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현대코퍼레이션 경영 승계 밑그림

2025.05.15 17:35:50 호수 1531호

장남과 장녀 물밑 경쟁

일제히 지주사 지분 매입
각자 자리서 키운 존재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회장의 자식들이 주식 늘리기에 나섰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쯤으로 비쳐진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부친에 비해 지분율이 현격히 낮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경영 성과를 입증한 장남이 한 발 앞선 듯 보이지만, 보유 주식은 장녀가 더 많은 상황이다.

1976년 설립된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은 범현대가의 수출 창구 역할을 맡아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현대그룹에서 벌어진 경영권 승계 다툼에 휩쓸린 끝에 2003년 채권단 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부침을 겪던 현대코퍼레이션은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기면서 범현대가로 복귀했다. 2015년 신사업 및 브랜드사업 부문을 현대씨앤에프(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로 분할시켜 현재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의미심장 행보

정몽혁 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회장은 2015년 말 현대씨앤에프로부터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현대코페레이션홀딩스를 지배하면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은 지분율 23.62%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최대주주이며, 특수 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29.34%다. 그룹 지배구조는 ‘정 회장→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현대코퍼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은 정 회장에게 압도적으로 쏠린 형태였다. 이런 이유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었고, 정 회장의 자식들은 부친과의 지분율 격차를 단시일 내 좁히기 힘든 실정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의 2남1녀(▲정현이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대표 ▲정두선 현대코퍼레이션 부사장 ▲정우선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과장)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을 각각 0.78%, 0.54%, 0.32% 보유했을 뿐이다.


정 회장의 자식들은 최근에서야 유의미한 움직임을 드러낸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3거래일 동안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주식 매입에 나섰다. 사들인 주식 수는 ▲정 대표 2만4863주 ▲정 부사장 2만1414주 ▲정 과장 2만4169주 등이었다. 1주당 매입 가격은 1만670~1만1172원이다.

정 회장의 자식들은 보유한 현금을 주식 매입에 활용했으며, 앞서 지급된 배당금이 실탄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2024회계연도 결산배당금으로 1주당 500원을 책정한 바 있다.

세 사람의 지분율이 여전히 1%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 회장의 자식들은 이번 주식 매입으로 지분율을 각각 1.05%, 0.77%, 0.59%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1961년생인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인 만큼, 당장 승계 작업이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범현대가의 가풍대로 장남인 정 부사장이 후계자로 간택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990년생인 정 부사장은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L.C.C) 마케팅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현대코퍼레이션 법무팀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9년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하며 현대코퍼레이션 싱가포르 법인인 현대퓨얼스 법인장으로 이동했다.

정 부사장은 현대퓨얼스의 고공행진을 이끌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5710억원이었던 현대퓨얼스 매출은 2023년 1조1214억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를 계기로 정 부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다만 정 부사장의 누나인 정 대표 역시 만만찮은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 대표는 2020년부터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2002년 정 회장이 범현대가 품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에 나서며 설립한 법인으로, 전구 등 조명장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4억원, 5억1641만원이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와 지분 관계로 묶이지 않는 정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다. 정 회장의 아내 이문희 여사(39.07%)가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누가 후계자?

정 대표는 2019년 8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주식을 매수하면서 특수 관계인 지분보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정 대표는 2만928주를 매입했는데, 이때만 해도 정 부사장(2만5056주)에 비해 보유 주식이 적었다. 정 대표는 2020년 3월 정 부사장과 함께 지주사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섰고, 이 무렵 두 사람이 추가 확보한 주식은 각각 2만주, 2만4000주였다. 정 대표는 2022년 8월 3만주를 취득하면서 정 부사장을 앞질렀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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