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은 ‘엘시티’ 게이트

2025.02.27 14:14:05 호수 1520호

다시 드러난 ‘LCT 패밀리’ 민낯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의 두 아들이 법정에 섰다. 사기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장남 A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베일에 가려진 차남 B씨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이 회장의 옥중 경영을 도운 변호인도 실형에 처해졌다.



이영복 회장은 엘시티(LCT)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른바 ‘엘시티 게이트’의 주범이다. 횡령·배임(약 709억원)과 5억3000여만원의 금품 로비 등 혐의로 2016년 11월 구속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가 2022년 11월 출소했다. 사실상 ‘엘시티 왕국’을 이룩한 조력자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력자들

이 회장의 장남 A씨는 엘시티에 대한 분양대행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겠다고 속여 32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거액의 채무를 부담한 상황을 숨기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거금 32억원을 편취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는 부동산 분양사업에 상당히 전문성 있는 전문가로서 이씨가 변제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업시설 독점 분양을 통해 큰 수익을 얻기 위해 큰 금액을 빌려줬다”며 “범행의 발생에 피해자 책임도 일부 존재한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6월경 피해자로부터 32억원을 빌리는 대가로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엘시티 민간사업자 엘시티피에프브이(PFV)가 소유한 부산 해운대 소재 상업시설에 대한 독점적 분양 대행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고 돈을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같은 해 12월 A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 2023년 1월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과 A씨는 죽이 잘 맞는 부자로 보인다. 이 회장은 부동산개발사업에 지분만 소유할 뿐 대표이사나 감사 등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실제로 청안건설, 엘시티(옛 트리플스퀘어자산관리), 엘시티PFV, 제이피홀딩스, 제이피홀딩스PFV, 맥서러씨 등 관련 회사 법인등기사항 일부 증명서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영복 회장 장남 사기·차남 탈세
분양대행으로 뜯고 소득세 등 체납

A씨도 이 회장처럼 은둔 경영자였다. 실제로 A씨가 대표이사를 지낸 건 제이피홀딩스서 7개월(2009년 10월13일~2010년 5월11일), 맥서리씨에서 1년 1개월(2005년 8월16일~2006년 9월13일)이 전부다. 다만, 그는 제이피홀딩스PFV 지분 75.33%를 소유했고, 제이피홀딩스PFV는 제이피홀딩스의 지분 94.1%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맥서러씨의 지분 75.33%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개발사업과 무관한 에프엑스기어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공개 인터뷰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로 2005년 2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그해 7월 사임했다가, 2007년 5월 재취임해 지난 10월10일까지 해당 직을 지냈다.

A씨는 ‘엘시티 게이트’의 논란을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A씨는 박근혜정부 당시 창조경제 사업부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 등 인맥을 이용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해당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가상현실(VR) 기기 업체인 에프엑스기어 대표이사로 활동하던 2013년 11월, 미래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조경제문화운동’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해당 추진위원회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홍보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2013∼2014년 두 번 회의를 연 후 운영 실적이 없었다.

당시 추진위원으로는 학자·연구원·기업가·창업 교육 전문가 등이 선발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업에 성공했고 창조경제에 기여할 사람을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추천을 통해 무작위로 뽑았다”며 “당시 30∼40대 후보군 중 A씨가 있었고 객관적으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봤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창의재단은 최순실 파문에 휘말린 적이 있다.


최씨의 조카 사돈인 김모씨가 기업 파견직으로 창의재단서 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서울대 이공계 박사 출신으로 지난 2004년 에프엑스기어를 창업해 대표를 맡다가 2016년 10월 퇴사해 부친 이 회장의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과 계모임
비선 실세의 추억

이 회장의 가족으로는 부인 박씨와 두 아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A씨가 장남으로 알려져 있으며, 박씨와 차남 B씨의 실명은 언급되지 않았다. 차남 B씨는 지난달 7일 법정 구속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문경훈 판사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B씨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1억원 규모의 재산을 은닉·탈루하고 10억원 이상을 체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모친 박씨에게서 받은 돈의 증여세나 본인 종합소득세, 회사 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 18억2475만원을 체납했다.

B씨는 2017년 12월 세무서에서 과세예고통지서를 보내오자 자신의 재산을 숨기기 위해 서울 아파트 임차보증금(29억여원) 중 10억원을 지인에게, 14억여원을 모친에게 넘겼다.

문 판사는 “은닉·면탈한 재산의 가액이 11억9243만원에 이르고, 현재까지 10억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필적 범의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과거 이 회장의 변호인이자 엘시티PFV 대표이사 강모씨도 지난 12일 실형을 받았으나 법정 구속은 면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이창민 판사는 특수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8개월형을 선고했다.

강씨는 2023년 3월22일 엘시티 워터파크와 관련한 유치권 분쟁 과정서 용역을 동원해 상대 업체 측 직원을 사무실서 끌어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1999년 이 회장의 또 다른 특혜 개발 건인 ‘다대·만덕지구 사건’ 수사를 맡았던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변호사 개업 후엔 엘시티 특혜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이 회장을 수시로 접견한 ‘집사 변호사’로 알려진 바 있다.

집사 변호사

이 판사는 “(강씨는)대표이사 지위서 용역업체와 만나 계약 체결을 협의하는 등 용역 이행에 관한 보고를 받았는데도 이를 지시한 바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8년 엘시티 재판 사건 진행 내용에 따르면, 강씨는 그해 6월28일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이 회장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 과거 이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가 오른팔로 둔갑한 것이다. 변호인이자 회사 대표인 덕에 강씨가 이 회장의 옥중 경영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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