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직장갑질119’ 정현철 사무국장

2024.07.23 12:27:03 호수 1489호

금지법 5년 “그래도 여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직장생활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직장 내 괴롭힘을 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람들의 말이다. 하지만 직장갑질119의 활동가들은 누구보다 피해자들에게 공감했고 그들이 권리를 회복하도록 진심을 다하고 있다. 각자의 일이 있음에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그들 중 한 명을 <일요시사>가 만났다.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전부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흔한 일, 그저 참고 넘겨야 하는 일, 대수롭지 않은 일로만 여겨졌던 ‘은밀한 괴롭힘’에 대한 목소리를 내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직장갑질119’의 활동가들이다.

직장갑질119는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서 겪는 갑질을 상담하고 공론화해 제도를 개선하며, 직장인들이 함께 모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민간공익단체다. 점차 입소문이 퍼져 현재 누적 상담 건수는 11만8000여건에 달한다.

<일요시사>는 2002년부터 사무금융업종의 노동조합 활동가로 일하다 2019년부터 직장갑질119서 활동 중인 정현철 사무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정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직장갑질119’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투쟁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과정서 광장의 민주주의를 일터의 민주주의로 확대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을 나누던 사람들이 모여서 반 년이 넘는 토론과 준비를 통해 직장갑질(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최초로 전면에 내세우며 2017년 11월1일 직장갑질119를 출범했다.


현재 직장갑질119는 대표 1명, 상근활동가 4명, 노무사, 변호사, 노동운동가 등 자원활동가 150여 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단법인 형태의 비영리 공익단체다.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운동 한계”
“절반가량이던 피해 경험 30%로 줄어”

-노조서 활동하다가 직장갑질119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2002년부터 17여년간 노조서 활동하면서 이른바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운동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밖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장갑질119의 목표가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2019년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괴롭힘 경험률이 낮아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직장갑질119가 법 시행 이후인 2019년 3분기부터 분기별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설문 문항 중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에 대한 질문에 2019년 3분기는 44.5%가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가장 최근인 2024년 2분기에는 32%로 조사됐다.

여전히 10명 중 3명은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답하고 있지만 최초 조사와 비교하면 경험률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고 이것은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인식변화를 알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상담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7년 11월1일 단체 출범과 동시에 시작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노동상담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 상담을 통해 한림대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가 폭로됐고,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한국 직장 조직문화의 반인권성과 비윤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후퇴 꾀해”
“노동자 곁서 권리 회복 도울 것”


그리고 이런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들이 모여서 노동조합 결성까지 이르게 됐는데, 이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제도의 변화나 입법 등 준비 중인 사안이 있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정확하게는 근로기준법 76조의2, 76조의3)이 2019년 7월 16일 시행됐고 이어 2021년 10월 개정 시행됐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정부나 자본에서는 이른바 ‘허위신고’ ‘을질’ ‘괴롭힘 지속/반복성’이라는 용어를 부각하며 어렵게 만들어진 법 제도의 후퇴를 꾀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시도에 맞서 제도의 후퇴가 아니라 본 취지를 살리는 제도의 보완과 강화, 여전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계속 활동하고자 한다.

-직장갑질119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 직장갑질119는 직장인이 일터서 겪는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한 모든 노동문제에 대해 상담하고 대응책을 알려주며 나아가 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쳐서 권리를 회복하고 향상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 이메일 상담을 의뢰한 노동자가 ‘답장을 받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 같다’는 감사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것이 우리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직장갑질119는 앞으로도 노동자 곁에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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