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고려대학교 명물 ‘영철버거’ 사장 이영철(58)씨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졸업생·재학생을 포함한 곳곳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선 이날 발인을 마쳤으며, 온라인 부고장엔 1437건의 조문 메시지가 게재됐다.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고인은 지난해부터 폐암으로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한 졸업생은 “항상 그러셨던 것처럼 바쁘지 않을 땐 같이 앉아 이야기도 나눠주실 것만 같은데 이제는 그럴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최근 결혼을 앞두고 인사드리러 갔었는데,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한번이라도 더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장님께서 나눠주신 마음은 저희가 더 큰 나눔으로 이어가겠다”며 “또 주방에서 항상 함께 고생하셨던 사모님을 포함해 유가족들께도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추모했다.
다른 졸업생도 “항상 1000원에 버거는 물론 콜라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며 “당시엔 되게 나이가 많으신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젊은 청년이셨다. 고려대 학생들에게 주신 사랑에 감사드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고려대는 고인의 이름을 딴 장학금 조성에 나섰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빈소를 찾아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고인 이름으로 장학금을 조성하는 등 고려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며 “그의 숭고하고 따뜻한 정신은 공동체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유족을 위해 장례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안암캠퍼스에 기념패도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 1968년 전남 해남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10세 무렵부터 중국집과 막노동판 등을 전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지난 2000년, 수중에 단돈 2만2000원만 남은 상황에서 고려대 앞 거리에 리어카 노점을 차려 1000원짜리 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미국식 핫도그 빵 사이에 볶은 고기와 양배추 등을 넣은 ‘스트리트버거’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고려대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인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0년대 중반엔 전국으로 확장해 한때 40개 안팎의 체인점을 뒀다.
그는 버거 가격을 오랜 기간 1000원대로 고수해 학생들 사이에서 ‘기부천사’로 불리기도 했다. 버거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를 등심으로 바꿨을 때도, 양배추와 청양고추 등 재료비가 올라 버거를 팔 때마다 200원의 적자가 났을 때도 ‘1000원’대 가격을 유지했다.
기부활동도 이어왔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고려대에 매년 2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물가가 올라 형편이 어려울 때도 이를 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축제 때는 학생들에게 영철버거를 무료로 나눠줬다.
한때 영철버거는 경영난으로 한 차례 폐업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7월, 영업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들은 한 달간 ‘영철버거 살리기’ 크라우드펀딩에 나섰고, 목표액 800만원을 내건 가운데 2579명이 참여해 총 6811만5000원이 모였다. 이 모금을 발판으로 이듬해 영업을 재개했다.
재개업 당시 이씨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폐업했을 땐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은 아픔보다 기쁨이 더 크고 한편으론 부담도 있다”면서 “이번 일로 결과보다 살아온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같은 해 9월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영철버거의 폐업 과정과 재기 시도를 조명하며 제작진이 장학금 수혜자들에게 가게 사정을 전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죄송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냉담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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