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노란봉투법, 포스코이앤씨 사태로 탄력받나

2025.08.08 10:55:52 호수 0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 속에 강행 처리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 외부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확히 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한 데 반해, 개정안은 ‘총주주’ 또는 ‘전체 주주’라는 문구를 명시함으로써 이사의 책임 범위를 넓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이다.

특히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고, 원청이 안전, 작업환경, 일정관리 등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하청 노동자와 교섭할 의무를 지게 되는 법안이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본회의서 이 법안들을 모두 처리하는 게 목표였다.


방송3법 가운데 방송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국하고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합의한 상법 개정안도 1차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 주도의 핵심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으나,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법안은 방송3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그리고 노란봉투법이다.

민주당은 나머지 법안들을 8월 21일부터 열리는 8월 임시국회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은 '강력한 민주당'을 표방하고 있는 정청래 당 대표 체제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호 법안'이다. 방송3법은 정 대표가 추진하는 검찰·언론·사법 개혁 등 '3대 개혁' 중 언론 개혁을 뒷받침하는 핵심 법안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다. 2차 상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대주주 견제 강화, 주주 행동주의 활성화, 이사회 책임 확대 등으로 기업 경영 구조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 만큼 기업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했는데,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47억 원이라는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이 자신의 월급봉투가 노란색이라는 점을 착안해 47만 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언론사에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불려지기 시작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손해배상 청구 제한: 폭력이나 명백한 파괴행위가 아닌 한, 합법적 파업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가 노조나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기존처럼 직접 고용한 사람만으로 보지 않고, 실질적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원청 등)까지 사용자에 포함시켜 교섭 상대를 넓힌 것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엔 파업 범위 확대: 임금뿐 아니라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쟁의행위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고 적시됐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에 최악의 법이라 할 수 있다. 회사 경영과 인사권까지 침범당해 노사관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많은 협력사와 노사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잇따라 발생한 중대재해를 계기로 산업안전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포스코이앤씨 사태가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자', 이것은 노란봉투법과 관련됐다"며 "실질적인 사용자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고, 하청이 원청과 대화할 수 있도록 교섭의 문을 여는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산업 안전과 관련된 의제"라고 산업안전과 노란봉투법의 관계를 설명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도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현장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부여해야 산업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다단계 하청 구조가 뿌리 깊게 내린 건설업과 조선업 등에서 많이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구조적 대안으로 노란봉투법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어 8월 임시국회서 국민의힘과 기업이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반대할 명분을 잃은 것이다.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가 관세협상 시기와 겹쳐 노란봉투법을 8월 임시국회로 넘겼지만, 이제 관세협상도 끝났고 포스코이앤씨 사태 같은 명분도 생긴 마당에 8월 임시국회서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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