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범죄가 ‘New Normal’이 된 세상!

  • 이윤호 교수
2025.08.11 10:17:02 호수 1544호

우리는 예전엔 범죄자를 보고, 또는 행실이 나쁜 사람을 보고, 그것도 아니면 심지어 기분 나쁜 사람을 만나면 종종 ‘범죄자처럼 생겼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말은 곧 범죄자는 정상인, 더 나아가서는 좋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무언가 확연하게 구별되는 구석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 해서는 안 되거나, 바람직하지 않거나 일탈적인 행위나 행동에는 ‘그건 범죄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는 정상 행위, 행동과 범죄, 일탈 행동은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뜻한 말일 것이다.

나쁜 행동을 보면 악행이라고 하고, 착한 행위는 선행이라고 칭찬한다. 여기서 문제는 선행과 악행은 어떻게 다르며, 그 구분은 누가 어떻게 하는가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최악의 행동과 행위를 우리는 범행과 범죄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범죄는 무엇일까.

우선은 범죄는 법으로 규정되고, 그 법은 권력과 권한을 가진 자들이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으로만 규정되는 범죄는 당연히 얼마간의 편견과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노상 범죄만 있는 줄 알았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화이트칼라나 엘리트 기업의 범죄로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사람들이 옳고 그름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범죄만 그럴까. 범죄자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범죄자형이 있었다. 물론 약간의 왜곡과 편견의 소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형적인 범죄자상은 희미해졌다. 심지어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이웃 주민들조차도 그가 연쇄살인범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극히 정상적이다 못해, 존경받던 사람조차 온갖 악행을 범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는 마당에, 이제는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인, 정상인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니 그러한 구별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 모를 정도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범죄의 ‘일반화 또는 아마추어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범죄가 아무나 저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전혀 다른 극히 일부 특별한 사람들로 여겨서 흔히 ’우리와 그들(We vs. They)’로 구분하고 구별했으나, 이제는 우리와 그들이 따로 없게 된 지경이라는 것이다. 즉, 이제 범죄는 아무나 행할 수 있고, 누구나 하는 행동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그들로 양분했을 때는 그들과 우리의 기질이나 인성이나 심리나 생물학적 차이와 구별을 중심적인 기준이나 잣대로 삼았지만, 같은 기질적 소인을 가져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리 행동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더해가면서 일반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관타나모 미군 수용소’에서의 미군 해병대원들의 가혹행위나 스탠포드 대학교에서의 ‘모의 교도소 실험(Mock Prison Experiment)’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그들을 그렇게 악마로 만든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범죄자는 태어난다는 믿음이 옳기보다는 개인의 환경과 상황이 범죄자로도 만들고 정상인으로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로서 ‘사이코패스’ 연구의 권위자인 팰런(Fallon) 박사는 자신의 뇌 영상을 통해 자신이 가장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를 가진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는 정상인으로 생활하는 소위 ‘성공적인 사이코패스’도 있는 반면에,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흉악한 범인이 되는 경우도 너무나 쉽게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결국 이제는 그들과 우리가 따로 없거나 적어도 구별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닮아가거나 특성을 숨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그 옛날 뒤르켐(Durkheim)은 예견했었을까. 그가 말했던 아노미 상황이 우려스럽다. 무규범의 사회가 되는 걱정이다. 예전엔 물론 범죄가 역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고, 순기능도 있다고 해 범죄가 곧 우리 사회의 옳고 그름, 악행과 선행을 구분지어주고, 악인과 악행에 대해 사회를 하나로 뭉치게도 해줬었다는 것이다.

범죄라는 악행이 선행과, 그리고 범죄자가 선인, 정상인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두렵다.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는 세상, 정의와 부정의가 분명하지 않은 세상이라면, 법도 형사 정책도, 형사사법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고 기능할 수 있을까.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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