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JTBC <뉴스룸>에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수사 지휘하던 중앙지검장을 삼청동 안가로 불렀다’ ‘김건희 여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느냐 문자’ 이 두 자막이 정치권을 다시 뒤흔들었다.
그동안 소문처럼 떠돌던 얘기가 구체적 날짜와 이름, 장소를 달고 튀어나왔다. 이 상황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이라는 두 개의 수사선이 ‘권력 사유화’라는 한 점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영부인의 텔레그램, 검찰 인사의 시간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5일 김건희 여사는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김혜경·김정숙 여사 수사는 왜 이렇게 안 나가느냐” “김명수 전 대법원장 사건은 2년이 넘도록 왜 방치되느냐”라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 이후 수사 지휘 라인이 교체되고, 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속도를 내는 반면, 정작 영부인 본인 수사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방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자는 사소한 안부 인사가 아니다. 수사를 관장하는 장관에게 피의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사건과 정치적 라이벌들의 사건을 ‘패키지로’ 거론했다면, 그 자체가 이미 공적 권한과 사적 이해가 뒤섞인 신호다. 이 같은 메시지는 단순한 문의가 아니라 권력의 흐름을 흔드는 직접적 개입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이 신호를 받아 움직인 것이 누구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들이 이뤄졌는지가 바로 특검이 파고드는 지점이다. 영부인의 문의와 이후 수사 흐름의 변화가 맞물리며 특검은 대통령 권한의 사용 방식이 어디에서 비틀리기 시작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삼청동 안가, 출입기록이 사라지는 지점
JTBC 연지환 기자의 리포트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등장한다. 김건희 수사를 책임지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어느 날 대통령에게 불려 삼청동 안가로 들어갔다는 증언이다. 삼청동 안가는 대통령 기록과 별도의 공간이다. 청와대나 대통령실처럼 출입기록이 체계적으로 남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더 문제다.
만약 그곳에서 “배우자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속도를 조절하라”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면, 그것은 단순한 면담이 아니라, ‘수사 외압’이자 ‘공권력 남용’의 한 장면이 된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JTBC 보도 직후 “기사 결론과 사실관계는 명백한 허위”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안가 호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지금 답변 못한다” “재판에서 말하겠다” “만났을 리가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 같은 모호한 답만 반복했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이다. 부인인지 유보인지 알 수 없는 이 어정쩡한 태도는, 의혹을 지우기보다는 오히려 짙게 만든다.
김건희 특검의 질문, 대통령의 권한은 누구를 위해 썼는가
김건희 특검법에는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와 ‘대통령실의 수사 방해’가 수사 대상에 포함돼있다. 특검팀은 지금, 영부인의 명품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각종 로비·청탁, 이런 개별 사건을 넘어, 대통령 권한이 어디까지,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특검의 공식 활동기간은 현재 기준으로 다음 달 28일 종료가 예정돼있다.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이대로 끝내기에는 수사 범위와 양이 너무 방대하다’는 위기감이 나오는 이유다.
JTBC 앵커 멘트처럼, “법을 개정해서라도 수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론장에 올라온 상태다. 그만큼 특검이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검사와 장관, 조직 전체를 어떻게 움직였는가’라고 묻는 질문은 무겁다.
내란 특검의 질문, 계엄의 그림자 뒤에 무엇 있었나
반대편에는 내란 특검이 있다. 내란 특검의 출발점은 12·3 비상계엄과 국회 봉쇄 시도다. 이 특검의 질문은 “왜 계엄을 준비했고, 왜 국회의 표결을 막으려 했으며, 왜 특정 정치 세력과 관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느냐”다.
최근 내란 특검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당시 권력 핵심부를 향해 구속영장과 추가 기소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를 봉쇄하려 한 지휘 라인, 군과 경찰·정보기관·법무부·검찰을 한 줄로 세운 지휘 체계가 하나하나 드러나는 중이다.
여기까지는 내란 특검의 영역이다. 그런데, 양 특검의 수사 선이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기 시작했다.
두 특검이 만난 지점: 김건희·박성재 라인
채널A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은 지금 ‘김건희·박성재 라인 의혹’과 관련해 수사 범위를 두고 공식 협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내란 특검은 박 전 법무부 장관의 계엄 가담 여부를 캐던 중, 김 여사와 박 전 장관 사이의 빈번한 연락 사실을 포착했고, 김건희 특검은 이 연락이 자신의 수사와 공천 개입 등 정치적 사안에 관한 청탁·논의였다는 정황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란 특검은 김건희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김건희 특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의 휴대전화 기록과 수사 참고자료를 넘겨받았고, 특히 박 전 장관과의 통화·문자 내역을 정밀 분석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어제까지는 한쪽은 ‘영부인 사법 리스크’를, 다른 한쪽은 ‘계엄과 내란’을 따로 파고들던 구조였다. 그런데 이제는 “영부인 리스크 방어가 계엄 구상의 동기와 얽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두 특검을 한 축으로 잇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분리된 법적 틀, 그러나 겹쳐지는 정치적 현실
물론, 법적으로 두 특검은 완전히 독립된 조직이다. 내란 특검 측도 “김건희 특검과 구체적 공조 단계는 아니고, 사실관계 확인 차원의 논의였을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 현실과 국민의 눈높이는 다르다. 영부인이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문자, 그 자리에 있던 장관이 내란 혐의 수사 대상이 된 사실, 중앙지검장을 안가로 불러 수사를 논했다는 증언, 이 모든 정황이 계엄과 내란 수사 선 위에서 다시 읽히고 있는 지금, 국민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해, 계엄까지 검토한 것인가”
아직은 ‘의혹’이고 ‘정황’이다. 그러나 국가의 최고 통치행위였던 계엄 논의가 한 개인의 사법 방어와 겹친다는 의혹 자체가 이미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검찰공화국의 마지막 시험대
윤석열정부는 스스로를 ‘법과 원칙의 정부’라고 불렀고, 야당과 언론은 그를 ‘검찰공화국의 상징’이라 비판해 왔다. 역설적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의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이 과거 권력의 사유화를 수사해 촛불 정국의 단초를 열었듯, 이제 특검과 사법부가 검찰 출신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 의혹을 수사하고 판단해야 하는 순간에 와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이 정도에서 정치적으로 마무리하자”는 유혹이다.
만약 영부인 수사 방어와 계엄 구상이 실제로 맞물린 정황이 분명해지고도, 국론 분열이라는 명분 아래 책임을 비켜간다면, 그때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삼기점을 통과하게 된다. 그 지점부터 헌정 질서의 원은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
안가의 어둠을 걷어낼 마지막 기회
삼청동 안가는 상징적 공간이다. 기록이 남지 않는 권력의 뒷문, 말로만 전해지던 정치의 음지다. 이제 그 안가의 어둠이 법정과 특검, 그리고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은 지금 법적으로는 분리된 두 개의 수사팀이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 질문을 향해 나란히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누구를 위해 쓰였는가?”
이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촛불 이후로 나아갈지, 아니면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라며 역사의 발목을 붙잡힌 채 제자리 원운동만 반복할지, 그 갈림길에 서게 된다.
안가의 문을 여는 것은 특검의 몫이지만, 그 문 너머의 진실을 자기 눈으로 보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모인 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권력 사유화의 삼기점을 넘을 것인지, 아니면 또 한 번 외면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민이 던져야 할 질문
이제 공은 특검과 법원만이 아니라, 국민에게도 넘어왔다. 국민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만 날카롭다. “권력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개인의 방패막이인가, 아니면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공적 기구인가?”
그리고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 “계엄 구상에 참여한 정치인과 관료, 이를 부추긴 세력, 그리고 그 동기와 배후는 누구인가? 이 과정을 거쳐 우리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
대통령 권한 구조, 검찰·법무부의 지휘체계, 영부인의 공적 역할과 통제 장치. 특검 수사는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정치와 제도의 개혁은 특검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특검이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라면, 그 사실을 가지고 어떤 나라를 만들지 결정하는 건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