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 PGA)투어에 데뷔한 홍정민은 송가은에 이어 신인상 부문(2129점) 2위를 차지했다. 28개 대회에서 준우승 두 차례 등 ‘톱10’에 7차례 들었지만 우승이 없다 보니 팬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홍정민은 이듬해인 2022년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그해 역시 우승 1회, 준우승 2회 등 수준급 경기를 선보였지만 강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2023년과 2024년엔 우승 없이 각각 9회와 5회 톱10을 기록했다.
홍정민이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오른 건 5년 차를 맞은 올해부터다. 지난 2일 홍정민은 상금(9억9642만원)과 대상 포인트(400점), 평균타수(69.528타) 등에서 모두 선두를 달렸다.
5월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 여왕에 등극했고, 지난달 열린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최종 합계 29언더파 259타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는 이정민, 유해란, 김하늘 등이 갖고 있던 종전 KL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23언더파 265타)을 무려 6타나 줄인 신기록이다.
최근 경기 안성 신안 컨트리클럽에서 홍정민은 “두 자릿수 언더파를 목표로 잡고 대회를 뛰어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29언더파를 친 뒤엔 ‘이게 도대체 무슨 숫자지’란 생각이 들었다”며 “운동선수는 기록으로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는 것에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대회에서 홍정민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달 초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IG 위민스오픈에 참가하고 오느라 시차 적응도 완전치 않았다. 더구나 대회가 열린 나흘간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기술 아닌 체력 강화
컨디션 난조 문제 해결
홍정민은 “몸이 무겁다 보니 오히려 차분해져서 샷이 안정적이었다. 평소엔 버디가 많이 나오면 긴장감이 확 올라가는데 그 대회 때는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다만 무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체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홍정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기술 훈련보다는 체력 강화에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러닝’을 많이 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4라운드에 들어가면 지치는 느낌이 있었다. 체력이 못 버텨주니 심리적으로도 약해졌다”며 “올해 체력이 좋아지니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전략을 세워 풀어 나가게 됐다. 심리적인 문제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예민한 성격의 홍정민은 2022년 첫 승 이후 좀처럼 우승이 나오지 않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년 한 때는 ‘골프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이 때문에 의사와 상담도 하고 했지만, 결국 답을 운동에서 찾은 것이다.
홍정민은 “예전의 나는 정말 욕심이 많았다. 해보고 싶었던 타이틀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것을 좇다 보니 오히려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러닝을 시작하면서 몸 컨디션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골프가 잘 됐다”고 말했다.
홍정민은 이달 4일부터 나흘간 경기 이천 블랙스톤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는 “올해 다승을 처음 이뤘다. KB금융 대회를 우승하면 메이저대회 역시 다승을 하게 된다”며 “욕심이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는 건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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