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

2025.03.10 10:41:16 호수 1522호

강국진 외2 / 부키 / 2만2000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감동적인 엔딩 장면이다. ‘매켄지’라는 서양 기자가 항일 의병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 그들의 투쟁과 의기를 세상에 알린다. 같은 드라마서 주인공 유진을 미국으로 데려가 보호해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인 선교사 ‘요셉 스텐슨’은 고종 황제의 밀서를 해외로 전달하려다 살해당한다.



영화 <밀정>에서는 ‘루비크’라는 유럽 남성이 의열단원 연계순과 부부로 위장해 국내로 폭탄을 들여오는 작전에 참여한다. 영화 <박열>에는 일왕과 그의 가족 암살을 모의한 대역죄 혐의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는 일본인 여성 ‘후미코’가 등장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는 이처럼 독립운동과 항일 투쟁에 함께하는 외국인이 종종 등장한다. 이런 외국인 독립운동가 캐릭터는 단순히 흥미와 극적 효과를 노린 허구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 역사적 근거가 있는 팩트일까?

놀랍게도 위에서 예로 든 네 등장인물은 모두 실존 모델이 존재한다. 후미코는 재판장이 사형을 선고하자 “만세!”라고 외치고 끝내 옥중서 스러져간 실존 인물 ‘가네코 후미코’다. 루비크는 상하이서 의열단의 폭탄 제조 책임자로 활약하며 일제에 맞서 싸운 헝가리인 ‘마자르’가 실제 모델이다.

매켄지는 일제의 침탈과 독립운동, 항일 의병 활동상을 직접 취재해 세계에 알린 <데일리메일> 극동 특파원 ‘프레더릭 A. 매켄지’다. 요셉 스텐슨은 고종의 비밀 특사로 세계를 누빈 푸른 눈의 한글학자이자 한국 역사가 ‘호머 B. 헐버트’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들 외국인 독립운동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안중근 의사가 한국인이라면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우리 자손과 동포 모두 공경하고 우러러 사모해야 한다고 말한 이방인 독립투사들이 있다. 낯선 나라, 낯선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우고, 옥에 갇히고, 추방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친 외국인 영웅들.


그러나 오늘날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은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 잊힌 존재가 돼버렸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펴낸 이 책에서 저자들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공로를 생생히, 감동적으로 되살려내 들려준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대한외국인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그들이 추구한 자유와 정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 그들이 실천한 인류애를 되새기고 기리고자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 1만8162명 중 외국인은 76명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서훈은 받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독립투사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들 덕분에 주권과 영토를 강탈당한 상황서 우리의 수많은 의거와 무장 투쟁이 가능했다. 일제강점기의 참혹한 현실과 일제의 탄압과 착취, 그리고 이에 맞서 싸운 우리의 독립운동, 특히 3·1 운동과 독립선언서가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에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외국인 영웅들의 숨은 도움과 희생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싸움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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