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고릴라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입길에 올랐다.
유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수요 억제책 위주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좌절을 주고, 집 가진 사람들은 불안에 떨게 하고, 세입자들은 전세난에 쫓겨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차관 한 명 꼬리 자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은 공급을 늘려달라는데 정부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처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던 유 의원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손은 이날 진지한 질의와는 묘하게 대비되는 행동을 취했다.
동료 의원이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흰 종이 위에는 고릴라가 정성스럽게 그려지고 있었던 것.
노트북으로 포털사이트에 ‘고릴라’를 검색한 뒤, 검색 결과로 나온 캐리커처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 그린 것으로 파악된다. 중요한 국감장에서 이어진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국감 도중 고릴라를 그리고 있다니, 이게 국회의원의 자세냐” “미술 수업 시간도 아닌데 직무태만이다” “나도 국회의원 돼서 그림이나 그리겠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일각에선 “질의 순서가 끝난 뒤 잠시 낙서를 한 것뿐”이라며 과도한 비난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이 왜 고릴라를 그렸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수 언론 매체들의 질의에 그는 “미안하다”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만 답했다.
문제는 이 같은 ‘딴짓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중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장면이 포착돼 빈축을 샀다. 당시 그는 논란이 커지자 “두말할 여지 없이 잘못한 일”이라며 사과했지만, 앞선 2017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이유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2014년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고용노동부 국감 중 휴대전화로 비키니 차림의 여성 사진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권 의원은 “기사 검색 중 잘못 눌러 사진이 뜬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굳이 그걸 꼭 거기서 봐야 했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감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의 헌법상 책무를 수행하는 자리다. 의원 개인의 질의 시간이 끝났더라도 회의는 이어지고, 다른 의원들의 질의 과정 역시 입법 활동의 일부로서 경청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이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졸거나, 이번처럼 낙서에 몰두하는 장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국감이 ‘국민의 눈앞에서 열리는 국회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긴장감이 흐트러진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 관계자는 “국감은 모든 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는 자리”라며 “수많은 언론 카메라가 사방에서 찍고 있는 와중에 질의 시간이 끝났다고 개인 행동을 하는 것은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