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0대 남성이 헤어진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가, 오피스텔을 무단으로 침입해 전 연인과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형사 정책상 두 가지 문제를 던진다.
첫 번째는 주거침입 이후 강도·강간·살인 등 강력범죄, 또 다른 하나는 근본 원인이었던 스토킹 범죄다.
주거침입은 그 자체로도 대단히 심각한 범죄지만, 또 다른 범행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인 경우가 많다. 주거침입 범죄는 그 자체가 범행의 목적인 표출적 범죄가 아니라 다른 범죄의 도구로서 행해지는 도구적 범죄라는 것이다.
절도, 강도, 강간, 살인에 이르기까지 주거침입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범죄가 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범죄는 대부분이 사전에 계획된 범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범인은 일련의 의사결정과 선택을 한다. 우선 범행할 의사와 결심, 범행 유형과 수법, 범행 대상과 표적 등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표적의 선택이다. 즉, 어떤 주거지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론적으로는 접근과 범행이 쉽고, 더 값비싼 것을 훔치거나 뺏을 수 있는 대상을 표적으로 선택한다.
동기가 있는 범법자가 값비싼 표적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경우 표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선택으로 설명하고,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표적으로 선택되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상황적 범죄 예방을 강조한다.
상황적 범죄 예방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인구의 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부족한 것은 CCTV를 활용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감시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범인이 범행의 표적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접근을 어렵게 하거나, 접근이 자신에게 위험한 행동이 되게끔 만들어 범행이 발생할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학문적으로는 ‘표적의 강화(Target hardening)’라고 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주거침입 범죄자가 가스 배관을 이용해 무단으로 침입한다. 가스 배관을 타는 것이 주거침입의 유일한 접근 수단이라면, 가스 배관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야 범인의 접근을 막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한때 외부에 노출된 가스 배관을 범법자가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기도 했다. 배관에 미끄러운 기름을 칠하거나, 날카로운 철망을 씌우는 등의 조치를 권장하고 시도했던 것이다.
강도나 강간, 살인 등은 피해자와 범죄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야만 가능한 범죄임을 감안할 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범죄는 애당초 발생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가스 배관이 건물에 외부에 설치된 기존 건물에 대한 조치지만, 신규 건축물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배관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되면 좋을 것이다.
주거침입 범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거침입 절도 등의 범죄가 발생했던 거주지가 다시 피해를 당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범죄 위험성이 높기 때문인데, ‘반복 피해자화(Repeat victimization)’를 예방한다면 상당한 침입 범죄도 줄일 수 있다.
이런 반복 피해자화는 범법자의 선택의 결과고, 선택의 기저는 바로 보호되지 않는 ‘매력적인 표적’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침입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표적을 강화해 침입이 어렵거나 위험하게 하는 등 표적으로의 접근을 통제해야 한다. 표적의 강화, 접근의 통제, 감시의 강화 등 침입 범죄 예방을 위한 일련의 제안들이 바로 상황적 범죄 예방이고, 이를 강조하는 것이 곧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핵심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