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찢기’ 논란 미스 핀란드, 결국 왕관 박탈

2025.12.15 17:51:13 호수 0호

조직위 ”차별 용납 못해“
준우승자가 타이틀 승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올해 미스 핀란드에 선발돼 2025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했던 사라 자프체(22)가 인종차별 논란 끝에 왕관을 박탈당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핀란드 공영방송 Yle와 <헬싱키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는 이날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적 행위는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자프체의 우승 자격 취소를 선언했다.

조직위는 “지난 1931년부터 이어져 온 미스 핀란드 타이틀은 존중과 평등, 인간 존엄성과 같은 가치를 상징해 왔다”며 “자프체의 행동은 우리의 가치관에 어긋났고,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서 요구되는 책임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결정으로 미스 핀란드 자리는 준우승자였던 타라 레토넨(23)에게 승계됐다.

레토넨은 “논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면서 “시즌 중반이라는 다소 이례적인 출발이지만 주어진 역할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달 말 SNS 등을 통해 확산된 사진에서 시작됐다.


사진에는 자프체가 눈꼬리를 양쪽 손가락으로 당기는 모습과 함께 “kiinalaisenkaa syömäs(중국인과 식사 중)”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를 두고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적 제스처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캡처본은 자프체의 친구가 지인들만 있는 온라인 그룹에 공유한 뒤 외부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프체는 “심한 두통 때문에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나온 행동”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그가 항공기 비즈니스석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사람들은 혐오를 쏟아내지만 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선 “본인이 ‘셀럽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던데 결국 됐다. 의도와 다른 방향일 뿐” “몇 년 뒤 한 프로그램에 나와 당시 오해를 받아 힘들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것 같다” “미스 핀란드로서 받는 특혜가 머리를 망가뜨린 것 같다” 등 비판 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첫 번째 건은 ‘어떻게든’ 수습할 수는 있었을 듯하다”면서도 “비즈니스석 영상으로 인해 이제는 반성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후 자프체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 8일엔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려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겠다”며 “제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SNS 활동 중단 소식도 알렸다.

한편 반이민·우파 성향 정당인 핀란드인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자프체를 옹호하며 유사한 동작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유호 에롤라 핀란드인당 의원은 눈을 찢는 모습으로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바꾸면서 “나는 사라다”라는 문구를 함께 올렸다. 다만 그는 Yle의 관련 질문에 “그냥 재미일 뿐 인종차별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회의 중에 머리가 아파왔는데, 자프체에게서 두통 완화에 대한 팁을 얻었다”고 답했다.

같은 당 카이사 카레데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유사한 사진을 게시했다. 이에 핀란드 연립정부 내 다른 정당에선 “무책임하고 유치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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