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간헐적 수면, 2026년의 건강 관리법

2025.12.27 11:39:08 호수 0호

매일 잠이 부족한 직장인 위한 회복의 구조

이제 곧 2026년이 시작된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같은 다짐을 한다. 덜 아프게 살자, 덜 지치게 버티자, 이번만큼은 건강을 놓치지 말자고. 그러나 직장인의 현실은 새해 인사만큼이나 빠르게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일정은 다시 빽빽해지고, 회의는 늦어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또다시 자정 너머로 밀려난다. 건강은 늘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건강을 지킬 시간은 늘 가장 먼저 양보된다.

“매일 7~8시간 충분히 주무세요.”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직장인에게 이 문장은 권고라기보다 이상에 가깝다. 매일 충분히 자는 삶이 가능했다면, 우리는 애초에 이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방식의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매일 잘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

필자는 평일엔 평균 4시간 정도 잠을 자며 늘 약간의 피로를 안고 살지만, 금요일 밤 10시부터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12시간을 푹 자고 나면 한 주의 피로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 긴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시 한 주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재충전 시간이다.

토요일 오후에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일요일을 비교적 차분하게 보내고 나면 월요일은 다시 감당 가능한 하루가 된다. 평일에 조금 피곤하더라도 “금요일 밤부터 12시간 잔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한 주를 버틸 힘이 생긴다.


필자는 이 생활 방식을 ‘간헐적 수면’이라고 명명했다. 간헐적 단식이 하루의 식사 시간을 제한해 몸의 리듬을 재정비하듯, 간헐적 수면은 일주일 단위로 수면의 밀도를 회복하는 방식이다.

간헐적 단식이 매일의 공복 시간을 관리하는 전략이라면, 간헐적 수면은 “일주일에 단 한 번, 깊게 쉰다”는 선택이다. 매일 잘 수 없으니, 제대로 잘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이 체중 감량이나 혈압, 대사 리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알려지며, 우리는 하나의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몸은 ‘계속 채우는 상태’보다 ‘의도적으로 비워지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수면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깊은 잠에 들어가면 몸은 깨어 있을 때 미뤄뒀던 정비 작업을 시작한다. 근육은 이완되고, 신경은 과열을 식히며, 기억과 감정은 정리된다. 매일 조금씩 자는 수면이 ‘유지’라면, 길게 자는 숙면은 ‘회복’에 가깝다.

그래서 필자는 12시간이라는 시간을 권하고 싶다. 단순히 오래 자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정신이 외부 자극에서 거의 완전히 차단되는 시간이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이 12시간은 ‘신체가 잠시 정지된 상태’다.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매주 한 번 우리는 잠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알람도, 일정도, 사회적 역할도 잠시 내려놓고 존재 자체를 멈추는 시간. 그리고 다시 깨어나면, 이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상태로 한 주를 시작한다. 매주 죽었다가 새롭게 살아나는 감각으로 월요일을 맞는 것이다.

필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매일 사람을 만나고 일정이 빽빽한데 어떻게 버티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 필자는 “비결은 따로 없고, 일주일에 한 번 12시간을 통째로 자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 비결이다”고 말한다. 이 습관을 1년 넘게 유지해보니 회복 속도가 빨라졌고, 무엇보다 감정의 소모가 덜해졌다.

간헐적 수면의 방법은 단순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금요일 밤 10시쯤부터 토요일 아침 10시쯤까지 자는 것이다. 토요일에 업무가 없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토요일까지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토요일 밤 10시부터 일요일 아침 10시까지가 현실적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바쁜 목회자나 자영업자라면, 일요일 밤 10시부터 월요일 아침 10시까지도 가능하다. 핵심은 요일이 아니라 ‘연속된 12시간’이다. 상황에 따라 평일 중 하루를 정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미루지 않고 지키는 태도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있다. 간헐적 수면은 의학적 치료법이 아니며,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건강 상태, 연령, 질환 여부에 따라 수면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평일 수면이 극단적으로 부족하거나, 심각한 피로와 불면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우선돼야 한다. 이 칼럼은 특정 수면법을 처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회복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문제 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방식을 2026년을 시작하는 직장인들에게 하나의 모델로 제안하고 싶다. 우리는 더 오래 일해야 하고, 더 복잡한 사회를 살아야 하며, 더 빠르게 소모된다. 그런 시대일수록 ‘매일 완벽하게 관리하라’는 조언보다 ‘현실 속에서 회복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간헐적 단식이 식사에 대한 강박을 풀어줬듯, 간헐적 수면은 수면에 대한 죄책감을 줄여준다. 매일 충분히 자지 못해도 괜찮다. 대신 몸과 마음이 확실히 회복되는 12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면 된다.

어쩌면 건강 관리의 핵심은 더 열심히 사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멈추는 법을 배우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에게 그 멈춤은 매주 한 번, 12시간의 숙면이다. 그 숙면 속에서 한 주는 끝나고, 다음 한 주는 다시 시작된다.

흥미롭게도 자연은 이미 다른 답을 보여주고 있다. 말은 하루 대부분을 서서 보내지만, 밤 8시에서 새벽 사이 짧게는 3시간 남짓만 잔다. 그것도 주로 서서 자고,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만 깊은 숙면에 들어간다. 회복이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눕는 방식이다. 말의 간헐적 수면이라 할 수 있다.

2026년은 말의 해다. 늘 달리고, 버티고, 서 있는 존재의 상징이다. 어쩌면 우리는 말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충분히 눕지 못하고, 늘 깨어 있고, 책임을 지고 서 있다. 그렇다면 답도 말에게서 빌려 올 수 있다. 매일 완벽하게 쉬지 못해도 괜찮다. 대신 말이 충분한 회복을 위해 반복적으로 누워 자듯, 우리도 충분히 회복하는 시간을 반복해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말이 서서 지내다 간헐적으로 누워 깊은 숙면에 들어가듯, 우리도 매주 한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살아나는 기분으로 간헐적 수면을 하면 된다. 간헐적 수면은 말의 해인 2026년을 버티는 가장 현실적인 건강 관리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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