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브로커가 물어다 주는 수상한 법무법인 장사

2024.08.06 10:17:47 호수 1491호

“사기 피해자 모집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로 잃은 돈을 100% 찾아주겠다니…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돈만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물론 여기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애당초 사기 피해 회복률은 0.5%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100% 돈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법무법인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투자사기는 수법이 다양하고 교묘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도 안 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가장 빈번한 사기 유형인 불법 리딩방이 파악됐다. 최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불법 리딩방 피해 신고 건수와 피해액은 각각 1783건, 1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1452건, 1266억원 대비 급증한 수치로 피해자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 보장

통계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투자하다가 돈을 받지 못하는 사기를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또는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속아 투자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어떤 조처를 할까?

대부분은 변호사를 찾아가서 조언을 듣자고 하거나, 아는 변호사가 있으면 소개해줄 것이다. 아는 변호사가 없다면 십중팔구 인터넷서 ‘사기 전문 변호사’ ‘리딩 사기’ 등을 검색해 나오는 변호사에게 연락할 것이다. 

연락을 받은 변호사들은 “우리에게 맡기면 피해 금액을 100% 확률로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피해 금액이 적으면 모를까, 변호사 수임료가 비싸도 받을 돈이 많다면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사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하는 보통의 행동이다.


하지만 내가 믿고 선임했던 변호사가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 경우,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투자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A 법무법인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알 수 없는 일을 겪었다. 해당 법무법인의 홈페이지엔 ‘전직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각 분야 최고의 변호사가 모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A 법무법인의 특징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기 피해자를 모집한다는 점이다. ‘○○○ 피해자 모집 공지’ ‘서울 ○○○ 피해자 모집 공지’ ‘○○○컴퍼니(사칭) 사기 피해자 모집 공지’ 글이 A 법무법인 카페에 매일 올라온다.

해당 글에는 “법무법인 A는 다양한 금융사기 사건을 지금 이 순간에도 해결하고 있다”며, ‘1800만원 환급 성공’ ‘입금액 1000만원 환급 성공’ 등을 입금 내역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저희 법인은 착수금 없이 진행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예도 있다”며 “많은 취약계층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 착수금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카페 글은 전부 단체 소송을 홍보하는 글로, 피해자를 모집하는 게시글만 하루에 100개 이상 올리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 법무법인에 소송을 맡겼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억대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 B씨는 A 법무법인의 광고 글을 읽고 집단소송에 참여했지만 이내 후회했다. 그는 “억대 사기를 당한 후, A법무법인에 수백만원의 수임료를 내고 접수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개인적으로 ‘경찰서에 신고 접수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무료라더니 실제 수백만원
‘환급 성공’ 넘치는 홍보글
중개인이 계약서 작성?

해당 통화 이후 A 법무법인은 2개월이나 지나 “경찰서에 접수하려는 중”이라며 연락해 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연락이 없어 사무장에게 직접 사건 접수에 관해 묻자 경찰서 접수번호 등을 안내받았다. B씨는 ‘이제 사건이 진행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A 법무법인의 담당 변호사나 경찰 수사 담당자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B씨는 “사건 접수 수임료를 받기 전에는 통화도 자주 하고 성의껏 대했다. 이게 의뢰 결과물의 과정인지 혼란스럽다. 사기 피해액에 비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은 얼마 되지 않지만, 사기꾼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마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상한 점은 더 있었다. 돈을 받기 위해 브로커에게 연락한 피해자가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서류를 받았는데, 계명 명의가 ‘A 법무법인’이었던 것이다. 

해당 브로커는 주식 리딩, 코인 리딩, 로또 피해자의 피해 금액 환급을 도와준다고 홍보하는 곳인데, 투자 사기 피해자에게 대출 사기로 허위 고소하게 한 뒤 피해금의 33%를 달라고 요구해서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일요시사>가 네이버 카페 ‘백두산’ 운영자 대마불사를 통해 확보한 해당 브로커의 계약서에는 명확하게 ‘A 법무법인’이라고 명시돼있었다. 심지어 총 4장의 계약서에 기재된 입금계좌마저 A 법무법인이었다.

이를 두고 한 피해자는 “나는 투자 사기를 당한 사람인데 A 법무법인이 ‘은행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시켰다. 계좌를 동결시키면 (돈을 되찾을 수 있는)확률이 올라가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는데, 돈을 찾으면 피해 금액의 30%를 가져간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피해자가 대출 사기로 허위 신고하게 만들 경우, 경찰의 피해자 핸드폰 조사를 대비해 ▲투자 사기와 관련된 통화 내역 ▲앱 ▲카카오톡 대화 내용 ▲검색 내용 등을 모두 삭제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피해자에게 ▲대출 사기와 관련된 대출 정황 ▲이에 필요한 증거 ▲출금 내용 등의 삭제를 인지시키기도 했다.

A 법무법인의 요구에 따를 경우, 경찰에 허위 신고 시 ‘있지 않은 범죄나 재해 사실을 거짓으로 신고한 자는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도 해당된다.

<일요시사>는 A 법무법인에 ▲브로커가 당사의 계약서를 사용 중인 점 ▲피해자에게 허위 신고를 시키고 있는지 질의했다.

허위 신고

A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대행사는 아니지만, 우리가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대포통장 업체를 많이 상대하다 보니 확인할 때 도움을 많이 줬다. 그런데 브로커 쪽에서도 사건을 진행하다가 우리에게 연결해 주는 경우가 있다.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허위 신고에 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허위 신고에 대해 재차 묻자 “우리는 없다. (허위 신고를)안 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환급받는 것에 있어선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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