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체공휴일에 대한 불편한 진실

2025.10.03 11:15:42 호수 0호

올해 추석연휴는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7일 추석연휴, 8일 추석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이어져 총 7일간이다. 비록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쉬는 기업이 많고, 연차를 낸 직장인들이 많아 국민이 느끼는 추석연휴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이다. 역대급 황금연휴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체공휴일 때문이다. 올해 추석연휴가 7일로 된 것도 8일이 대체공휴일이어서다. 만약 대체공휴일 제도가 없었다면 올해 추석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징검다리연휴였을 것이다.

대체공휴일은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설연휴, 추석연휴, 어린이날이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휴일로 보전하는 제도다. 이후 대체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이어 부처님오신날, 성탄절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3조(대체공휴일) 2항에 의하면, 대체공휴일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공휴일은 자동 지정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전년도 12월에 해당 연도 공휴일을 검토해 올린 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만 비로소 공휴일이 된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결정 없이는 휴일이 될 수 없다.

지난 2021년, 개천절과 성탄절이 일요일과 겹쳤지만 문재인정부는 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제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체공휴일이 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체공휴일은 법의 틀 속에서 보장되는 동시에,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이기도 하다. 국민에게는 “쉬는 날이 생겼다”는 체감이 크지만, 그 이면에는 대통령의 계산이 깔려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 산업계 부담, 여론의 기대, 정치적 상징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가 바로 대체공휴일 지정이다.


올해 대체공휴일은 어수선한 가운데 지정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권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넘어간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2025년 대체공휴일 지정은 윤 전 대통령이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추석 대체공휴일을 지정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대통령이 이번 추석연휴 때 휴일 관련해서 결정한 건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다. 임시공휴일은 미리 정하지 않고 전년도 12월,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필자는 만약 이 대통령이 올해 추석 대체공휴일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이 대통령도 국민 삶의 질을 강조해 온 만큼, 대체공휴일 지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국민 여가와 휴식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8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의 행보로 보면 올해 추석 황금연휴가 길어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8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실이 “10일을 임시공휴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걸 보면 가능한 추측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제헌절(7월17일)을 “헌법 정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봤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고, 공휴일제도나 휴일 확대 쪽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상황이 달라진 느낌이다.

민주당도 ‘휴식권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체공휴일 제도를 모든 공휴일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10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황금연휴로 만들자”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휴일 지정 요청 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재정적 부담을 고려한 신중론으로 이해된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내수 진작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생산 차질과 중소기업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공휴일 확대가 오히려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휴식권 보장을 외치면서도 경제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느낌이다. 과거엔 표심을 자극하는 공약으로 대체공휴일 확대를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국정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무게 있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은 정치가 휴일을 늘려주길 바라기보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지탱할지를 보고싶어 한다. 대체공휴일 지정 여부는 단순히 ‘쉬는 날’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 휴가 제도, 일터 문화 전반과 연결된 삶의 질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임시공휴일을 둘러싼 ‘생색내기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과거의 공약과 현재의 태도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아니라, 장기적 제도 설계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은 단 하루의 휴일보다 안정된 삶의 균형을 더 원한다.

대체공휴일은 실제 대통령이 사인해야 국민의 휴일이 된다. 반대로 대통령이 외면하면 휴일이 될 수 없다. 대체공휴일이 제도가 아니라, 결국 권력자의 선택이 만든 하루라는 게 안타깝다.

공휴일에 관한 법을 개정해서라도 대체공휴일을 대통령령으로 두지 말고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 현행법에는 “대체공휴일이 될 수 있다”로 적시돼 있어 지정 여부를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했는데, ‘대체공휴일이 돼야 한다’로 개정해 대통령이 국민의 휴일을 놓고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정부가 올해 추석연휴를 하루는 챙겨주고 하루는 빼앗아가는 모순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래도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명절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