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성문과 AO시대

2024.12.02 06:00:00 호수 1508호

무한대 이론을 적용하면, 사람의 목소리는 우주 공간서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면서 점점 작아지고 있을 뿐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성문(聲紋)으로 내는 모든 소리가 우주 공간서 아주 미세한 소리로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머지않아 인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공일반지능)시대를 넘어 전지전능적인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AO(Artificial Omnipotent, 인공전능)시대를 맞이할 텐데, 그 땐 사람의 성문을 분석해 시간대별로 살아생전 모든 목소리를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AO시대에 기계가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려면 모든 소리를 특히 사람의 소리를 재생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일생 동안 내는 목소리로 인생 전체를 신처럼 환하게 볼 수 있다.

성문은 주파수 분석 장치를 이용해 음성을 지문처럼 줄무늬 모양의 무늬를 시각화한 것으로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성문은 성대로부터 입술까지 길이에 따라 특이한 공명주파수를 갖기 때문에 발성자의 연령·출신지·키·학력·말버릇·직업·교양 정도까지도 추출이 가능하다.

AGI시대나 AO시대엔 아마도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에 얼굴(사진)과 지문을 입력하지 않고 바코드로 된 성문을 입력할지도 모른다.

현재는 신분증에 사람의 손가락 끝마디에 평생 변하지 않는 곡선 모양(무늬)의 지문(指紋)을 입력하고 있다. 지문도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문은 일생 전체를 파악할 수 없고, 특히 사후엔 지문 자체도 없어지기 때문에, 무한대 이론이 적용돼야 할 AGI시대나 AO시대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DNA도 사후엔 없어져 무한대 이론의 영역이 아니다. 무한대 이론의 영역은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다.

그렇다면 인류가 AGI시대나 AO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소리를 재생하는 연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사람의 목소리를 재생하는 성문 연구에 올인해야 한다.

성문은 세계 제2차대전 중 미군이 적의 무전병 목소리를 분석해 부대 이동 등 중요 정보를 알아내는 데 처음으로 사용했고, 그 후 정밀한 음향분석기가 등장함으로써 70년대부터 법정서 직접증거로 채택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87년부터 범죄수사에 부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얼굴을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관상불여음상(觀相不如音相)이란 말이 있다. 얼굴에도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이 다 나타나지만, 목소리에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이 더 많이 담겨있다는 의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 태어나야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관상불여음상을 생각하며 필자가 역대 대통령들의 목소리, 즉 성문을 분석해봤다.

울림이 있는 이승만 대통령, 강직한 박정희 대통령, 묵직한 전두환씨, 섬세한 노태우 대통령, 차분한 김영삼 대통령, 깊이가 있는 김대중 대통령, 진취적인 노무현 대통령, 날카로운 이명박 대통령, 조용한 박근혜 대통령, 다정다감한 문재인 대통령…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때 얼굴 못지않게 중요한 게 성문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관상(觀相)보다 음상(音相)이 더 정확하듯이, 사람을 확인할 때도 지문(指紋)보다 성문(聲紋)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즉, 성문서 나오는 목소리가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도가서도 사람을 평가할 때, 목소리를 가장 중요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말할 때 자신이 듣는 소리와 상대가 듣는 소리는 다르다. 자신이 듣는 소리는 입 안에서 울려 두개골을 거쳐 듣는 소리고, 상대가 듣는 소리는 공기나 각종 소음이라는 환경을 통해 듣는 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하는 목소리만 알기 때문에 여러 환경의 영향을 받아 남이 듣는 소리는 자신이 소리가 아니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히는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듣는 어떤 소리보다 진솔하고 정확한 자신의 목소리기에 우리는 독백하는 시간도 자주 가져야 한다.

지난 4월25일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도록 한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해 청구인들이 주민등록법상 지문날인제가 범죄자 검거와 대형사고 등에 대한 신원 확인을 위한 것이고, 행정 우위적인 목적이라며 위헌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지문날인제가 신원 확인의 효율적인 수행을 도모하고 정확성·완벽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지나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우리나라가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지문날인제뿐만 아니라 성문입력제도 도입해 보이스피싱도 막고 다가오는 AGI시대나 AO시대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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