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세차해 드립니다’ 당근마켓 신종사기 주의보

2025.09.10 14:10:20 호수 0호

탁송기사 덕에 절도 모면 경험담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무료 세차·광택 제공’을 미끼로 차량을 빼돌리려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가운데, 당근마켓으로 세차를 맡기려던 한 차주가 수상함을 감지한 탁송기사 덕분에 차량 절도를 가까스로 피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유명 세차장 업체를 가장한 차량 절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방금 전 겪은 일을 적으려고 한다. 다른 분들이 피해 당하지 않게 공유한다”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는 당근마켓을 통해 유명 세차장 이름을 걸고 차량 두 대를 지원받아 디테일링 세차와 엔진오일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글을 보고 세차를 신청했다. 홍보용 영상 촬영에 동의하면 무료로 차량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다둥이 가정인 A씨에게는 차량 관리가 쉽지 않아 해당 글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후 차량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차량을 인수하러 온 사람은 업체 직원이 아닌 ‘탁송기사’였고, 차량을 가져간다는 장소는 A씨의 거주지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타 지역이었던 것이다.


불안을 느낀 A씨는 업체 대표에게 취소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그러면 근처에서 진행할 테니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업체의 거듭된 신신당부에 A씨는 결국 차량을 탁송기사에게 맡겼다. 하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에 차량 위치를 추적해 본 결과, A씨의 차량은 고속도로를 타고 엉뚱하게도 외지로 향하고 있었다. 사업자등록증과 명함까지 받아둔 터라 쉽사리 의심하긴 어려웠지만, A씨는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때 A씨는 탁송기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됐다. 업체 대표라던 인물이 “차량 내 짐과 차주의 연락처를 모두 버려달라. 거래가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탁송기사는 “이거 수상하다. 취소하시라. 찝찝해서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차량을 되돌려줬고, 덕분에 A씨는 절도 피해를 모면하게 됐다.

A씨는 “가계에 보탬 좀 되보려 했다가 영영 차를 잃을 뻔했다”며 “차를 돌려받는 순간 눈물이 났다. 모두 조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공짜 좋아하다가는 큰코다친다” “SNS에서 공짜라면 사기 확률이 99%다” “인생에 공짜는 없다. 그것만 명심하라”는 등 대부분 ‘공짜 미끼 사기’를 경계하라고 충고했다.

한 회원은 “아직도 유행하는 수법이다. 차 가져가서 분해 후 부품을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성행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경찰 수사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경기 화성과 수원 일대에서는 당근마켓에 올라온 “무료로 세차해 준다”는 글을 보고 차량을 맡겼던 차주들이 잇따라 피해를 당했다. 차량 3대가 하루 만에 경남 함안의 한 폐차장에서 발견됐으며,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차량을 해체하던 공범을 검거했다. 이들은 차량 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서울 구로에서는 카카오톡 체험 리뷰 이벤트 오픈 채팅방에서 알게 된 업체를 통해 무료 세차 서비스를 받으려다 차량을 도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피해자의 차량은 며칠 뒤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됐으나, 차량 등록증은 사라진 후였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은 사기와 절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개인 간 직거래, 특히 중고거래를 이용한 사기 사건은 10만건을 넘어섰다. 2020년에 12만건을 넘으며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작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은 각종 사기·절도 범죄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등 개인 간 직거래 사기 발생 건수는 10만539건에 달했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2020년 12만3168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2021년 8만4107건, 2022년 7만9052건, 2023년 7만8320건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무료 지원이나 이벤트를 빌미로 차량을 요구하는 사례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중고차 매매업체 관계자는 “고가 자산일수록 업체 신뢰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차량을 절대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요시사>는 10일 A씨에게 해당 업체와의 추후 연락 여부, 탁송기사에 대한 사례 지급 여부 등을 질의하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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