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돈세탁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하고 세금을 포탈한 정황이 있다”며 고발장을 냈다.
환수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경부터 노소영·노재헌 등 노태우 일가가 해외 돈세탁을 통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여러차례 제기돼왔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공익재단 자금으로 둔갑시킨 뒤 돈세탁해 핵심요지 부동산과 해외에 투자한 정황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 원장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적잖게 제기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 원장은 부동산 매입을 통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노 원장은 해외서 돈세탁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이 의혹들에 대한 따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환수위는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내고 “검찰은 조속히 노태우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특히 노 원장은 해외와 국내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세탁해 온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언론 보도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노소영 등 노태우 일가의 자금 운용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번 검찰 고발장에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와 환수위가 따로 확보한 자료들을 고발장에 첨부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태우 일가는 범죄수익을 국내와 해외서 굴리며 불법적인 재산 증식을 하고 있는데 검찰 국세청 등 국가기관 그 어디서도 문제삼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초법적인 위치서 이처럼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천문학적인 노태우 범죄수익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환수위의 이 같은 의구심은 노 원장의 행보를 돕는 이들에게서 출발한다. 노 원장은 최근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노태우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만화책을 제작해 전국 도서관에 배포했다. 이 책이 배포된 도서관 중에는 어린이 도서관도 포함돼있다.
환수위는 “노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며 노태우 위인 만들기를 하고 있다”며 “<조선일보> 전면광고, 노태우 위인전기 만화 등 노태우 일가의 ‘노태우 위인 만들기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는 물론,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 역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념회에는 김종인 전 의원을 비롯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노영민 전 청와대비서실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 약 120명이 넘는 유력 인사들이 참석해 노 전 대통령 찬양에 힘을 보탰했다.
노태우 위인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그야말로 여야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운용이 없다면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환수위의 시각이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노 원장이 유일한 대표자로서, 대표권 제한규정에 의해 노 원장 외에는 대표권이 없다고 규정돼있다. 공익재단이라 점을 내세워 재단이 노태우 비자금 세탁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노태우 추모재단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공금 10억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노 원장 스스로 국세청 등에 보고한 서류서 확인됐다.
심지어 이 재단에 숨겨진 노태우 은닉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은 무려 1000억원에 이른다는 의혹도 복수의 언론들에 보도됐다.
환수위는 “지금까지 언론에 드러난 내용과 각종 공시를 통해 드러난 자료만 봐도 노소영·노재헌이 운용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자금은 그 용처 등이 여러 면에서 미스터리”라며 “두 사람은 노태우 불법 비자금을 관리해 온 사실상의 비자금 상속자들이다. 이들은 이 범죄수익을 관리해왔을 뿐만 아니라 불법적으로 증식해 온 공범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환수위는 지난해 10월7일에도 “검찰에 노태우 일가 300억 불법 비자금에 대해 조사해달라”며 고발장을 낸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하고 고발인 조사까지 마쳤지만 아직까지 해당 고발건과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전국의 어린이 도서관에 보낸 책들은 즉시 회수하고, 어린이 도서관은 즉시 반환해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원흉이자, 5000억대 이상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나쁜 대통령’이다. 세상에 대한 판단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이런 충격적인 만화 위인전을 배포하는 것은 죽어서도 비자금을 은닉한 범죄인을 위인으로 미화하는 반역사적인 행위”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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