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회·정부, 원칙 있는 예산편성해야

2024.07.03 11:10:16 호수 0호

예산은 나라의 살림살이 즉, 재정지출의 계획이다. 지출(세출)과 그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세입을 총칭한 것이 재정이고,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게 재정정책이지만 흔히 재정정책은 정부의 지출 즉, 세출에 관한 정책에 국한된 협의의 뜻으로 이해된다.



재정지출은 잘 발달된 시장경제하에서도 정부가 직접적인 지출을 통해 국가 운용에 필요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즉,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해 조세 등으로 조달된 재원으로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혹 불필요한 사업을 하지 않는지, 방만한 운용은 없는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재의 대의민주주의하에서는 이 역할을 주로 국회(의회)가 담당한다. 다만 감시는 대부분 국회가 하지만 전체 규모는 행정부와 협조해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전체적 틀 안에서 운용의 세부 내용은 행정부가 결정한다.

과도한 재정적자는 물가 불안 야기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쟁점이 되는 것은 재정지출의 전체 규모다. 규모의 크고 작음은 상대적인데 이는 정부가 하는 사업들이 ‘꼭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에 근거하게 된다.


다시 말해 같은 규모의 총지출일지라도 필요치 않은 사업에 사용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큰(낭비적)’ 지출이 될 것이고, 꼭 필요한 사업이 빠져 있다면 오히려 ‘작고 부족한’ 지출이 될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결국 국민이 해야 하는데, 국민 다수로부터 위임받은 정부(대통령실)와 집권여당의 책임이자 권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지출 규모에 관한 논쟁은 개별사업의 타당성 여부로 항상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규모만으로 재정정책 기조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논쟁까지 확대되지는 않는다.

이는 아마도 국회 논의 과정서 여야 간, 또는 국회와 정부 간에 규모의 증가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하는 기제가 나름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주로 세수에 의존하고 있는 세입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지출 규모 자체보다는 재정적자 규모에 관한 논쟁이 더 중요해지게 됐다. 재정적자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고, 잘 활용하면 경기회복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도 긍정적인 면과 아울러 다음과 같은 부작용도 있는 만큼, 그 규모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도한 재정적자가 초래하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우선 재정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유통되는 통화량이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물가 불안을 일으키게 된다. 앞서 야당(더불어민주당)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이 같은 제안을 실행할 경우, 총액 10조원이 넘는 규모라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세계적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으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을 돕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그 어려움을 가중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국채에 의한 재원 조달은(이자율 상승을 통해) 민간투자의 위축 즉, 구축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입증돼있다.

이런 구축효과에 의한 경제 체질의 약화는 궁극적으로는 경기의 후퇴를 초래하게 된다. 이처럼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면 이른바 거시경제적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어 세대 간 부담의 불공평 문제도 일으키게 된다. 나라의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것이므로 이는 결국 후세대의 부담이 된다. 다만 후일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와 아울러 그 원리금 상환을 받는 ‘채권자’ 역시 우리 후손이니 세대 간 부담의 문제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 빠르면 국가 신인도 영향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국채의 소유자 중에 외국인(기관)이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채 소유 비중이 클수록 미래세대의 국가채무에 대한 순 부담이 커질 것이고 미래의 국부 유출 가능성까지 있다.

따라서 현세대는 빚을 내서 확보한 지출의 덕을 보고 후세대는 그 빚을 갚는 세대 간 부담 불공평의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후세대에 채권을 가진 사람과 세금을 내서 상환하는 사람 간의 ‘세대 내’ 불평등 문제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재정적자의 급격한 증가가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를 당연히 수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재정적자, 나아가 국가채무 증가의 폭 못지 않게 그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은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만약 국가 신인도가 조금이라도 하락한다면 이는 1차적으로 우리나라 국채의 할인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시 말해 국채 이자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고 이 역시 재정적자(나아가서는 국가채무)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은 많은 우리 기업의 신인도에도 간접적으로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2017~22년간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해 GDP 대비 50%를 넘었는데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 점에 대해 아직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장래를 위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환기시킨 바가 있다.

현 윤석열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건전재정의 기조를 정착시켜 2027년 국가채무비율을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필자는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정부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8.7%였는데 이는 매우 급격한 규모 증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전 박근혜정부 4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은 4.0%에 불과했다. 물론 문정부 동안에 팬데믹의 영향에 의한 불가피한 지출 증대 요인이 있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출 증가가 재정적자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는지를 따져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른 부문에서 ‘방만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던 것인데 아쉽게도 그 점에 있어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채 규모는 1000조가 넘으면서 GDP 대비 비율도 50%를 넘었다.

현재 재정 상황은 균형 기조로의 선회 요구

그러면 현 정부의 ‘긴축적’ 기조 전환은 적절한가? 이런 기조는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된 2023~202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잘 나타나 있는데 2025년 계획으로 통합재정수지 상 재정적자를 22조9000억원으로 제한하게 돼있다.

재정 건전성을 극도로 중시하는 태도라면 집권 4년 차 재정이 균형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지출에도 관성일 것이 작용하게 되므로 대규모 적자를 단기간 내에 흑자로 전환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정부지출 중 재정 당국이 임의로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적 지출보다 더 큰 규모의 의무적 지출(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복지지출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재량적 지출을 급격히 줄여 일거에 균형예산을 편성한다면 그것은 다른 측면서 국민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제약하에서 최대한 균형에 가까이 가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하므로 이래저래 재정 운용 담당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재정적자의 축소를 위해 재정 준칙(페이고 등)을 제정,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필자도 이에 동의하지만, 이게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 또한 인식해야 한다. 이를 도입한 미국의 예를 봐도 (다 필요성이 인정되는)여러 예외 조항을 만들어놔서 그 실효성이 생각만큼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 준칙의 존재만으로도 방만한 재정 규모 증가의 억제 효과는 있다고 생각된다. 재정 및 재정적자 규모에 대해 어떤 경제 상황서도 통용되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우리 현실서 현재의 재정 상황은 분명히 균형 기조로의 선회가 요구돼야 한다.

국회와 행정부가 국민과 국가 경제를 우선하는 태도서 정파적 입장을 초월한 예산안을 잘 만들고 합리적인 재정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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