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피싱 범죄의 주요 표적

  • 이윤호 교수
2025.07.31 14:47:19 호수 1542호

청년층일까 노년층일까?

피싱(phishing)은 개인정보를 뜻하는 ‘Private data‘와 낚시를 뜻하는 ’Fishing’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개인정보를 낚는다는 뜻이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가장해 전화, 문자, 메신저, 가짜 사이트 등 전기 통신 수단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를 통해 피해자를 기망함으로써 피해자의 비밀번호, 신용카드 정보, 은행 계좌 정보 등 개인정보를 훔쳐서 피해자의 재산을 갈취하는 사이버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초기 피싱 범죄가 주로 검사, 금융감독원, 법원 등 금융기관과 정부 기관으로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인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이 주류였던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기술과 결합된 고등 기술 범죄 대부분 및 대부분의 피싱 범죄는 초기에 검찰, 법원,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 친지 등의 계정으로 접속해 금전 차용 등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형태를 보였다.

그러다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가짜 홈페이지로 접속하도록 유도해 개인정보와 금융 정보를 편취하는 ‘피싱 사이트’, 스마트폰 채팅 어플 등을 이용해 상대의 음란 행위를 유도한 뒤 녹화하면서 심은 악성 코드로 편취한 정보로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몸캠 피싱’으로 발전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활성화된 QR코드를 악용하는 QR과 phishing을 조합한 ‘큐싱’, 온라인으로 접근해 사랑을 위장한 금전을 요구하고 편취하는 ‘로맨스스캠’ 등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 사기 범죄와 마찬가지로 범행 수법이 처음에는 무작정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투망을 던져서 걸리는 사람을 표적으로 사기를 벌이다가, 미끼를 던져서 무는 대상을 낚는 낚시형으로 진화하고, 이미 공개된 정보(open source)나 다른 방식으로 확보한 정보를 이용해 특정한 개인을 표적을 공격하는 ‘작살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보면 피싱 범죄의 주요 피해자는 누구, 어떤 부류, 어떤 집단과 특성의 사람들일까? 보편적으로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화 기기 등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이 주로 피해자일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지만 범죄 통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피싱 범죄의 주요 피해자는 우리가 추측한 것처럼 노년층에서 빈발하지만, 동시에 청장년층에게도 못지않게 빈발한다. 이 같은 현실과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학문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어떤 범죄가 실제로 발생하기 위해서는 동기를 가진 잠재적 범죄자, 보호되지 않는 매력적인 표적, 그리고 범행의 기회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즉, 이 세 가지 조건이 곧 범죄 발생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런데 노년층이 피해자가 많은 것은 바로 그들이 디지털이나 정보화 기기와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을 모호하고 방어할 능력이 부족하고 취약한 반면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잠재적 범죄자에게는 매력적인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청장년층은 디지털과 정보 기기와 기술에 능해서 자기 보호와 방어에도 능통할 텐데도 왜 피해가 빈발할까? 

그것은 아마도 디지털과 정보 기기와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그로 인해 피싱 등 수반되는 위험에도 가장 가까이 근접해 있고 동시에 가장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통계를 봐야 하겠지만, 노년층의 피해 빈도는 노년 인구에 대비해서는 그 비율이 월등히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청장년층의 피해 빈도가 높은 것은 인구당 비율은 낮지만 모집단 인구, 즉 정보와 디지털 사용이 일상생활 유형인 청장년층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전체 피해자 수도 많아진다.

종합하면 청장년층과 노년층이 공히 피해 건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 원인과 이유가 다르며 그래도 적어도 비율적으로는 노년층이 더 위험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연하고 있는 피싱 범죄에 대한 전략과 전술은 계층별로, 피해자화의 이유와 원인별로 서로 다르게, 그리고 차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노년층에게는 보호 능력을 높여주고, 청장년층에게는 위험에의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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