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바람 없는 집’ 최제이

2025.05.29 00:00:01 호수 1533호

더 가까워지고 더 넓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호리아트스페이스서 최제이의 개인전 ‘바람 없는 집’이 열린다. 최제이는 바람이 멈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내며, 무의식적인 붓질 속에서 길어낸 감정의 결을 한 화면에 응축한다. 이번 개인전은 바람과 집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내면과 감각의 흐름, 그리고 삶의 전환을 조용히 드러냈다.



최제이는 개인전 ‘바람 없는 집’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신작에는 클로즈업된 풍경과 넓어진 하늘이 담겼다. 멀리서 응시하던 시선은 집 안에서 세상을 향해 열리는 내면의 창으로 전환됐다. 바람은 더 이상 고통의 은유가 아니라 감정의 결을 따라 흐르는 내면의 리듬이며, 집은 은신처를 넘어 희망의 지점으로 변화했다.

리듬과 희망

최제이는 에스키스 없이 즉흥적으로 붓을 놀렸다. 오로지 감각에 의존했다. 화면 위의 바람은 반복과 지움, 다시 그리기를 통해 시간과 감정의 흔적으로 표현됐다. 이 과정은 단순한 회화적 기술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통해 세계를 직관하는 실천이 됐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지각은 몸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제이의 작업은 바로 이 몸의 리듬이자 감각의 흐름이며 정신적 생명처럼 삶의 복합성과 귀환의 서사를 품고 있다.

‘The Sanctuary51’은 이번 전시의 시각적 중심축을 이루는 대형 작품이다. 풍경의 스케일을 확장하면서 정서적으로는 고요함과 침잠의 밀도를 동시에 안긴다. 화면의 대면적 구성은 바람이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흐름을 회화적 리듬으로 확장한다.


반복 지움 다시 그림
시간과 감정의 흔적

내면의 균열을 지나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감정을 정동하는 심리적 귀환의 장소로서 집의 의미를 부각한다.

‘The Sanctuary48’은 유기적인 붓질과 정지된 하늘의 면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미묘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이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바람의 결은 최제이의 손 끝에서 반복과 지움의 과정을 거치며 시간과 감정의 축적으로 변모한다. 구체적인 서사를 배제한 채 오로지 감각의 언어로 구성된 이 화면은 관람객에게 자신의 감정 결을 대입할 수 있는 공감의 여백을 제공한다.

‘The Sanctuary47’은 이번 시리즈 중 가장 간결하면서도 직선적인 감정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요한 하늘의 톤과 함께 흘러내리는 붓질은 내면의 고요한 진동과 닮아있다. 최제이도 “작업은 삶과 닮아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통제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감각을 믿고 흘러가는 지혜, 그리고 그 끝에서 도달한 정신의 쉼터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통찰과 여운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3년간 일관되게 그려온 바람과 집의 이야기서 새로운 전환을 보여준다. 이전보다 가까워진 풍경, 확대된 하늘, 그리고 열린 집은 내면을 응시하고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감각의 창이 된다”며 “조용하고 섬세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최제이의 작품 세계는 관람객에게 삶의 고요한 통찰과 감정의 여운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최제이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아트사이드, 가나아트스페이스, 수호갤러리, 갤러리 헤세드 등에서 13번의 전시를 열었다.

이 외에도 60여회 이상 단체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미술재단, 수호갤러리, 쉐라톤 워커힐 애쉬톤, 신협중앙회연수원, Sakimi Art museum 등 국내외 기관과 개인 컬렉션에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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