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스토킹’ 피해 이대로 둘 것인가?

  • 이윤호 교수
2025.06.21 00:00:00 호수 1537호

또 다시 한 여성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스토킹 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달아났다가 나흘 만에 피의자가 붙잡힌 것이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경찰에 신고했고, 신변 보호 요청도 했고, 경찰에서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도중에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다지만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방지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나 주의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토킹 표적이나 피해자는 대체로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취약한 게 현실이다.

스토킹의 위험을 느끼거나 경험하면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신변의 보호까지 요청하게 된다. 강력 범죄로의 비화 위험성을 고려해 가능한 조치가 사법 당국에 의해서 취해진다.

가장 보편적인 조치는 스마트워치의 지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스토킹 피해 여성의 보호에 무용지물이다. 스토커가 근접해 긴박해진 순간에 차분하고 신속하게 스마트워치를 작동할 수 있는 피해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설령 신속하게 작동시켜서 경찰이 출동해도 현장에 도착하기 전 범인은 범행을 끝내고 현장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접근금지 명령이 있지만, 이 또한 크게 효과적이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접근금지 명령을 스토커가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대다수 스토커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접근금지를 누구도 감시하고 감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고도 지급하지 않으면 조치하기 힘든 것과 다를 바 없다. 법원의 명령 하나로 접근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애초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건 스토커에 대한 구속영장의 신청과 발부다. 안타깝게도 실제 스토킹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 비율은 기껏해야 3~7% 수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영장을 신청하는 검찰이나 발부하는 법원은 현장 경찰에 비해 피해의 심각성과 강력 범죄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게 이유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행 제도와 대책, 관행으로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스토킹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려면 스토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피의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때는 반드시 전자발찌 부착을 동시에 명령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피의자의 거주지나 직장에서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실시간으로 피의자에게 경고 신호를, 경찰에게는 출동 신호가 발령되게 만들어 더 이상의 접근을 막자는 것이다.

물론 모든 형사사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구속은 예외고, 그마저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 장치는 아마도 과거 강력한 국가에 대항하는 약한 시민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에서 파생된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을 정도로 개선됐다. 이제는 피해자에게도 적어도 피의자에 준하는 수준의 권리와 보호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법제도가 피의자, 범법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자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당연히 검찰이나 법원에서도 경찰의 현장의 소리와 피해자의 살아있는 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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