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회를 좀먹고 있는 마약 범죄가 군 내부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입영 예정자와 임관 예정자들에게 마약 검사를 필수로 진행하고 있지만, 군 생활 도중에 마약 범죄에 노출된 장병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국회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마약 범죄 감시를 위해 다른 방법을 내놨다.

지난해 국방부는 마약이 일선 군부대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류 검사 대상을 전체 장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회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장병 마약 검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액 삭감
국방부는 지난해 7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매년 부대 정원의 30%에 대해 불시 마약류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마약 검사 키트에 필요한 예산 중 현역 병사를 대상으로 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장병들에 대한 마약류 검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군대 내에서 발생한 마약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감시망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국방위원회)이 지난해 10월 국방부와 각 군 검찰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에서 발생한 마약범죄는 총 96건이다.
최근 5년간 군 마약범죄는 ▲2020년 17건 ▲2021년 18건 ▲2022년 18건 ▲2023년 32건 ▲2024년(2024년 10월 기준) 11건에 달하며, 군별로는 육군이 66건으로 가장 많았고 해군 20건, 공군 7건, 군 검찰단 소관 3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국방부는 군 사법기관장 협의회를 통해 군 내부 마약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처벌 수위는 여전히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군에서 발생한 마약범죄 총 96건 중 징계 처리는 30건, 형사 처리는 66건이 이뤄졌으며, 그나마 형사 처리된 사건 중 21건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최근 5년간 마약범죄에 대한 군의 징계는 파면 3건, 해임 2건, 강등 5건, 정직 4건, 감봉 5건, 근신 2건, 영창 1건, 군기교육 4건, 휴가 단축 4건이었다.
형사 처리는 불기소 21건, 실형 6건, 집행유예 5건, 벌금 5건, 기소 후 이송된 사건 14건, 재판 중 3건, 수사 과정 중 이송 11건, 수사 중 1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기소가 이뤄진 21건 중 10건은 초범, 반성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군인 마약범죄 5년간 96건 발생
“마약 유통이라도 원천 차단”
최근 5년간 육·해·공군 군사경찰이 마약 사범 총 96명을 입건해 압수한 마약류는 1.8kg에 달한다. 육군은 필로폰 338.99g 케타민 1,387.04g 코카인 44.93g 엑스터시(MDMA) 432정을, 해병대는 필로폰 14.385g, 케타민 1389g을, 국방부 조사본부는 졸피뎀 2개를 압수했다.
필로폰만 따져봐도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만1780회를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상황에 국방부는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이하 예결소위)에 장병들의 마약 검사를 위해 약 30억2000여만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예결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결소위는 국방부가 요청한 예산 중 20억5000여만원을 감액했으며 국방부 의무물자확보 사업 예산 심사에선 현역 병사를 대상으로 한 마약류 키트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다.
당시 예결소위는 ▲입영 대상자 상대로 이미 마약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불시 검사 기준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현역 군인 대상 검사 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국방부는 불시 검사 인원을 30%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역 군인들 중 일부에 대한 불시 마약류 검사를 시행하는 것 자체가 마약 차단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규모가 적더라도 예산을 편성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건강한 군을 위한 방안이지만 예산 자체가 편성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우선 마약 유통이라도 원천 차단한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휴가 및 외출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군인들에 대해 반입 물품을 대상으로 마약류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일선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마약 유통 경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약 거래 동향도 모니터링하고 마약범죄를 목격하거나 의심 사례를 발견했을 때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장병 익명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공군에 ‘마약 범죄 전담 수사센터’를 개설했다.
공군 마약수사센터 개설
“전군으로 확대할 예정”
국방부는 지난 24일 공군검찰단이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서 ‘마약범죄수사센터’ 개소식을 했다고 밝혔다. 전군에서 마약 범죄 전담 수사센터를 만든 것은 공군이 처음이다.
공군검찰단 직속 마약범죄수사센터는 충남 계룡시 공군본부와 경남 진주시 공군교육사령부에 검찰부를 설치했다. 각 검찰부에는 마약범죄 전담 군검사 1명과 검찰수사관 2명을 배치했다.
센터는 앞으로 마약 범죄 수사와 적발을 전담한다. 군 내 마약 유입 차단을 위한 예방과 단속 교육도 한다. 탐지견과 장비를 활용해 마약류 반입 가능성이 큰 택배와 소포를 집중 점검한다. 마약 폐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홍보 활동도 병행한다.
특히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지난해 11월 관세청과 ‘마약범죄 예방과 척결을 위한 상호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마약범죄 수사 과정서 입수·포착한 범죄정보를 공유한다. 관세청이 공군의 마약 탐지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월에는 대검찰청과 마약 수사 정보 공유와 공조 수사를 위한 협력체제도 구축했다. 또 전담 수사관 역량 강화를 위해 법무연수원·경찰수사연수원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김형찬(대령) 마약범죄수사센터장은 “휴대전화를 소지한 병사들이 마약 유통 경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거래 동향 모니터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 없다?
김 센터장은 “국방부가 군 내 마약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공군도 이에 발맞춰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마약류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센터를 열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마약은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면서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이후에도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지속해서 교육하고 장병들이 마약 범죄를 목격하거나 의심 사례를 발견했을 때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익명 신고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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