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타지 않는 탄핵 촛불, 왜?

2024.11.14 10:15:24 호수 1506호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정치 탄압?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시국선언은 국·공립, 사립대학을 막론하고 전국 각지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른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와 부산도 예외가 아니며 이런 시국선언은 전국 각계각층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국선언은 당면한 시대 상황이 정치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다고 판단될 때 교수 등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의 고비마다 큰 구실을 해왔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분출할 때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대통령이 권좌서 물러나는 계기가 됐으며, 박정희-전두환정권 시절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적인 힘을 결집하고 독재 정권에 맞서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직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대한민국 정치사가 여실히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시국선언의 주요 내용은 주로 국정 실패와 그에 따른 탄핵 요구 및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수용 등 현 정부 실정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요약된다.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 앞에 향후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대응 방안에 따라 교수 또는 전문직들의 시국선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 농단 사건 때처럼 일반 국민의 촛불은 쉽게 타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 농단’ 국면의 박 전 대통령보다 낮게 나왔지만, 국민의 탄핵 촛불에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지난 2022년 대선을 되돌아봐야 한다. ‘차선과 차악’ ‘양비론’이 유권자들을 ‘선택의 혼란’으로 몰고 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여·야 대선후보들의 당시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 과연 이런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것일까 했을 정도로 정치사에 또 하나의 흔적으로 남은 지난 대선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으로 허우적거리고 장남 관련 불법 도박 논란과 성매매 의혹 등 폭로 리스크도 감수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뒤지지 않았다. ‘고발 사주’ 논란에다 김 여사의 이력과 주가조작 등이 문제로 불거졌었다.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 잇달아
‘보수의 심장’ 대구·부산으로 확대

‘차선은 최선의 적’이라는 말이 있다. 방법과 과정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굳이 최선까지는 필요 없다는 결과주의자들의 주장을 궤변이라고 설명한다. ‘차선’이 ‘최선 중의 하나’는 절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차선이 세 번째, 네 번째 선으로 이어진다면 차악과 다를 바 없으며, 종국에는 최악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도 ‘누가 덜 나쁜가?’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국민은 ‘차선 또는 차악’의 프레임에 갇혀있었다. ‘누가 덜 나쁜가?’와 ‘누가 더 좋은가?’의 경쟁은 백지 한 장 차이다. 당시 이 대표는 8번, 윤석열 대통령은 5번. 양 후보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횟수다. 국민은 여기서 최선을 찾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즈음보다 더 낮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국민의 촛불이 쉽게 타오르지 않는 건 윤 대통령도 싫지만, 딱히 이 대표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세상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서로 ‘누가 덜 나쁜 놈이냐?’를 두고 싸우는 사이에 멍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수많은 사법 리스크를 짊어진 채 제1당의 수장으로서 국민의 정치 정서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사법 리스크 모두는 정치 탄압이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혐의 재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의원직을 잃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5년 동안 피선거권마저 제한된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던 지난 대선의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원도 토해내야 한다. 그는 대선 패배자로, 당 대표로 자신의 지위가 변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됐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었던 기본소득을 포기한 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선거제를 약속한 뒤 그걸 뒤집고, 뒤집은 걸 다시 뒤집기도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는 포기를 포기했다가 변심을 지지하지 않은 동료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시키며 보복했다. 전당대회 연설서 ‘당 대표 경쟁 후보가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는 ‘공천 때 복수하는 당’으로 만들었다.

차치하고 윤 대통령과 현 정부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데서 보듯이 국민적 실망과 공분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탄핵을 외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작금의 현실서 “국민이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해”라고, 먼저 정치권 등을 떠밀어야 하는데 아직 국민은 윤석열정권에 대한 비판은 높고 실망감은 크지만, 탄핵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는 지난 대선서 조금 덜 나쁜 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불붙지 않는 탄핵 촛불,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과연 정치 탄압일까?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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