하다.

행정 당국은 기준치 이내의 소음과 미세먼지가 배출된다고 설명하지만, 기준치라는 숫자가 주민 체감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수많은 철도·도로 시설 분쟁이 이미 증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입지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왜 GTX-B 노선 프리미엄을 직접적으로 누리게 될 부평역 인근의 부평공원이 아닌 백운공원인가? ▲이전에 따른 대안 부지는 충분히 검토됐는가? ▲주민 의견수렴 과정은 형식에 그치지 않았는가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도 생략됐다.


인천시는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담당자가 휴무라서 다음 주에나 답변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GTX 사업이 국가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세부 시설에 대한 결정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통보되는 경우는 GTX-B #16번 환기구 설치 사례서도 확인된다.

당초 #16번 환기구 설치는 서울 성동구 소재의 꽃재어린이공원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교육환경보호법(대기오염배출시설, 교육환경보호구역)에 따라 결국 1.3km 떨어진 용두공원으로 이전이 확정됐다.

이번 사안 역시 이전 설치 공사를 시작한 후에야 주민들이 해당 내용을 인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인천투데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난 2023년 8월 실시설계 당시부터 GTX-B 노선 부평역의 환기구 공사 위치를 애초 십정3 재개발구역에서 백운공원으로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후 3개월 후와 이듬해 1월 개최된 주민설명회에선 십정3 재개발구역이라고 설명했다. 그해 7월 실시계획 승인 후에는 더 이상 주민 대상 설명회는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 12월22일, 벌목 등의 대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지역주민이 환기시설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황은철 힐스테이트 부평 입주자대표회장은 “(인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해와 설득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최근 개최된 주민설명회에서도 매니저를 앞세워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다른 날짜를 정해 달라고 통보했다.

특성상 공원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고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순간, 그 공간은 더 이상 같은 공원이 아니다. 대체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약속은 흔히 제시되지만, 기존 공원이 지닌 접근성과 정서적 가치를 동일하게 대체한 사례는 드물다.

특히 백운공원처럼 생활권 중심에 위치한 공원은 ‘면적 보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공공재다.

행정은 종종 ‘공익’의 뒤에 숨는다. GTX가 가져올 시간 절약과 경제적 효과는 분명 공익적 요소다. 그러나 공익은 단일한 값이 아니다. 광역 교통 편익과 지역주민의 생활 환경 보호는 동시에 고려돼야 할 더 소중한 공익이다. 그 균형을 포기한 채 한쪽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익이 아니라 편의의 강요에 가깝다.


기술적 대안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환기구 분산 배치, 지하화, 산업·상업 지역 활용, 기존 철도 부지와의 연계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에도, 가장 저항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공원을 선택했다면 이는 명백한 행정의 안일함이다.

비용 절감이나 공기 단축을 이유로 주민의 일상을 희생시키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환기시설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곳곳에서 반복돼 온 ‘혐오시설의 공원 입지’라는 오래된 패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공원은 개발의 여지가 남아 있는 빈 땅이 아니라, 이미 시민의 삶으로 채워진 공간이다. 이를 개발 여지로만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자체와 사업 주체는 지금이라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형식적인 설명회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대안 비교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백운공원 환기시설 계획을 철회하거나 최소한 다른 입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이는 행정에 대한 불신과 갈등만 키울 뿐이다.

빠른 이동을 위한 GTX가 지역 공동체를 갈라놓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통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그 미래를 살아갈 주민의 현재를 외면한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 이번 백운공원 환기시설 설치 논란은 행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발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답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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