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발언 논란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이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며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구하기에 다시 나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술 먹으며 진술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검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지난 4일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 과정서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진 게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에 진술을 번복했다”며 검찰청사 내에서 ‘세미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술 마셨다”
법정 진술
그는 ‘세미나’가 무엇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수원지검)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었다”며 “회의용 테이블에 나, 김성태, 방용철을 다 모아놨고, 외부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난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술을 마신 게 맞다”며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곧장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당시 구속 수감돼 교도관의 엄격한 계호 하에 있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김 전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전 부지사는 법정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도 이 같은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재판 종결을 앞둔 피고인 신문 과정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일방적 허위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검찰청은 이 전 부지사의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에 재소자 출정기록, 음식 주문·결제 내역, 폐쇄회로(CC)TV 유무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지사와 검찰은 서로 반박에 재반박을 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자료 확보에 나서자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청사 도면까지 그리며 지난해 6월 말 검찰 청사 안에서 술자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술자리가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6월 말에서 7월 초순경”이라며 “6월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화영 법정 진술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게임
이어 “술자리에는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수사 검사와 수사관 1~2명, 쌍방울 관계자 1명에 추가로 1명이 더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장소는 당초 이 전 부지사가 재판서 말한 1315호 창고가 아니라 맞은편 1313호 검사실 오른편 진술녹화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진술녹화실 대기공간에 교도관을 위치시키고 칸막이 안에서 중요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며 “녹화는 안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쌍방울 관계자가 연어를 가져온 게 오후 5~6시”라며 “김 전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술을 마셔서 (검찰이)시간을 끌어서 술을 깨게 만들어서 보냈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반박에 진상조사를 마친 수원지검은 지난 17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수원지검은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조사를 받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기록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음주 장소로 언급된 사무실(1315호)은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고, 오늘 음주 일시로 새롭게 주장된 2023년 6월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서 식사를 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하는 시기에(2023 5~7월) 계호 교도관 전원(38명)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서 음주는 불가능하며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사 CCTV를 확인하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주장에 대해 “청사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청사 방호 용도로 복도에만 설치돼 복도 이동 상황만 녹화되며(보존기간 30일), 사무실에는 설치돼있지 않다”며 “검사실 음식 주문 내역과 식당 관계자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검사실서 주문된 식사에 주류는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김성태·방용철
검사·수사관과…”
그러면서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7월 민주당 관계자 등과 접촉한 이후부터 조작·회유를 주장하기 시작한 후 재판서 수많은 객관적 증언과 물증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들이 조작됐다는 등 상식 밖의 허위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허위 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계속해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므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법적 대응 예고에도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 18일,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다시 재반박에 나섰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성태 등을 통한 회유·압박은 주로 3곳에서 이뤄졌다”며 “1313호실(검사실) 앞 창고, 1313호실과 연결되는 진술녹화실(이하 진술녹화실), 1313호실과 연결되는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창고에는 교도관이 들어와 감독했지만 진술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에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했다”며 “검사가 휴게실에 이화영과 김성태 등만 남겨놓고 이화영을 회유·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소상히 아는 수원지검이 교도관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수원지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사전에 허가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며 음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수원지검의 주장엔 지하 1층으로 술 반입이 가능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회유 주장
지검 입장은?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교도관 출정 일지 등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일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식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검찰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전 기간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이화영의 출정 기록과 쌍방울 직원들의 검찰 출입 기록, 교도관의 출정일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술판 주장이 연일 이어지자 출정일지 사본과 호송계획서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한 시간에 검찰청서 이 전 부지사가 나온 것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해당 발언을 두고 검찰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구속 수감자들이 검찰청에 불려가서 다 한 방에 모여서 술 파티를 하고 연어 파티하고 무슨 모여서 작전회의를 했다는 게 검사 승인 없이 가능하냐”며 “교도관들이 술 먹는 술 파티하는 걸 방치했다는 건 검사 명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정하게 진상규명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서 구속 수감자들을 불러 모아서 술 파티하고 진술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 이게 나라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참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이 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간단하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총선 끝나자 민주 총공세
본격적인 이재명 구하기?
지난 17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과 대검찰청, 수원구치소에 항의 방문을 계획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민주당 현직 의원, 민주당 당선인 등 30여명은 지난 18일, 수원지검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수사 농단, 국기문란”이라며 대검의 감찰을 촉구했다.
박찬대 의원은 “정치 검찰이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죽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한 수사 농단”이라면서 “대검이 공식적으로 감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승원 의원도 “수원지검은 수사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면서 “검찰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면 명백한 허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사실이라면 검찰을 해체해야 할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답해라. 이 전 부지사가 이 일을 거짓으로 이야기해서 얻을 이익이 단 한 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술 파티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에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이 대표가 피의자로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1심 선고만 남겨놓은 상황서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어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이 대표를 기소할 방침이니 재판 결과를 뒤집어 이 대표 기소 시기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 등 의혹이 제기돼야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야권서도 ‘정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이 대표의 기소를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1심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이 대표도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법 수사로 몰아가기 위한 포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과거 한명숙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당시에도 검찰이 재소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두고 민주당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며 “한명숙 구하기서 이재명 구하기로 구하는 사람만 바뀐 민주당의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결심공판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과 벌금 10억, 추징금 3억 3427만5000원을, 외국환 거래법 위반 및 증거인멸교사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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