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개물림 피해자에 견주 “언제 물었냐” 오리발

2025.09.17 15:59:52 호수 0호

“CCTV·증거 다 있는데…”
피해 보상은 사각지대 노출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산책 중 개에게 물린 한 시민이 치료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견주가 “우리 개가 언제 물었냐”며 책임을 회피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억울한 개물림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 글을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모친은 약 한 달 전 동네에서 산책을 하던 중 목줄을 하지 않은 두 마리 개로부터 공격당했다. 개들이 번갈아 달려들어 총 세 차례 물었고,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정도로 상처가 났다. 출동 경찰과 119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급히 소독 처리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A씨는 “어머니는 응급실에서 파상풍과 항생제, 소염진통제 주사까지 맞았고, 이후 동네 병원 진료와 한의원 침 치료까지 포함하면 진료비가 총 30만원 정도 들었다”며 “진단서엔 2주 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재돼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 치료 이후가 문제였다.

그는 “배정된 경찰 수사관이 ‘견주가 사과 의사가 있으니 전화해보라’고 권유해 연락했지만, 사과는커녕 ‘언제 우리 개가 물었냐’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털어놨다. 하루 뒤엔 해당 수사관도 “상대가 인정을 안 하는 상황에 가해 견종이 맹견도 아니고, 상처도 경미하다”며 “이 경우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CCTV와 진단서, 증거 녹취까지 다 있다. 만약 (견주 말대로) 정말 개가 물지 않았다면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소독까지 해 줬겠느냐”며 “어머니는 사건 이후로 충격을 받아 외출을 꺼리고 있다.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도 큰데, 오늘 경찰에선 사건 종결 통지서가 도착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치료비와 위자료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수백만원이 드는 변호사 선임비를 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해당 글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나도 강아지 좋아하지만, 저 상황이면 발로 차버렸을 것 같다” “저 견주는 본인이 큰 개한테 물려봐야 (자기 개도) 목줄을 채우고 다니려나” “주인이 인정을 안 하면 그냥 없었던 일이 된다는 게 말이 되냐” “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개를 키우는 게 문제다” “어휴, 개들과 견주를 보니 열이 받는다” 등 공분했다.

유사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한 회원은 “소형견한테 물려도 매우 아프다”며 “저도 당시엔 별 것 아니겠지 하고 넘겼지만 3주간 쓰렸고, 이빨에 독이 있는지 약을 발라도 잘 낫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회원들은 “경찰은 자기 부모님이 물려도 저럴까” “CCTV 보니 나라도 정황을 알겠는데 경찰은 왜 처리를 저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광견병) 등 감염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경찰이 경미하다고 단정한 것은 대응 태도에 문제가 있다” 등 담당 수사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은 “민사 문제는 경찰이 개입하지 못한다. 오히려 징계 사항”이라며 “경찰 욕을 할 게 아니라, 목줄도 착용시키지 않은 견주를 지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경찰이 형사 입건 요건이 미비한 만큼 사건을 민사로 넘긴 뒤엔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비판받을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찰과상이나 단순 멍에 그치는 경미한 부상일 경우, 경찰이 참고인 진술만 받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추후 민사 절차로 이어지더라도 경찰은 합의나 배상을 중개할 권한이 없다. 오히려 금전적 합의 등을 알선하면 직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있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설명만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로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10조에는 경찰이 직위나 직권을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민사 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A씨 측에서 손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태료 처분이나 개인 소액사건 소송 등을 시도할 수 있다. 동물보호과 등 지자체 담당 부서에 ‘목줄 미착용’ 사실을 신고하면 견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며, 1차 위반 시 20만원, 반복 위반할 경우 최대 50만원까지 내야 한다.


또 동물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산책 시 인식표를 부착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각각 20만원, 5만원의 추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같은 민원 처리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민신문고를 통해 추가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행정적 조치에 그치며, 손해배상과는 별개의 절차다.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소액사건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청구금액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 소액사건에 해당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개인의 소액사건 소송 지원을 위한 법률 상담과 서류 작성 도움 등을 제공하며, 필요하면 직접 공단을 방문해 상담받을 수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소송 관련 무료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는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겐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소액사건을 법무사가 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있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소액사건은 변호사 비용 부담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서류를 작성하고 법정에 출석하는 일은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에겐 큰 부담이 된다”며 “법무사에게 소액사건의 소송대리를 허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실용적”이라고 강조한다.

협회는 올해 개최한 정기총회에서도 이를 입법 추진 과제로 공식화했다.

한편 <일요시사>는 이날 A씨에게 견주와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 법적 대응 상황 등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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