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순풍 탄 한화·LIG 웃고
보험 업종 순위 하락 뚜렷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기업의 외형을 가늠하는 수단이자 재계 서열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대기업 명단 발표는 재계의 관심사다. 올해는 업종에 따라 순위 변동이 확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초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해 왔다. 1987년 재벌에 의한 시장경쟁 저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초창기에는 자산총액 4000억원을 지정 기준으로 삼았다. 자산총액 기준은 2009년 5조원으로 조정된 이래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나름의 이유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64곳에서 지난해 88곳으로 늘었고, 지난 1일 발표에서는 92곳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자산총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11조6000억원) 이상인 46개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이들은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을 적용받는다.
최상위에서는 롯데, 농협의 순위 변동이 눈에 띈다.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 상위 5대 기업집단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순이었지만, 올해는 롯데가 한 계단 상승하면서 5위 자리를 꿰찼다. 포스코는 자산총액이 지난해 136조9650억원에서 올해 137조816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음에도 2년 만에 재계 순위 6위로 밀려났다.
농협은 예대 마진 확대로 자산총액이 78조4600억원에서 80조6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9위로 올라섰다. GS는 자산총액이 79조3200억원으로 1년 새 1조5000억원 감소하면서 한 계단 하락한 10위에 자리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LIG(방산, 69위) ▲대광(건설, 74위) ▲사조(원양, 88위) ▲빗썸(가상자산, 90위) ▲유코카캐리어스(운송, 91위) 등 5곳이다. 지난해 재계 28위였던 금호아시아나(자산총액 17조3910억원)는 자산 감소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는데, 이는 아시아나항공 등 8개사가 매각된 여파다.
가장 순위 상승 폭이 컸던 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과 대명소노였다. 두 집단은 순위를 22단계씩 끌어올렸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10조원에서 올해 21조원으로 급증했는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온시스템 등을 인수한 덕분이다. 이를 계기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전환됐으며, 올해 재계 순위는 27위다.
대명소노의 자산총액은7조3780억원으로, 전년(5조1760억원) 대비 42.5% 증가했다.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당시 86위였던 재계 순위는 1년 새 64위로 조정됐다. 지난 2월 말 인수한 티웨이항공 지분이 반영되는 내년에는 대명소노 자산총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달 30일 에어프레미아 보유 지분 전량을 타이어뱅크 측에 넘기면서 약 188억원의 차익을 남긴 상황이다.
올해 대기업 지정 현황을 보면 방산·해운 관련 기업집단의 자산총액 증가세가 뚜렷했다. 해외 각국의 군비 증강으로 방위산업이 급격히 성장했고, 중동 지역 분쟁으로 해운업계가 순풍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112조4600억원에서 올해 125조7400억원으로 늘었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은 7조24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LIG는 지난해까지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이었다가 올해에는 7조1100억원을 기록하면서 신규 지정됐다.

해운업에 주력하는 HMM은 지난해 25조5100억원이었던 자산총액을 올해 33조4500억원으로 키웠고, 장금상선은 지난해 14조2000억원에서 올해 19조4900억원이 됐다. 자동차운송업을 영위하는 유코카캐리어스는 자산총액 5조1100억원으로 신규 진입했다.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와 함께 두나무와 빗썸의 자산총액도 증가했다. 두나무는 전년(53위) 대비 17계단 올라 재계 36위에 이름을 올렸고, 빗썸은 자산총액 기준 90위로 신규 지정됐다.
반면 보험업을 주력으로 하는 집단의 경우 하락세가 뚜렷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부채 할인율을 인하했고, 보험계약부채가 증가하면서 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DB의 자산총액은 15조7100억원에서 14조8300억원으로 떨어졌고, 재계 순위는 35위에서 40위로 하락했다. 교보생명보험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13조2100억원에서 올해 11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자산총액이 1조1500억원 줄면서, 81위였던 재계 순위가 15단계 뒷걸음질 쳤다.
온도차 확연
한편 공정위는 이번 지정결과를 바탕으로 ▲주식소유현황(9월) ▲채무보증현황 및 금융보험사 의결권행사현황(10월) ▲내부거래현황(11월) ▲지주회사현황 및 지배구조현황(12월)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에게 이 같은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 감시가 강화되고 기업집단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이 유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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