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사줄까?” 강남 일대 초등생 ‘유괴 주의보’ 확산

2025.04.18 16:42:06 호수 0호

잇따른 의심 신고⋯학부모 불안감 고조
경찰, CCTV·목격자 토대로 용의자 추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권 일대서 초등학생 유괴를 노린 의심스러운 접근 사례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과거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악몽까지 되살아나며, 학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18일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2시30분께 강남구 역삼동 A 초등학교 주변에서는 중년 남성 두 명이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음료수를 사주겠다”며 접근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학생이 “괜찮다” 거절하며 자리를 피해 화를 면했지만, 학부모 사이에서는 ‘납치 시도’ 가능성이 급속히 퍼졌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16일에는 오후 6시30분경 개포동 B 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던 2학년 남학생이 낯선 노인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노인은 남학생의 가방끈을 잡고 “내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며 아이를 끌고 가려 했으나, 학생이 뿌리치고 도망가면서 미수에 그쳤다.


잇따른 납치 의심 신고에 해당 사건이 발생한 학교들은 가정통신문 발송, 유괴 예방교육, 순찰 강화 요청 등 즉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경찰 역시 CCTV 분석과 목격자 탐문 등을 통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경찰은 연쇄 사건 여부를 놓고 목격자 진술과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노인, 중년 남성 등 총 세 명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강제 연행 시도 여부 등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 중”이라며 “등·하교 시간대 순찰을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사실, 강남 학부모들의 불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불과 1년 전 대치동 학원가를 뒤흔든 ‘마약 음료’ 사건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B 초등학교서 약 1.6㎞ 떨어진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등·하굣길 학생들에게 이른바 ‘마약 음료’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됐다.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고 속인 일당은 미성년자 9명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

사건의 주범은 지난해 12월, 2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서 이번 유괴 의심 사건까지 겹치면서, 강남 학부모들은 그야말로 ‘멘붕’(멘털 붕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에 자녀를 둔 한 학부모 김모(42)씨는 “지난번 마약 음료 사건 때도 너무 불안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아이를 납치하려 한다니까 너무 걱정이 된다”며 “학교와 경찰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줬음연 좋겠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린이 대상 범죄는 사전 예방이 핵심이므로, 자녀와 함께 모르는 사람 대응 요령, 신고 방법 등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학교‧경찰‧지자체가 상시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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