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충북방송 기구한 운명

2025.09.26 14:14:10 호수 1550호

배우 정준호까지 나섰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씨씨에스충북방송의 현 경영진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은 경영권 교체를 목표로 한 소액주주연대와 소송 등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성실공시 이행촉구 통보에 이어 지난 7월에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씨씨에스충북방송(이하, 씨씨에스)은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그린비티에스가 소유한 자사 보통주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5억원(대여금) 청구권에 따른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고 지난 5월22일 공시했다. 이번 가압류는 채권자 서모씨의 신청에 따라 이뤄졌다. 청구 채권은 2024년 2월22일자 대여금에 대해서다.

어쩌다···

케이블 방송업체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 측이 M&A 시장에 지분 매각과 함께 경영권 교체를 시도 중이다. 그린비티에스는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권영완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다. 애초에 씨씨에스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2023년 11월 권 교수를 사내이사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M&A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현금 약 100억원에 씨씨에스 주식 459만1836주(7.05%)와 453만5147주(6.96%)와 경영권을 모두 넘기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인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씨씨에스는 지난 3월19일 공시를 통해 두 회사가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2월22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씨씨에스의 최대주주가 됐으나, 방송법상 변경 승인 없이 지분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각각 보유한 씨씨에스 주식 459만1836주(7.05%)와 453만5147주(6.96%)를 2024년 6월 21일까지 처분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 이에 불복한 두 회사가 지난해 4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3월18일 이를 기각했다.

1심에서 패소한 두 회사는 다음 날인 3월19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1심 판결 취소와 함께 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씨씨에스의 최대주주 변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씨씨에스는 최대주주 변동과 관련해 추가적인 사항이 발생할 경우, 공시를 통해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씨에스의 내리막길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7월8일 한국거래소는 씨씨에스 직원 8명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고발된 4명은 형제인 유홍무 전 회장, 유인무 대주주와 유 전 회장의 아들인 CCS충북방송 유희훈 대표이사·유희범 기획실장 등 4명이다.

2018년 창업자 200억 횡령부터 내리막
초전도체 테마주에서 싸늘한 결말까지

또 직원들이 자체 조사한 피고발인들의 횡령·배임 금액은 235억5000만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의 파행적인 경영으로 회사는 부실에 빠져 직원 급여가 체납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직원들이 직접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씨씨에스는 종합유선방송으로 2001년 설립돼 충주·제천·단양·진천·음성·괴산·증평 등 도내 7개 시·군의 정보와 지역 채널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전하고 있다. 2005년 말 대주주인 차종철 전 회장은 현대백화점 계열의 케이블TV 사업자인 HCN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알려진 매각 금액은 950억원이었는데, 이 같은 자금력으로 차 전 회장은 1군 건설사인 남광토건을 인수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씨씨에스 대주주는 형인 유홍무 전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결격사유가 있어 회장직을 맡고 동생인 유인무가 첫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후 CCS충북방송은 당기순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2015년 7월 유 전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유 전 회장을 주가를 조작,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은 신사업 부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자 200억원이 넘는 금융권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박모씨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전문 주가 조작꾼과 금융 브로커에게 시세조종 자금 7억5000만원과 주식 60만주를 제공해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2012년 3월 CCS에 관해 1300여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주가는 주당 964원에서 최고 3475원으로 치솟았다. 이때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CCS 주식 800만주 중 364만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결국 인위적인 주가 부양과 매수된 자산운용사의 주식 매수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은 이중으로 속아 넘어갔다. 검찰은 주가조작으로 인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CCS 계열회사의 유 전 회장 부동산 등에 대해 21억원 상당의 추징보전청구를 신청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21억원을 선고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유 전 회장이 1심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자 회사 안팎의 동요는 컸다. 특정 소액주주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점에 CCS의 직원들은 직원협의체를 구성해 오너인 유씨 일가의 횡령 의혹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유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기 몇 달 전인 2015년 3월 자신의 장남인 유희훈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차남인 유희범을 기획실장에 앉혔다. 두 아들을 통한 친정 체제로 전환해 운영토록 했고 씨씨에스는 2017년 12월 영화배우 정준호가 대주주인 ㈜한국체스게임(이하, 체스게임)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억원에 잔금 70억원은 올 11월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일부 6.2%를 양도하는 것이었다.

‘무자본 M&A’ 투자금 상환 안갯속
정준호에 작곡가 김형석도 헛수고

문제는 체스게임이 감독기관인 과기정통부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경영권을 지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그린비티에스 측은 지난해 4월22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5000만원어치의 신주를 주당 882원에 인수, 14.01%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각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겹치고, 씨씨에스 인수를 목적으로 경제공동체를 결성했다. 씨씨에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이미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멤버인 정평영, 김영우(이상 씨씨에스 공동대표이사), 권영완, 김지훈(이상 씨씨에스 사내이사) 등이다.

그린비티에스는 원래 농소락 주식회사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농업회사였는데, 정씨 등이 인수해 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9월 정씨와 권영완, 김지훈 3인이 사내이사로 들어왔고, 농소락 시절 이사인 한향숙, 정근원, 김혜연도 자리를 유지했다. 정씨가 40%, 권씨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씨에스를 동반 인수한 퀀텀포트와 정씨의 다른 회사인 메토모스도 각각 10%의 지분이 있다. 정씨와 권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씨씨에스 신주 인수자금 전액을 차입했다. 100% 무자본 M&A였다. 두 회사의 자본금을 전부 합해도 8억원이니 차입은 불가피했다. 자금을 빌려준 곳은 코스닥 상장사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 비상장사인 광명길과 메토모스 등 4개 법인과 노모씨, 서모씨 등 2명의 개인이다.

아센디오는 작곡가 김형석이 회장으로 있는 코스피 상장 연예기획사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인수자금 차입을 위해 각각 25억원과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아센디오(45억원), 다보링크(20억원), 광명길(5억원)이 인수한다. 그린비티에스는 노씨와 서씨에게서 각각 5억원, 정씨 회사인 메토모스에게서 5000만원의 현금을 1년 만기로 빌렸다.

최근 정부의 시정명령 등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면서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투자금 상환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지분과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주인 찾기

결국 충북지역 민영방송사 씨씨에스는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 매도를 추진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가압류 및 채무상환을 위해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과기정통부의 시정명령을 철회하기 위해 경영권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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