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권력따라 부침하는 사법 리스크?

2025.06.11 08:23:32 호수 1536호

이재명 대통령은 6·3 대선 전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장동 배임 등 뇌물 의혹, 위증교사 혐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불법 대북송금 3자 뇌물 혐의 등 5개의 사건에 피고인으로 기소돼 사법 리스크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1주일 만에 사법 리스크서 벗어나게 됬다. 불소추특권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오는 18일로 예정돼있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의 1차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다음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도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의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 변경했다.

서울고법이 공직선거법 사건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하자, 다음날 서울중앙지법도 대장동 배임 등 뇌물 의혹 사건을 곧바로 추후 지정 변경한 것이다. ‘지법 재판부’는 상급 법원인 ‘고법 재판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기일 추후 지정은 재판 일정을 바꾸거나 연기하면서 다음 기일의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을 말한다. 추후 지정은 사실상 재판 절차의 중단을 의미한다.


두 재판부는 추후 지정 사유로 ‘헌법 84조’를 들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문이다. 사실 법조계와 정계에선 소추의 시기와 범위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법원이 대선 이후 안정적인 정국을 위해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한 것이다.

이제 이 대통령은 위증교사 혐의와 함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불법 대북송금 3자 뇌물 혐의 등 3개의 재판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이 세 재판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위기다.

물론 법원의 추후 지정 결정에 대해 검찰이 이의신청하면 법원이 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모두 5년 후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반면, 탄핵 이후 불소추특권을 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12일 경찰에 출석하라는 소환 요구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직권을 남용해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해 시설을 봉쇄하거나 출입을 통제하게 하고, 부당한 직무수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의 출입을 막거나 영장 없이 체포하려고 해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에 대한 심의·의결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불소추특권을 갖고 있었던 만큼, 소추 가능한 내란 혐의만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해 불소추특권을 잃자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다.

지난 6일 국회는 본회의서 윤석열정부의 핵심 의혹을 밝히기 위해 비상계엄령 선포 시도,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및 불법 공천 개입,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은폐 등 ‘3대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10일 이들 특검법은 이 대통령 주재 두 번째 국무회의서 의결돼 늦어도 7월부턴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이뤄진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려 했다”는 문건을 중심으로, 군사반란·외환유치 시도 등 총 11건의 헌정 질서 파괴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내란 특검 수사는 즉시 강제수사 단계로 전환된다.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포함해 명품 가방 수수, 건진법사와의 연결,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및 불법 여론조사까지 총 16건을 집중 수사한다. 특검은 검찰 수사 과정서 누락된 진술·계좌 흐름 등을 다시 들여다보며, 수사 결론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채상병 특검은 해병대 수색 작전 중 발생한 채 상병 순직 사건서 국방부 수뇌부와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사건 은폐 행위를 정조준한다. 해당 사건은 이미 국회 청문회 및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군 내부 문건, 상관 지시, 진술 조서 등 주요 증거들이 공개돼있다.

앞으로 윤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그랬듯이 장기간 사법 리스크와 싸워야 한다. 이 과정서 정권의 무상함을 느낄 것이다. 혐의나 의혹이 큰 만큼 사실로 밝혀지면 감옥에도 갈 수 있다.

“뜨는 이 대통령에겐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고, 지는 윤 전 대통령에겐 사법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대통령도 불소추특권이 특권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이 기일 추후 지정하자,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위해 12일로 예정했던 국회 본회의 일정을 철회한 건 잘 한 일이다.

법원은 이 대통령의 나머지 3개 재판에 대해서도 기일 추후 지정하고,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자체를 아예 포기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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