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넘쳐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는 배송 기사들은 운송료를 받는 데만 한 달을 기다린다. 배송을 주선하는 운송사가 운송료를 선결제해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은 화물차주들의 고된 현실을 해소하고자 물류 네트워크 개발에 나섰다.

2020년 큐런을 설립한 신재명 회장은 꿈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였다. 배송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물류 업계에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국내 42만군데가 넘는 물류 회사들 속에서 문제 해결 중심 원칙을 외치는 신 회장을 만나봤다.
주문과 동시에
과거엔 물류 운송을 위한 인프라나 인력, 장비에 대한 비용이 저렴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요인과 불경기가 맞물려 효율적인 비용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대리점만 늘리는 물류 시스템으로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큐런은 대리점망을 구축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워 IT 플랫폼을 통한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우선시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주문과 동시에 직접 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배송 네트워크가 완성돼야 한다.
신 회장은 “배송 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빠른 선지급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큐런은 배송 기사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미배송, 오배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기사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결국 화주들도 큐런을 믿고 화물을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큐런은 기사들을 위한 자금 지원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물류 주선이 주요 사업인 큐런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류 주선 업계에선 강점을 갖고 지속하고 있는 데 더해 더 빠른 배송 속도를 요구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려는 기업이다. 큐런은 경쟁사가 범람하는 업계서 차별화를 위해 ‘24시 번개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물류센터 매입을 위해서도 분주하다. 1만5000평 규모의 수도권 물류센터 3-4개를 확보해 수도권에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국방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윤국 전 국군수송사령부 소장을 부사장으로 세워 군수송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 개발 선진화 주도
24시 번개배송···4년 내 100조 목표
신 회장은 “이미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에 대한 경험이 쌓여 있다. 더 빠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다음 날 배송해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큐런의 24시 번개배송은 조금 다르다”며 “6시간 내 배송을 기획하고 PT하는 과정서 ‘택배’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기존 택배 시스템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택배는 집하가 중요한 데 고객의 주문과 동시에 빠른배송이 가능하도록 촘촘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0개 정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주간에 빠르게 배송해주거나 새벽 배송으로 서비스가 진행되는데 큐런은 24시간 언제라도 주문이 들어오면 6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하려고 한다. 이 과정서 1분이라도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을 배제할 것”이라며 “기존의 택배처럼 집하 개념이 아닌 자사몰을 운영하고 빠른 배송이 필요한 기업에 큐런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잘 아는 신 회장은 수기 송장과 수기 계산서가 사용되는 불편함과 전화로 배차하는 아날로그 방식까지 없애면서 배송 속도를 더욱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내내 신 회장의 휴대전화 3개는 쉴 틈 없이 울렸다. 현장 업무도 직접 관리하는 그는 회장이라는 직에 걸맞은 권위적인 이미지보다 실무자 모습에 가까웠다. 물류 기사들과 통화하는 업무서 그는 설득을 통한 상호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스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보였다.
신 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흐름에 맞춰서 준비를 지속하고 있고 그 과정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면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큐런이라는 상호도 고객이 ‘큐’를 외치면 ‘런’하겠다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큐런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서비스인 ‘24시 번개배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언제라도 6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산 개발은 끝난 상황이며 서울 수도권에 5개의 거점을 확보해 최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는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그의 철학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신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발표한 매출 100조 달성 목표는 실무자로서의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됐다. 큐런은 지난 1월6일 ‘2025 신속히 도약해 비상하자!’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서 이같이 발표했다.

당시 큐런그룹 계열사인 큐런네트웍스, 시사픽, 짐플러스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권안식 규런네트웍스 총괄고문은 “큐런맨이 물류산업 전반에 관한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연에 나선 이현우 전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큐런그룹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비상하기 위해선 국내외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리스크를 줄이고 큰 비전을 품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전 계열사 임직원이 전략적 비전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직원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임직원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큐런 임직원들의 의기투합은 신 회장의 리더십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배송 기사님을 위한 회사
운송료 선결제 도입 호평
큐런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일인데, 배송 기사들의 경제적인 여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지급 구조를 만들겠다”며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류 업계는 기존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는 형태다. 이 과정서 회사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큐런은 물류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실제로 보름서 한 달 뒤에나 운송료를 받는 기사들은 체감상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60일처럼 느낀다고 한다.

당당한 그에게도 과거의 아픔은 있었다. 지난 2022년 큐런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고난이 찾아왔다. 큐런은 당시 큐런 택배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기존의 택배와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 회장이 과거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큐런 그룹서 겪지 않도록 계획한 이유다.
한편, 신 회장은 전문가 수준의 무예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4월 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사)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 취임식서 “합기도인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합기도의 과학화와 지도자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용 다이어트
신 회장은 “특히 대한합기도무예협회의 목적인 합기도 사범의 해외 파견과 초청, 국제교류, 국내외 합기도 대회 개최, 합기도 관련 서적과 역사 편찬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임기 중에 속도를 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합기도무예협회 공인 6단이다. 또 지난 2년간 (사)한국권투협회 제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권투 종목의 위상 제고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