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접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 관장이 세운 재벌가 부인들의 모임 ‘미래회’ 회원인 한미약품 모녀가 윤석열 캠프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재조명됐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백운기의 정어리TV(이하 정어리TV)’에 따르면 KBS 보도국장 출신의 방송인 백운기는 노소영 나비 관장 측 인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문건을 공개하며, 노 관장 측이 김건희 여사 측을 이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소문으로만
돌았는데···
노 관장 측 인사가 작성했다는 SK 관련 내부 보고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 간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적혀있다. 해당 문건에는 SK그룹의 경영 상황과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상세히 기록돼있으며, 일부 내용은 검찰 수사와도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특히 SK그룹이 두각을 나타내며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긴밀히 연계된 것으로 기록돼있다. 또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태원 회장과 문 전 대통령은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으며, 대한상공회의소가 재계와 정부 간 소통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언급돼있다.
또 2017년 12월30일 최 회장과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함께 참석한 UAE(아랍에미리트) 관련 미팅도 보고서에 기록돼있다. 문건에는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라고 명시해, 당시 청와대와 SK 간의 직·간접적인 연관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SK에너지가 연관된 유류 관련 대북 환적 사건까지 언급하고 있어, SK와 정치권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는 2015년 최 회장이 당시 부인인 노 관장에게 이혼 의사를 전달했던 사실과 그 이후의 갈등 상황도 포함돼있다.
문건은 “만약 큰 틀에서 상소원 판결이 유지된다면, 향후 노 관장이 SK그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기록,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경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문건 후반부에는 SK그룹이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국내에서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최태원이 청와대 및 정치권에 중요한 지원을 보여왔다”는 표현은 SK와 정부 간의 유착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문건 유출로 인해 SK그룹은 물론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SK의 대규모 투자와 UAE, 대북 유류 사건 등 다양한 사안이 정치권 및 정부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 비판 문건 작성···누가? 왜?
측근 통해 김 여사에 전달 가능성 주목
정어리TV에 따르면 제보자는 이 SK 보고 문건이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봤다. 정어리TV는 “노 관장 측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를 만나 도움을 청했고, 김 여사는 윤 정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노 관장을 만나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문건과 유사한 내용이 실제 유튜브 등에 유포되면서 재판 여론에 영향을 미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어리TV 소속 구자람 PD는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문건) 제보자는 이 대통령실 관계자가 문건의 내용을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흘리며 일종의 ‘스피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 PD는 노 관장이 김 여사와 ‘영부인 모임’을 통해 만났을 것이라고 했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건강이 좋지 않자 영부인 자격으로 모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관장이 운영하는 사교 모임인 ‘미래회’와 아트센터 나비도 중간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노 관장과 김 여사의 연결고리를 2개 경로로 지목했다. 노 관장이 운영하는 사조직 미래회 인맥과 아트센터 나비 네트워크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비밀 선거사무소로 사용했다는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 갤러리의 주인 김방은 대표는 미래회의 대표적 인사다.
특히, 김 대표의 동생 김용식의 부인 정수인은 지난 2012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딸이다. 정 전 검찰총장은 윤 전 대통령의 검사 선배이자 ‘정치적 멘토’로 꼽힌다. 또 김씨 남매는 윤 전 대통령이 예비 후보였을 시절에 각각 1000만원씩 후원금을 냈고, 각각 대통령실비서실과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위원에 임명됐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미술관인 예화랑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당시 언급된 곳이기도 하다. 한미약품 임주현 부회장과 정권유착 의혹을 받은 김 대표 간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괴문서
내용은?
앞서 임 부회장과 김 대표는 노 관장이 만든 미래회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미래회 법인 등기에 따르면 노소영, 임주현, 김방은, 최지은, 한혜원, 김미경, 전성은, 오선영, 이정현, 안영주, 김흥남, 조옥형, 홍수정, 박지영, 박지완 등이 이름을 올렸다가 2018년 4월6일 퇴임했다.
사단법인 미래회는 봉사활동 단체를 지향하면서 1999년 설립됐다. 실제로는 회원들 간 이권을 주고받기 위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등 봉사 목적과 다르게 활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군벌을 조장하기 위해 만든 하나회와 완전히 닮은꼴이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 모녀의 배임 횡령 의혹이 불거진 예화랑 임대 사건은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시다.
임 부회장 측은 자본금 40억원에 불과한 한미약품 그룹 계열사 ‘온라인팜’이 예화랑에 입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48억원에 매월 4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20년 장기계약이었다. 현재 공사 중인 예화랑은 빈 건물로 온라인팜에서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았다.
예화랑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온라인팜은 지난 1월31일 6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채무자는 예화랑 건물 공동소유자이자 대표 김방은과 김용식, 아버지 김태성 등 3인이다. 해당 근저당권은 김씨 일가와 온라인팜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의해 설정됐다.
김씨 일가가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선지급받고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예화랑 소유자는 김씨 남매다. 그러나 내년 7월 말 준공이 예정된 신축 건물의 지분을 김씨 일가가 나눠 갖게 되면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채무자는 3인이 됐다.
임차인 측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한 이후, 2025년 7월 말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을 임대키로 했다. 기존 건물은 건축가 장운규가 설계해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던 건물인데, 이를 모두 철거하고 내년 하반기에 새로 세우는 신축 건물에 임대차계약을 맺은 것이다.
사조직
재조명
향후 이들은 온라인팜으로부터 평당 3만원의 관리비(신축 건물 1400평 기준 420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다. 온라인팜은 2년 뒤에야 신축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지불했다. 또 향후 20년간 96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게 될 예정이다.
재건축 시행은 김용식이 대표로 있는 서울플래닝이 맡았다. 서울플래닝은 재건축에 대한 모든 권한과 신축 건물 준공 이후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배임 의혹을 넘어선 수상한 거래로 봤다.
이어 2009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플래닝 감사를 지낸 정 전 총장은 지난 7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은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특히, 김 대표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빈 공간이 된 청와대 재활용을 위한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용산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정 당국은 임 부회장이 예화랑 건물을 고가로 임대한 대가로 어떤 이익을 봤는지도 경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온라인팜 임대차 관련 이슈에 관해 한미약품 측은 “예화랑 건물은 한미그룹이 추진하고자 하는 리브랜딩 전략을 실행하면서도, 한미약품그룹 역사관을 설치해 고객들에게 한미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자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계약체결 전 현장을 찾은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도 사업 타당성이 매우 좋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계약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당시 법무팀과 법무법인(태평양)을 통해 리스크를 점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48억원 선지급 조건으로서 예화랑은 한미약품이 원하는 디자인 등으로 건축할 수 있었고 ▲주변 시세보다 적은 월세 금액 ▲월세 10년간 동결 ▲언제든 전대 가능 ▲63억여원 규모 근저당 설정 ▲입주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96억원 반환 조건 등 한미에 유용한 방향으로 수립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인맥 접촉 성공?
미래회 통해 접근한 정황도
정어리TV는 김 여사에게 ‘금거북’을 뇌물로 상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도 노 관장과 김 여사의 공통 인맥으로 꼽았다. 노 관장은 이배용 전 위원장과 함께 경복궁을 답사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과거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댓글 부대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초 ‘최태원 SK 회장 동거인 1000억 증여 발언’과 관련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노 관장의 친인척인 이 변호사는 과거 댓글 부대를 조직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헌)는 당시 서초경찰서로부터 해당 사건을 송치받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서초경찰서는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허위 사실 공표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 변호사를 검찰이 기소해 법정에 세울 것인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변호사는 노 관장 이혼소송 외에도 노 관장 비서의 횡령 사건, 아트센터 나비의 명도소송 등 노 관장과 관련된 각종 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소송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민사소송에 대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내고 최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유포하는 등 여론전에 집중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상파 뉴스에 출연해 진위를 알 수 없는 문서를 공개하며 “1000억원은 최 회장이 30년간 노 관장과 세 자녀를 위해 쓴 생활비 300억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란 발언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에 최 회장 측 변호사는 가사소송법,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현행법 위반 혐의로 이 변호사를 고소했다. 김 이사에게 1000억원이라는 돈이 명확히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이 증거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골자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변호사의
댓글 부대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지원 금액을 219억원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면밀히 들여다봐도 최 회장 개인의 임직원 포상 및 경조사비 등 경영 활동에 들어간 개인 지출, 공익재단 출연금,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김 이사장에게 건너갔다고 볼 수 있는 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같은 집안’ 사람이다 보니 변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리하게 일을 펼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2008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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