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체포 방해 5년, 내란의 기준이 되다

2026.01.18 11:00:38 호수 0호

백대현 판결이 다음 선고와 7개 재판 움직이는 가이드라인

지난 13일 조은석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재판장) 결심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 구형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1월16일 형사합의35부 백대현 재판장은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구형은 10년이었고, 선고는 그 절반이었다.



이 두 장면은 서로 다른 사건의 결론처럼 보이지만, 같은 시간축 위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체포 방해 5년 판결은 다음달 있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그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

재판은 각각 독립돼있으나 판결문은 축적되고 이동한다. 특히 하나의 사건군에서 나온 첫 판결은 이후 재판의 방향을 규정한다. 이번 체포 방해 5년 선고는 단순한 형량 판단이 아니라, 내란 우두머리죄 판단의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형량보다 중요한 판시

많은 이들이 체포 방해 5년을 두고 “가볍다” “구형의 절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판결문이 무엇을 사실로 확정했는가다. 형사재판에서 진짜 무게는 형량이 아니라, 그 형량을 가능하게 만든 사실 인정의 구조에 있다.

백대현 재판부는 체포 방해 사건을 다루면서 공수처 수사권,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 권력의 법 집행 저지 여부를 정면으로 판단했다. 이는 내란 재판에서 반복돼 온 방어 논리를 처음으로 사법적으로 정리한 판결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이 순간부터 내란 재판의 중심은 절차 논쟁이 아니라 행위의 성격과 책임의 무게로 이동한다. 이것이 백대현 재판부 판결이 만든 가장 큰 변화다.

체포영장 적법성 판단이 만든 방어선 붕괴

윤 전 대통령 측은 줄곧 “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없다” “체포영장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는 내란 재판에서 실체 판단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한 핵심 방어 전략이었다. 절차를 흔들면, 실체 판단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대현 재판부는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을 명시적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부수적 의견이 아니라, 유죄 판단의 전제가 되는 핵심 판단이다. 즉, 절차 문제는 더 이상 회피의 통로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다음달 지귀연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주장은 이미 존재하는 백대현 재판부의 판결문을 넘어야 하는 주장이 된다. 내란 재판의 균형추는 이 지점에서 이미 움직였다.

‘사병화’라는 단어가 남긴 법적 파장

백대현 판결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현은 경호 조직의 ‘사병화’다. 이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법원이 선택한 평가다. 법원은 이 단어로 권력 행사의 성격을 규정했다.

국가기관이 법 집행을 거부하거나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순간, 문제는 단순한 직무 방해를 넘어선다. 헌법 질서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된다. 이 인식은 내란 우두머리죄의 핵심 구성요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체포 방해 판결은 이미 권력 행사의 성격을 기록으로 남겼다. 다음달 내란 재판은 이 기록 위에서 고의와 책임의 범위를 판단하게 된다.

계엄 절차 하자에 대한 첫 사법 판단의 의미


이번 판결은 체포 방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 심의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이는 내란 본류의 핵심 쟁점이다. 계엄은 결과보다 절차가 먼저 문제 되는 행위다.

헌법상 계엄은 극단적 권한 행사다. 그래서 절차가 엄격해야 한다. 그 절차가 무너지면, 목적이 무엇이든 헌정 질서는 훼손된다. 백대현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이 문제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사법적으로 문제 제기된 절차는 판결의 배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체포 방해 5년이 만든 양형의 기준선

우두머리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예정된 중대 범죄다. 체포 방해 5년과 단순 비교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형에는 공통의 문법이 있다.

백대현 판결은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점” “법치주의에 끼친 중대한 해악”을 양형의 핵심 사유로 들었다. 이 문장은 내란 우두머리죄의 양형 논리와 거의 겹친다.

5년이라는 숫자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양형의 방향과 온도는 이미 설정됐다.

다음달 지귀연 선고에 대한 예측

다음달 지귀연 재판의 선고는 세 갈래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사형이다. 이는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가장 단호한 법적 메시지다. 정치적 파장은 크지만, 법리적으로 배제된 선택은 아니다.


둘째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다. 우두머리성은 인정하되, 폭동성과 직접 지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셋째는 장기 유기징역으로 우두머리 판단을 일부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절차 논쟁이 정리된 지금, 이 선택지는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왜 나머지 7개 재판에도 영향 미치나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8개 재판은 사건명만 다르지, 같은 법리 구조를 갖고 있다. 공수처 권한, 계엄 절차, 지휘 책임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모든 사건을 관통한다.

백대현 재판부는 이 공통 구조에 대해 첫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이후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매번 이 판단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은 법리 싸움 이전에 구조적 부담이다.

그래서 백대현 판결은 단일 사건을 넘어, 사건군 전체의 기준점으로 작동한다.

체포 방해 5년은 선고 아닌 경고

다음달 지귀연 재판부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는 1월 13일의 사형 구형과 지난 6일의 체포 방해 5년 선고를 반영해 내려진다. 그리고 이 순서는 우연이 아니다.

법원은 독립돼있으나 판결은 고립돼있지 않다. 하나의 판결은 다음 판결의 기준이 되고, 압력이 된다. 백대현 판결은 이미 그 역할을 했다.

다음달 선고는 단순히 윤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형벌 판단이 아니다. 권력이 헌법을 밀어냈을 때, 사법부가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이다. 체포 방해 5년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를 외면한다면, 다음 판결은 선고가 아니라 사법의 후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6일 체포 방해 판결과 다음달 내란 우두머리 선고는 모두 1심이다. 윤 전 대통령이 항소와 상고에 나설 경우 재판은 장기화될 수 있다. 그 사이 재판은 반복되고, 기준은 흐려지며, 사회와 국민은 피로해진다. 사법부가 이 국면을 명확한 기준으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판결이 아니라 사법의 신뢰로 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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