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피습 사건을 국가 차원의 테러로 공식 지정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22차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발생했던 가덕도 신공항 피습 사건을 테러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지난 2016년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 이후 첫 사례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K-민주주의의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간 조사·수사가 너무 부실했고, 시간이 오래 지났다”며 “대테러 체계를 전반적으로 보완해 대한민국에서 테러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월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 시찰 도중 60대 김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을 찔려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를 범행 동기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총리실은 “김 총리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대테러 합동조사 결과, 피의자의 행위가 테러방지법상 테러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법제처의 법률 검토도 추가로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테러는 피해 당사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가에도 큰 충격을 주고, 예방하는 데 있어서도 상상하지 못할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며 “모든 국가적 경각심을 총동원해 뿌리를 뽑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정에 따라 가덕도 피습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추가로 실시하고, 선거 기간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배후 세력 존재 여부와 사건 축소·은폐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당시 사건이 테러로 지정되지 않은 경위와 초동 조치 과정에서의 증거인멸 여부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테러 지정에 대해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냈다.
김지호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 피습 사건을 ‘국가 공인 1호 테러’로 지정하고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식 절차에 착수한 것을 환영한다”며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사건의 성격을 바로 세우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당 대표를 향한 물리적 위해는 개인에 대한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겨냥한 중대한 정치적 폭력”이라며 “이 사건은 윤석열정부 시절 단독·우발 사건으로 축소 관리돼 충분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범행의 동기·배후, 공범 여부는 물론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축소·은폐 시도와 책임 소재까지 한 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적 폭력 앞에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발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국가나 지자체도 아닌 개인을 상대로 지정한 것”이라며 “과거 박근혜 피습이나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피습부터 소급하지 않고, 갑자기 이 대통령 사건부터 테러 행위로 지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피습 사건과의 형평성이 향후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결정이 ‘정치인 피습’ 가운데 처음으로 테러 지정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과거 유사 사건과의 비교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지원 유세 도중 흉기에 피습돼 얼굴에 자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장기간 수형생활 이후 사회에 대한 불만과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다만 일각에선 당시 테러방지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해당 사건을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편 테러방지법은 ‘9·11 테러’ 직후인 지난 2001년 김대중정부에서 정부 입법 형태로 처음 발의됐으나, 사생활 침해 등 오·남용 우려가 불거지며 입법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시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소행으로 프랑스 시민 130여명이 숨진 ‘파리 테러’ 사건을 계기로 입법 논의가 재점화됐고, 지난 2016년 새누리당 개정안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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