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물을 ‘반려’로 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그 삶을 책임지는 내내 안고 가야 할 감정의 무게도 작지 않다. <일요시사>는 인간에게 학대받던 동물이 인간에게 구조돼, 인간과 부대끼는 과정을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와 함께 따라가 봤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에서 함형선 위액트 대표와 전혜수 활동가를 만났다. 함 대표는 출산을 앞둔 상태라 몸이 무거운 와중에도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 답변을 통해 위액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턱 낮춰
사단법인 위액트는 동물구조단체로, 지난해 3월 경북에서 산불이 났을 당시 고립된 개, 고양이, 염소 등을 구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동물 학대, 유기 등의 제보를 받으면 사전 조사를 거쳐 구조팀을 구성, 전국 어디로든 달려가는 단체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위액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게 구조팀이 아니라 임보(임시보호)·입양팀이라는 점이다.
함 대표는 “위액트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구조, 임보, 국내·해외 입양 등 모든 일을 팀원 전체가 다 같이 했다. ‘위액트팀’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팀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생긴 게 임보·입양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위액트의 입양, 임보 절차는 우리의 프라이드이자 강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 위액트의 동물 입양 절차는 동물구조단체 중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위액트 입양팀은 구조 동물이 어떤 가족의 품에 안겨야 가장 행복하게 평생 살아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대기업 채용 과정에 버금가는 절차를 통해 입양자의 ‘진심’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다.
먼저 위액트 SNS나 신문 등을 통해 공고로 올라온 구조 동물을 확인한다. 입양 의사가 있는 사람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입양 신청서 첫머리에는 “깊이 고민해 내린 결정이신 만큼, 신청서에 그 마음을 담아주시길 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입양자의 진심과 결심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신청서에는 구조 동물을 입양하고 싶은 이유를 비롯해 신청자의 정보 등을 묻는 질문이 있다. 주거 환경, 가족 구성원 정보,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 구조 동물을 입양한 뒤 경제적으로 비용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인근의 동물병원 유무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 구조 동물 입양 후 변화할 삶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재해달라고 요청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신청자의 삶 전반이 드러난다. 생활 수준부터 마음가짐까지 신청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구조 동물이 생활하게 될 공간, 즉 신청자의 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한다. 신청자로선 상당히 부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웬만한 마음으로는 입양은 엄두조차 못 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입양 신청서가 통과되면 화상 면접, 트라이얼 등의 과정이 이어진다. 트라이얼은 위액트의 입양 절차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전 활동가는 “2주 동안 신청자와 구조 동물에게 미션을 준다. 이 미션에 대한 내용을 주마다 수행해서 위액트에 주면 다시 우리가 피드백을 주고 보완을 요청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구조 동물과 신청자가 함께 살아갈 공간에서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트라이얼 과정까지 마치면 최종 면접을 통해 입양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까지 약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이후 입양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기까지는 또 6개월이 걸린다. 한 마리의 구조 동물을 입양하는 데 반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함 대표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1400두의 구조 동물이 입양됐다. 국내와 해외 입양 두수를 따로 분류한 게 2021년 이후부터라 전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국내에서 파양된 수는 3건”이라며 “기적적인 숫자”라고 말했다. 3건의 파양에 대해서는 임신, 경제, 건강 등 입양자의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00두 이상 구출
절차 간소화로 매력도 업
현재의 입양 절차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위액트는 최근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했다. 위액트 입양 절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트라이얼 과정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함 대표는 “트라이얼 과정은 입양 신청자들에게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 덕분에 내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고마움을 표하는 분이 있고 ‘이 개만 입양하고 다시는 위액트랑 얽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며 “트라이얼 자체가 계속 검증받는 과정이라 (신청자 입장에서는) 시험받는 기분이 들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위액트는 지난해 10월 논의를 통해 지난 12월 입양부터는 트라이얼 절차를 없애기로 했다. 함 대표는 구조 동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구조 동물이 똑같이 입양 시장에 나왔을 때 신청자가 위액트의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입양을 포기하는 사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함 대표는 “구조 동물의 매력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는 너무 키우고 싶은데 저 절차대로 하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매력이 떨어지지 않나. 절차로 애들의 매력을 깎아내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지난 10월부터 논의하기 시작해 12월 초부터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절차가 복잡하면 구조 동물이 좋은 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입양 기회가 줄어들고, 절차가 간소화되면 기회는 늘어나지만 검증이 약해질 수 있다. 위액트의 결정은 상당한 딜레마를 안고 시작한 셈이다. 그럼에도 결정을 밀고 나가는 건 교묘하게 변형된 방식으로 동물을 입양, 판매하는 신종 펫숍, 신분증만 있으면 바로 입양이 가능한 시 보호소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전 활동가는 “강아지, 품종견, 흰 모색이 입양이 잘된다. 성북구에서 구조한 강아지는 입양하고 싶다는 신청서가 100건 넘게 들어오기도 했다. 거꾸로 말하면 성견, 믹스, 털이 하얗지 않은 개는 입양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 아이들의 매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입양이 잘 안 되는 ‘진도믹스’에 대해 언급했다. 전 활동가와 함 대표는 “(진도믹스는) 정말 깨끗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에서 진도믹스 견을 키우고 있다는 함 대표는 “물건을 물어뜯는 저지레가 거의 없다. 또 실외 배변을 선호하기 때문에 굉장히 깔끔하다. 점잖고 조용하다”고 진도믹스의 매력을 늘어놨다.
함 대표는 “매년 그랬지만 지난해는 더 많이 달린 해다. (지난해) 1월 초부터 10마리 이상의 대규모 구조가 있었고 산불로 한 달 넘게 경북, 경남을 오갔다. 지난해 구조한 개가 200마리 정도다. 위액트는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2025년은 또 다른 성장을 한 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해를 잘 마무리한 점에서 뿌듯함도 있고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무서움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 올해 위액트 진짜 잘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더 많은 기회
전 활동가는 “트라이얼을 없앤 만큼 입양 문턱을 낮추고 소통방식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더 많이 문 두드려 주셨으면 한다. 신혼부부, 1인 가구 등은 입양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집을 비우는 시간이라든지, 자녀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건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비가 돼있으면 충분히 입양 가능하니 많이 신청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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