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을 집어삼킨 통일교 금품수수 논란이 이번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휘감았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지원했다”는 통일교 측 진술이 나오면서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통일교 수사의 갈래가 양쪽으로 뻗고 있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몽땅 달라붙어 ‘여당 흔들기’에 나섰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10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4400만원을 여러명의 이름으로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다.
소용돌이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은 연간 5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지만, 특정 교단 차원의 ‘조직적인 지원’은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러자 지난 5일 국민의힘을 향하던 수사의 날이 다른 쪽으로 휘었다. 윤 전 본부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던 중 “2022년 당시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 인물들과도 접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평화 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고, 그중 두 명은 한 총재에게도 왔다가 갔다”고 주장했다. 1억4400만원이 국민의힘 측에 전달되던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후원금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교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후원을 지시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별도의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후원의 성격을 놓고 단순한 개인 후원인지, 국민의힘처럼 교단 차원의 ‘조직적 행동’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미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에 발목이 잡힌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심각한 범죄 혐의를 알고도 덮어버렸다”며 되치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특검이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혹을 구속 기소한 것을 두고 “특검의 통일교 수사는 국민의힘을 향한 편파적 보복 수사였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야당을 향한 정치 보복, 정치 탄압의 칼춤은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알고도 묻었나? 특검 ‘편파 기소’ 논란
“특검 다룰 사안 아냐” 해명에도 ‘부글’
민주당은 “사실과 무관한 프레임으로 대통령실을 흔드는 국정 방해 정치공세”라고 받아쳤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김건희의 매관매직처럼 금거북이나 명품이 오갔나. 이번 사안은 대가성이 없는 단순한 인사 추천일 뿐이며 불법적 요소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처럼 조직적 동원에 따른 불법 후원은 전혀 아니었기에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법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지 정치적 고려나 편파 수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중기 특검팀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편파 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박 특검보는 “당시 윤영호 진술에서 언급된 대상은 특정 정당만의 정치인이 아니라 여야의 정치인 5명”이라며 “특정 정당을 위한 편파 수사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단지 해당 진술 사안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설명했다.
여야 정치인 5명 중 한 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장관으로 특정되면서 통일교 의혹은 여당을 넘어 이재명정부에까지 손을 뻗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팀에 “2018∼2020년쯤 당시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단의 현안이었던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사업을 위한 청탁성이었다는 게 통일교 측의 주장이다.
UN 해양총회 유치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던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전 전 장관은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허위 사실에 근거한 일이지만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고 강조하며 “추후 수사 형태이든 여러가지를 종합해서 국민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퇴한 전, 부인한 정
당 넘어 용산도 연결?
‘의혹을 부인한다는 것이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며 “명명백백 밝힐 것이고 몇몇 가지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허위 사실 명예훼손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혐의 선상에 올랐다. 정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세계본부장을 10분간 한 차례 만났을 뿐이며 윤 전 본부장이 특검에서 진술한 금품 제공 정치인에 내가 포함됐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정 장관은 2021년 9월30일 야인 시절 윤 전 본부장과 차담을 가졌다. 고교 동창인 김희수 평화통일지도자 전북협의회(통일교 유관단체) 회장 등 친구 7∼8명과 함께 승합차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동행자의 제안으로 가평 본부를 잠시 방문했고, 천정궁 통일교 본부에서 처음으로 윤 전 본부장을 만나 10분가량 차를 마시며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당시 윤영호씨를 처음 만났으며 그뒤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만난 적이 없고 일체 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왔다”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도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에서는 전직 미래통합당 의원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거론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는 물론,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전 전 해수부 장관의 면직안도 재가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처음 금품수수 의혹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민주당 측의 해명 나왔고, 이것보다 중요한 일 많았기 때문에 다들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용산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다들 화들짝 놀란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폭탄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이때다 싶어 편파 수사 논란을 띄웠는데 이는 잘못된 프레임이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검에서 처리하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수사에 임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면서도 “국민이 보기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으로서 발목을 잡힌 격”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